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없다는 정부, 3개월 수업 빠진 학생 진급시켜라?…의대교수들 "황당"

복지부, 전국 의대에 휴학 불인정 방침 공문 내려…엄격한 의대 교육, 유급 사태 막으려는 정부에 "날림 부실 교육 원하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면서 3개월째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의대생들에게 '휴학계 처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앞서 집단 유급 시한을 5월 중순이라고 밝혔다가 최근 학년말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그야말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생들의 휴학계 처리를 검토 중인 일부 대학들에 휴학 승인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의 휴학 불인정 방침에 따라 현재 전국 40개 대학 중 37개 대학이 온·오프라인으로 수업을 재개했지만, 수업 참여율은 상당히 저조한 상황이다.

실제로 5월 중순 기준으로 휴학계 제출 및 수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는 의대생은 전국 1만8837명의 의대생 중 97.2%에 달하는 1만832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교육부는 재차 의대생들에게 대화를 촉구하며 하루빨리 수업 현장으로 복귀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의대생들은 정부의 대화 의지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공식적으로 정부의 대화 요청을 거절하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증원 정책 전면 백지화 등 대정부 요구안에 대한 수용 없이는 휴학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기도 했다.

이에 고려의대와 연세의대는 현실을 인정하고, 5월 말로 휴학계를 승인할 뜻을 밝혔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3개월을 넘어가면서 이미 1년 치 교육과정을 따라잡기는 어려워 당장 6월부터 학생들이 돌아오더라도 진급을 시킬 수 있는 학사일정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끝까지 휴학 승인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정책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은 휴학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각 대학이 탄력적으로 학사 운영을 한다면 유급을 결정하는 시한은 학기말, 학년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교육부 방침에 가장 답답한 것은 의대 교수들이다.

부산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해부학교실 오세옥 교수는 정부가 올해 의대 증원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유급을 억지로 막고 있는 데 대해 황당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지 3개월이 넘었다. 이 상태로는 사실상 유급이 불가피하다. 부산의대는 기존 정원 125명에서 38명이 늘어 163명이 됐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기존 125명이 유급하게 되면 내년 의대 1학년의 수는 288명이 된다. 288명을 6년 동안 끌고 가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정부도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는지 편법을 써서라도 의대생들의 유급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3개월 동안 수업에 출석하지 않은 의대생들을 무슨 수로 진급을 시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의대는 타 학과에 비해 보다 엄격하게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는 바 3개월 간 강의를 듣지 않은 학생들을 정상적으로 진급시킬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시험 시간에 20분 지각한 학생에게 F를 줬고, 유급을 시킨 사례가 있다. 그런데 3개월째 수업도 안 듣고 아무것도 안 하는 학생을 어떻게 진급시켜주나"라며 "그런데 교육부는 규정을 바꿔서라도 유급은 없다는 태도다. 의사를 그런 식으로 양성할 수는 없다. 말이 안되고, 너무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의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부산의대가 양산 캠퍼스에 건물을 지을 때도 결정한 뒤 5년이 걸렸다. 설계만 해도 1년 반 2년이 걸리고, 건물이 올라가는 데도 1년은 걸린다. 당장 내년부터 의대생이 30% 늘어나는데 과연 필요한 건물이며 필요한 자재 등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를 보면 정말 도덕적 해이가 심한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모 의과대학 교수 관계자도 "정부가 의사 양성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의대 교육은 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를 양성하는 것인 만큼 보다 철저하게 관리돼야 한다"며 "의사국시 합격률이 90%로 높은 이유는 의대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교육이 됐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격이 없는 자를 졸업시켜 의사국시를 치르게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3개월 이상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이 당장 6월부터 복귀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시킬 충분한 시간이 없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날림으로 의학 교육을 할 수밖에 없고, 자연히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어떻게 학생들을 진급시켜 의사로 양성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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