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은 간호사 직역 이기주의 법안…지방·중소병원 간호인력난 초래하고 의료와 돌봄 분절

[칼럼] 박상준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간호법안이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 통과에 이어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의사 일정을 진행하면서 국민의힘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단독적으로 간호법을 처리해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당 독단적으로 의결한 간호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심각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간호법의 법안소위 의결이 민주적인 절차를 위배했다는 점이다.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소위를 개최해 회의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의결까지 이룬 것은 민주적인 회의 절차를 무시한 무리한 법 제정 절차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아울러 법안의 명칭을 '간호사법' 대신 '간호법'으로 만들어 직무를 정의하고 있다. 이는 ‘간호’를 의료에서 분리해 독자적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환자의 치료와 건강 관리에 비효율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에 관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법안의 목적에 규정한 간호 활동 범위를 지역사회로 확대함으로써,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과 중소병원에 심각한 간호 인력난을 초래해 지역 의료의 붕괴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지방과 중소병원은 간호 인력의 심각한 부족 현상으로 간호등급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그림의 떡’으로 시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추가로 간호 인력 유출을 부추기는 법 제정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지역 중소병원의 간호 인력 절멸을 초래해 국민 건강 수호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아울러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태에서 정부가 간호 단독으로 돌봄 서비스 참여를 유도해 의료와 돌봄을 분절적으로 제공하면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예상되고, 비능률로 인한 심각한 재정 낭비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다른 선진국에서 제정한 법과 달리 현재 추진 중인 간호법은 전형적인 직역 이기주의 법안이라는 점이다. 면허관리기구의 설치 및 구성, 교육·자격·면허·등록, 간호사에 대한 환자 불만 접수, 조사 및 징계 등 면허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엄격한 면허관리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 및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오직 간호사의 처우개선에 관한 내용만 있는 전형적인 직역 이기주의 법안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구나 부칙 조항은 심각한 독소 조항을 내포하고 있다. 부칙에서 의료법 제59조 제1항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는 대상 의료인에서 간호사를 제외함으로써, 간호 인력의 파업 때 간호사에 대한 지도와 명령이 불가하게 했다. 이는 파업에 따른 책임을 면하고 지속해서 파업을 유지함으로써 의료기관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조항으로 폭발력을 감춘 매우 위험하고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졸속한 심의로 인해 다수의 오류가 발견되는 등 허술한 법안 의결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입장과는 달리, 의사협회 회원 대부분은 이 같은 독소조항이 남아 있는 간호법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국회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지지층을 편들어 기울어진 법 제정 논의와 추진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건강 수호에 걸림돌로 남아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뿐이다. 간호법을 반드시 철회하고 의료계와 깊이 논의 후 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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