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테크'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수면데이터로 질병 예측·B2C 시장 가능성

[세계 수면의 날 특별기획]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수면 측정해 질병 위험 사전 예측, 오프라인 제품의 디지털화로 시장 기대"

'세계 수면의 날' 특별기획 

세계수면학회(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 WASM)는 수면과 관련된 의료·교육·사회적인 문제를 환기시키고, 수면장애를 예방·치료함으로써 수면질환과 관련된 사회적인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매년 낮과 밤이 똑같아지는 춘분 직전 금요일을 '세계 수면의 날' (World Sleep Day)로 정하고 있다. 올해 세계 수면의 날은 3월 17일이며, '수면은 건강에 필수적이다(Sleep is Essential for Health)'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세계 각지에서 관련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세계 수면의 날에 발표된 수면건강과 수면산업의 주요 내용을 모아서 다뤄본다.  

①경제 불황에 불안·우울로 잠 설치는 사람↑…한국인 85% 수면의 질 저하 증상 경험
②수면장애가 산업계에도 큰 영향...디지털 치료기기 1호 '솜즈', 불면증 치료제로 포문
③스탠퍼드대 쿠시다 교수 "실험실에서 하는 수면 연구, 5~10년 안에 집에서도 할 수 있을 것"
④수면 검사와 불면증 치료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해결되는 시대 올까 
⑤치매‧심뇌혈관 질환과도 관련된 '수면'…"건강에 꼭 필요한 수면" 강조
⑥한국인 '수면부채' 시달린다... 일주일에 5시간 13분 수면 시간 부족
⑦블루오션 수면산업에 LG전자·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 참여…최신 수면 기술 소개
⑧'슬립테크'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수면데이터로 질병 예측·B2C 시장 가능성 
 
수면 상태를 진단하고 측정, 치료로 연결되는 슬립테크의 가능성. 김치원 상무 발표자료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중에서도 수면과 기술이 만난 '슬립테크(SleepTech)'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까. 

슬립테크는 수면 모니터링기기를 통해 평소 수면 상태를 진단한 다음 디지털 치료기기를 통해 치료에 개입하고 질병 위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수면장애의 고통스러움을 해소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B2C 시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17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에이슬립 주최로 열린 '슬립 테크 라이프 2023'에서 '수면과 디지털 헬스케어' 강연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슬립테크 스타트업인 에이슬립에 2021년 시리즈A를 투자한데 이어 2022년 시리즈B 후속투자에도 참여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병원 밖에서도 건강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개념이다. 기존 의학적 영역에서 진단과 치료를 더 잘하게 하거나 여러 제약으로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각종 기술을 통해 도와줄 수 있다. 이때 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거나 의료의 질 향상, 의료비용 절감 등 세 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슬립테크는 수면상태 진단 치료, 위험도 사전 예측 가능성  

디지털 헬스케어에서의 슬립테크는 우선 진단과 치료, 나아가 위험도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꼽힌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표준화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수다. 

김 상무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나온 데이터를 표준화시켜서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만약 기업이 표준화된 수면 데이터를 넘겨준다면 나머지는 의사들이 치료 영역에서 별도로 담당할 수 있다”라며 “다만 표준화된 상태로 데이터를 만들어서 쉽게 쓸 수 있어야 충분한 데이터의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장애 환자 입장에서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루를 자야 하고 검사비도 드는 데다, 검사만 한다고 해서 수면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평소 가정환경에서 주기적으로 수면 상태를 매일 측정한다면 환자는 물론 의사도 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김 상무는 “에이슬립이 현재 주로 하고 있는 수면 모니터링을 통해 기존 의료 환경에서 알 수 있는 데이터 대비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됨으로써 실질적으로 수면의 질을 높이고 의료의 질을 향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슬립테크로 의료의 질 향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수면 모니터링을 통해 수면장애 환자로 판단된다면 의사가 ‘솜리스트’ 등 불면증 치료기기 앱을 처방해 환자가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수면 모니터링을 통해 앱을 사용한 다음 실제 수면이 개선되고 있는지 의사와 환자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김 상무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꾸준한 수면 상태 모니터링을 통해 그 환자에게 필요한 또 다른 것들을 붙일 수 있다. 진단과 치료를 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치료 효과의 피드백이 다시 순환되고, 결과적으로 환자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에선 수면다원검사가 고가다. 비용면에서도 스마트폰 앱으로 상당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면 의료비 절감 효과도 있다”라며 “하루에 6~8시간에 달하는 수면 데이터를 모니터링한다면 그 환자의 평소 건강 상태는 물론 심근경색, 뇌졸중 등 중증 질환을 사전에 예측하거나, 의미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회사 뷰노는 중환자실에서 고위험군을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을 비급여로 인정 받았다. 의사가 즉각 개입해서 환자 상태를 더 좋게 만들어줄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이라면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전, 일상생활과 연결되는 슬립테크의 가능성. 김치원 상무 발표자료 

헬스케어 B2C 어렵지만 기존 오프라인 상품과 접목해 슬립테크는 가능  

슬립테크는 B2C 시장을 공략해볼 만하다는 기대도 뒤따랐다. 소비자 입장에서 하루 종일 잠을 못 자면 괴로울 수밖에 없고, 이를 개선할 수 있다면 여기에 돈을 쓸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직접 사용해보며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경험재’, 사용자가 써보지 않더라도 수소문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탐색재’와 달리 의료는 실제 사용자가 써보더라도 전문가인 의사의 도움 없이는 판단이 어려운 ‘신용재’로 분류돼 헬스케어에서 B2C 비즈니스는 힘들다고 김 상무는 강조해왔다. 

김 상무는 “슬립테크는 경험재로 분류돼 B2C 시장이 가능하다. 코골이를 할 때 감지하고 도와주는 스마트 베개, 매트리스 등 슬립테크 기업들이 생기면서 오프라인으로 존재하는 제품들을 디지털화하고 있다”라며 “오프라인으로 존재하던 제품을 단순히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화된 버전으로 연결한다면 소비자들이 돈을 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전을 예로 들면 수면 시간에는 세탁기같은 소음이 생기는 가전은 작동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김 상무는 “수면 상태를 직접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대기업이 나서고 오프라인에서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 디지털화된 버전으로 도와줄 수 있다면 아날로그에도 돈을 썼던 만큼 보다 좋은 디지털 제품에 돈을 쓸 수 있는 논리는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슬립테크를 통해 사람들이 숙면을 하게 만들면 의료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면을 통해 근본적인 환자의 건강까지도 향상할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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