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지만 차기 후보 내정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청문회까지 마친 이후에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 데다 그동안 장관 하마평에 오르던 인사들이 모두 새 직책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차기 장관 후보자로 유력한 인물은 정기석 한림의대 교수,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윤도흠 차의과대학 의무부총장, 인요한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 소장,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과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청문회 이후 후보자 신분에서 사퇴는 처음…사퇴 의견이 당 중론
앞서 23일 저녁 정호영 후보자는 자녀 편입학과 병역 특혜 의혹 등으로 논란 끝에 지명 43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종 논란으로 조기 사퇴한 사례는 있지만 청문회까지 끝마친 이후 후보자 신분으로 낙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보자 스스로는 사퇴 입장 발표 때까지도 떳떳했다. 그는 줄곧 의혹을 부인해왔고 사퇴 입장문에서도 자녀들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당내 여론은 반대였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 측에서도 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3일 "당내 중진 및 다수 의원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결과 정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대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일각에선 정 후보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그대로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와 달리 편입학 과정에서 확실한 불법적인 요소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후보자가 5월 내로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중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까지 거치면서 다양한 의혹들에 대한 위법행위가 나오지 않은 만큼 후보 개인적으로도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한 셈이고, 당 입장에서도 6월 지방선거를 고려했을 때 후보가 사퇴하는 방향이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사퇴 늦어지면서 장관 공백 불가피…차기 후보 부담도 늘어
국회 및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 후보자 사퇴에 발맞춰 대통령실과 여권에선 정호영 후보자를 대체할 후보자를 찾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호영 후보 사퇴가 늦어지면서 보건복지부 장관 공백 사태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후임 장관 후보자 물색과 인사청문회까지 고려하면 최소 1~2달 이상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장관 하마평에 오르던 인사들도 모두 새 직책에 인명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인사를 내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간 하마평에 올랐던 서울대 안상훈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숭실대 김현숙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가족부장관, 삼성서울병원 백경란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관리청장에 임명됐다.
정 후보자 청문 과정에서 내홍이 컸던 만큼 차기 후보 물색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높아진 검증 기준으로 인해 내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당 관계자는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에 차기 후보자를 대놓고 찾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 장관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컸던 만큼 부담도 있는 상황으로 장관직 수락이 쉽지 않을 수 있어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윤도흠 의무부총장 등 거론…연금전문가 내정 가능성도
그렇다면 차기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인사 제청권을 가진 한덕수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호영 후보자의 뒤를 이어 보건의료 전문가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에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국민의힘 선대위 코로나위기대응위원회에서 위원장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에서 새정부 방역 정책을 담당해 온 한림의대 정기석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이 유력한 상태다.
정 교수는 방역이 완화되며 확진자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위험군 대상 적극적‧선제적인 치료제 투여로 중환자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또한 장기적으론 방역 컨트롤 타워 일원화 등을 위해 보건부 독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외 복지부 차관 출신인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윤도흠 차의과대학 의무부총장, 인요한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 소장 등이 후보군으로 일부 거론되고 있다. 인요한 소장은 박근혜 정권 시절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반면 새 장관 후보자론 복지 전문가가 지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연금 개혁 의지 강한만큼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연금개혁 전문가 투입될 것이 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내 인사 중에 대표적인 연금개혁 학자로는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과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꼽힌다.
유경준 의원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코넬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를 지낸 경제통으로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 연금개혁에 참여했고 연금개혁 뿐만아니라 노동개혁 의지도 상당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김용하 교수도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인물로 2014년 한국연금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 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특히 그는 총선 당시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되는 등 당내 입지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제1, 2차관을 중심으로 장관의 공백없이 보건과 복지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24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상황을 맞이해 국민의 보건과 복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한치의 빈틈없이 업무를 수행하겠다. 오늘 아침 조규홍 제1차관, 이기일 제2차관은 공동 주재로 간부 회의를 긴급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는 "코로나19 방역 및 보건복지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내부적으로도 모든 직원이 긴장감을 가지고 공직 기강을 확립하는 등 국민을 위한 정책 업무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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