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치 장기화∙공보의 수련병원 투입 등 영향…지역의료 담당 공보의 수급 차질 '우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에 들어간 의대생들이 이제는 현역 입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의대생들은 현역 대신 의사 면허를 딴 후 공중보건의사(공보의)나 군의관으로 입대하는 코스가 일반적이었다. 이에 의대생들의 대규모 현역 입대가 현실화할 경우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공보의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7~8월 중 입대하는 법이라는 카드뉴스가 공유되고 있다. 해당 카드뉴스는 군별 입대, 전역 시기와 입대 날짜별 복학 가능 여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휴학 중인 한 의대생은 "지금 학생들은 현역병 입영 준비 중"이라며 "이미 5월 입영을 신청해 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의대생들이 현역 입대를 고려하고 있는 이유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먼저 정부와의 대치 장기화 가능성이다. 의도치 않게 휴학하게 된 남학생들은 어차피 장기 휴학을 할 거라면 입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지난 11일까지 전국 의대생의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총 5451건으로 의대생 수(지난해 4월 기준 1만8793명)의 29% 수준이다. 하지만 각 대학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단 이유로 수리하지 않고 있는 휴학계까지 합할 경우 실제 휴학률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겠다며, 공보의와 군의관을 수련병원에 투입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수련병원에 파견된 공보의들은 병동∙숙직실에서 쪽잠을 자며 주80 시간 이상 근무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생들로선 이번 일을 계기로 공보의, 군의관으로 입대할 경우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단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아울러 최근 현역 복무기간이 육군 기준 18개월로 줄어든 데다 급여까지 대폭 인상되면서 애초에 현역을 택하는 의대생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했다. 공보의, 군의관의 복무기간은 육군 현역에 비해 2배 이상인 데다 처우 개선도 더딘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현역 입대와 공보의, 군의관을 두고 고민하던 남학생들이 앞서 언급된 두 가지 이유까지 겹치며 현역 입대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은 "지금도 공보의는 줄어드는 추세로 올해 신규 의과 공보의는 300명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별다른 반전 없이 공보의가 대폭 줄어들면 당장 병원선이나 전국 각지의 섬 등 의료취약지에서 공백이 커질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입게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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