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사망사고 포함 미지수에 미용·성형은 제외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독소조항]③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 방안 담겼지만…환자 동의 우선, 배상보험 강제 가입 등 또다른 부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사인력 확충과 함께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한 의료계의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의료계가 주장해온 '의료사고처리 특례법'마저 사망사고 포함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데다 미용성형 분야를 제외해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는 그간 의료계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던 의료소송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으로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의 내용이 담겼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사망사고, 미용·성형 분야 제외 논의…'반쪽자리 정책' 우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를 대상으로 한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한다.

의료계가 요청해 온 필수의료 분야 업무 중 발생한 의료과실에 대해서는 과실치사상죄 형을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다만 환자가 동의하지 않거나 의학적 판단 근거가 없는 경우, 조정‧중재 참여를 거부한 경우에는 특례에서 제외된다. 특례 적용 범위에 '사망사고'까지 포함할지 여부와 '미용'과 '성형' 분야를 제외하는 안 등은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형사처벌 특례법 체계 도입의 전제로 모든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해당 소식에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반쪽자리 정책"이라며 "환경이 열악한 필수의료를 피해 늘어나고 있는 피부, 미용, 성형 분야 의사들을 다 죽이겠다는 정책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의료소송이 한 번 사고가 나면 10억씩 배상금이 나오는데 특례에서 제외된 병원들은 다 망할 것"이라며 "해당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데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미 대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이 존재하지만 의료인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의료기관의 가입률이 저조하다.

실제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책임보험의 경우 의료기관 자기부담금, 보상한도액 등을 두고 있어 실제 의료사고 발생 시 효용이 떨어지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같은 보험(종합보험) 가입 시 형사책임 면책 규정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필수의료 분야 의료행위는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률이 높고 건당 지급되는 손해배상금액도 높아 고액의 보험료와 낮은 보장률로 인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 할 경우 손해보험사는 손해율 급등 시 의무보험임을 악용해 급격한 보험료 인상, 보상기준 상향 및 보상항목 축소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만큼 실제 위험을 담보할 수 있는 자기부담금 및 보상한도액 설정, 의료사고 발생 시 제한적 형사책임 면책규정 등 관련 제도 정비와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보험상품에 대한 충분한 연구 및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소비자단체 '강력 반대'…"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소, 환자의 합리적 배상 위해 필요"

그간 정부와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에 참여해 온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등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 추천 위원들은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발표 직후 유감을 표명하고 협의체 탈퇴를 선언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소비자단체의 우려를 무시한 채 이번 정책패키지에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포함하고, '중상해'뿐 아니라 '사망' 의료사고까지 추가적 논의를 통해 형사책임 면제 범위에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데 유감을 표했다.

협의체는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같은 해외 입법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정부는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특혜가 아니라 해외처럼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의료사고를 당해도 형사고소를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관심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의료소송 부담이다.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나쁘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고 잘못되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다보니 생명이 위태로운 위험한 환자를 보려는 의사들은 줄어들게 된 것이다. 필수의료 의사를 늘리기 위해서도 그렇고 환자 입장에서 합리적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정부가 의료계와 함께 의료분쟁제도 개선협의체를 통해 관련 사항들을 많이 논의했다. 하지만 환자와 소비자 등 시민단체와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논의가 어려웠다"며 "그래도 복지부가 여러 현실적인 타협 가능성을 고려해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 법제이사는 "문제는 여전히 환자와 소비자단체는 전면적으로 의료사고특례법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사실 환자 입장에서도 개인적으로 의료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보험제도를 통해 보상을 받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라며 "환자단체의 반대 주장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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