전라권 의원들 중심으로 "의정협의체 패싱, 공공의대 설립" 강한 주장

[2021국감] “전북‧전남 과도한 공공의대 유치 경쟁이 부실 의대 문제 재현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난해 공공의대(국립의학전문대학원) 신설 문제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또 다시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일부 여당 의원은 공공의대 신설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을 두고 의정협의체를 건너뛰고 정책을 추진하자는 발언까지 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전라권 의원들의 과도한 공공의대 유치 경쟁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의정협의체 패싱 발언에 대해서도 "본인들이 한 약속에 대해 먼저 지키지 말자고 당당히 언급하는 상황에서 다음부터 누가 정부를 믿고 합의를 이행할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남과 전북 모두 공공의대 유치 경쟁 치열…전북은 남원 서남의대 부지 주장
 
이번 2021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공공의대 신설 문제는 모두 전라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의원들이 제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남과 전북 지역 모두 지역 필수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권역으로 꼽히면서 공공의대 신설을 위해 도차원에서 유치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먼저 전라북도는 전주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과 남원과 임실, 순창군이 지역구인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두 의원 모두 전북 남원의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전북도는 2018년 폐교된 남원의 서남의대 정원을 활용해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송하진 도지사는 지난해 7월 정부와 여당의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발표에 환영의 입장을 내고 "서남대 캠퍼스를 활용한 부지 확보와 도시관리계획 결정 등 행정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성주 의원은 국감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안정적 의료인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의 노정 합의에도 국립의전원 설립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8년에 복지부와 민주당의 당정협의를 통해 서남의대 정원을 활용해 국립의전원을 설치하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임상 훈련을 하기로 발표했었다"며 “올해 국립의전원 설계비 11억 8500만원이 편성돼 있지만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불용된다. 복지부도 이해관계자들과 적극 소통해 법안이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도 “울릉군의 경우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며 군수가 직접 찾아와 호소하기도 했다”며 “공공병원을 만들어도 인력이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나. 정원 내에서 양성하겠다는 데도 추진이 안되고 있는 것은 국회의 책임도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남, 목포‧순천 등 유치 적극 추진 중…‘의정협의체 패싱론까지’ 등장
 
전라남도의 경우 목포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현재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전남 도내 의대유치 공동협력 협약서'까지 발표하며 공동 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해 도내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고 목포와 순천 등 지역에 공공의대가 유치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앞서 전남지역 21대 총선 최대 이슈로 도내 의과대학 설립이 떠오르며 동부와 서부권의 유치 논쟁이 붉어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여수, 순천, 광양, 곡성, 구례 국회의원 후보들은 전남 동남권 의과대학 설립공동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의대 설립을 공식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에 목포의대 유치를 준비하던 민생당과 정의당 등 야권 후보들과 지역 주민들의 큰 반대에 부딪혔다.
 
협약식 당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도민의 생명과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니 안정적인 의료 인프라와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확충 제2, 제3의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며 “모든 지역 역량을 한방향으로 모아 도내 의과대학 유치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전남 도내 '의과대학 유치' 공동협력 협약서. 사진=전라남도 도청

김원이 의원은 이번 국감에 '의정협의체 패싱론'까지 언급하며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한의사협회의 반발로 의대증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대가 없는 지역부터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며 "현재 의정협의체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협의 이외 실현가능한 방안이 마련돼야 지방 의료서비스 질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정협의체 논의가 약속과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를 핑계로 의협의 방해를 방치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협의를 미루면서 방해행위가 지속된다면 정부가 밝힌대로 공공의대 설립을 강행할 수 있는 강한 의지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의정협의체 패싱 발언이 여당 내에서 먼저 나오자 20일 종합국감에서 이용호 의원도 "의정협의체 눈치는 보지 않아도 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으니 힘있게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 올해 안에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과도한 공공의대 유치 경쟁, 부실 의대 사태 재현” 우려도
 
반면 과도한 공공의대 유치 경쟁과 섣부른 정책 추진으로 인해 부실 의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권성택 명예회장은 "대책 없이 다시 공공의대만 신설해 놓으면 지역의사가 배출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의대부터 지어놓으면 폐교된 서남의대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협의체 패싱 발언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 "의정협의체를 통해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말자고 당당히 언급하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정부의 신뢰를 갉아 먹는 안 좋은 선례로 코로나19 종식이 선언될 때까지 의정협의체 재논의 시기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도 "의정합의문에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정치적 말장난을 하는 행위에 대해선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도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 가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응급실 로딩도 과부화된 상태다. 지금을 코로나19 안정화라고 우긴다면 다시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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