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대에도 의사들의 글쓰기는 중요…책을 통해 병원과 질병의 판도 바꿀 수 있다"

서민 교수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의사들의 글을 통해 국민여론 환기시키는 것 필요"

사진: 단국의대 기생충학교실 서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의대생신문 기자·의대생 인턴기자 교육 

메디게이트뉴스는 겨울방학을 맞아 의대생신문 기자와 의대생 인턴기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기자소양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주제는 모두 의대생들이 선정했고 그에 따른 전문가분들을 모셨습니다. 갈수록 선배 의사들이 놀랄 정도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주제를 선정해주신 의대생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예비 의사이자 후배들인 의대생들을 위해 바쁜 가운데 흔쾌히 시간을 내주신 전문가분들께 감사드립니다. 

①개발도상국의 코로나19 대응 상황- 연세대 보건대학원 이훈상 교수
②좋은 글 작성법- 단국의대 서민 교수 
③현대사회에서 의사들의 프로페셔널리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
④미디어에 비친 의사 이미지- 한국의학연구소 안지현 교육연구부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의사는 환자들에게 병에 대해 설명하는 직업입니다. 말을 잘한다고 설명을 더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정리돼 있다면 말주변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아는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시대엔 의사의 길이 더 험난합니다. 글쓰기를 게을리한다면 삶이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단국의대 기생충학교실 서민 교수는 의대생신문 기자 및 의대생 인턴기자 교육에서 '좋은 글 작성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17권의 저서가 있고, 이 중 '기생충 열전'은 2만부 이상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서 교수는 글이란 앎이라 말했다. 알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는 것이지만, 반대로 글을 써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신을 왜 맞아야 되는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만약 백신에 대한 책을 낸 적이 있다면 언제 질문을 받아도 바로 답할 수 있다.

서 교수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책의 방향을 정하고 대략적인 목차를 정한다. 그리고 나서 각각의 주제에 대해 자료를 찾고, 각각의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마지막으로 결론을 낸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이 잘못 알던 것,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책을 통해 질병의 판도를 바꾼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과거에는 아이가 아프면 이비인후과에 가는 부모가 꽤 있었다. 그러나 하정훈 원장이 '삐뽀삐뽀 119 소아과'라는 책을 쓴 뒤로는 상당수가 소아과로 간다. 병원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서울의대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도 '백년 허리' '백년 목' '백년운동' 등 백년 시리즈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서 교수는 "과거에는 허리가 아프면 정형외과를 주로 갔지만 지금은 재활의학과를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그러나 정 교수가 백년 시리즈를 완간하며 허리 아픈 것이 재활의학과의 영역이 됐다. 이 책 3권이 목과 허리를 재활의학과가 가져간 비결이다"고 말했다.

글쓰기와 책의 중요성은 유튜브 시대에도 변함 없다.

서 교수는 "잘 되는 유튜브는 대본이 충실하다. 사전 원고 없이 되는대로 이야기하면 짜임새도 없고 시청자들의 집중도가 낮아진다"면서 "글을 통해 생각을 정리한 뒤 유튜브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 교수는 "고 임세원 교수의 사건이 있은 뒤에야 비로소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너무 당연한 법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면서 "낮은 수가와 생명과 관련된 과를 기피하는 현상 등 의료계의 문제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환경 개선을 위해 할 일은 글을 통해 국민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다. 글쓰기 연습은 당장 귀찮은 일이지만, 그 귀찮음을 이기고 글을 쓰겠다는 확고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앞으로의 시대를 위해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언론에 기고하는 의사들이 늘기 바란다고 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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