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의 장점, 의사로서 사람으로서 삶의 여유…환자 1명 진료에 15~20분, 하루 평균 환자 20명

이주원 귀넷클리닉 일차진료의 "미국 의사 떼 돈 까지는 못벌어…영어도 평생 숙제"

메디게이트뉴스와 국내 최대 의사 전문 포털 메디게이트는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2019(KIMES 2019) 기간 중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의사와 예비 의사를 위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딴짓하는 의사들', '지구醫', '의료소송 제로' 등 3가지 세션으로 구성됐다.
 
‘지구醫’ 세션에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의 준비과정과 현황을 엿볼 수 있었다. 지구醫 세미나는 ▲한국의사의 해외 진출, 기회와 과제 (배좌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진출단장)  ▲한국의사로서 일본에서 일하며 느낀 점 (박광업 일본 신동경병원 마취과 후기연수의)  ▲1년의 기간 동안 미국 의사를 준비한다면? (이주원 미국 귀넷클리닉 일차진료의)이 주제로 발표됐다.
 
① 배좌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진출단장
② 박광업 일본 신동경병원 마취과 후기연수의
③ 이주원 미국 귀넷클리닉 일차진료의
사진: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주원 내과·노인의학 전문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미국에서의 의사로 산다면 어떨까.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주원 내과·노인의학 전문의는 미국  의사 생활의 장점으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고 하루에 평균 2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삶의 질을 장점으로 꼽았다. 환자의 얼굴을 마주하고 진료할 수 있고 퇴근 후 가족과도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국 귀넷클리닉에서 일차 진료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주원 전문의는 '지구醫'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개인으로서 의사로서 높은 삶의 만족도가 미국 의사 생활의 장점 

이 전문의는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만약 미국 의사를 다시 준비한다면 이렇게 하겠다는 내용을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전하려고 한다"며 "미국에서 의사를 준비하기에 앞서 동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미국 의사고시 준비 기간은 한국처럼 시험을 보고 하루이틀만에 끝나지 않는다. 최소 10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왜 내가 미국에서 의사를 해야 하는가'라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의는 미국에서 의사로서 사는 일에 대해 동기부여가 될 만한 장점을 꼽았다. 그가 제시한 장점은 의사로서, 한 사람으로서 가지는 삶의 여유와 높은 삶의 만족도였다. 

이 전문의는 "미국 의사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은 환자 1명을 보는데 15~20분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에 보는 환자는 평균 20명이다. 간호사 등 보조인력들이 의사를 많이 도와주는 점도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가 높은 점도 장점이다. 감기 환자에게 '충분히 쉬세요'라고 말해도 환자들이 '고맙다'고 한다"며 "만약 환자가 의사가 진료 및 처방한 대로 약을 먹지 않거나 의사에게 욕을 한다면, 미국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저는 더 이상 당신을 보지 않겠습니다. 30일 이내로 다른 의사를 만나십시오'라고 제도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다. 환자가 바이탈을 체크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진료를 보는 시간은 9시 30분부터 시작된다. 보통 오후 5시 30분이 되면 환자를 받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미국에서 생활은 만족스럽다. 미국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지만 서로 비교하지는 않는다. 내가 뭘 하든 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할 일 다하고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살 수 있다.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미국에 와보니 한국에서 각박하게 살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자라는 교육적, 환경적인 면에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요즘 한국은 미세먼지가 심한데 미국은 도시마다 좀 다르지만 제가 사는 애틀랜타는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적인 면에서 만족하고 있다. 학교에도 경찰관이 상주하고 있고 안전하게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세금낸 것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언어 장벽, 문화 차이 등 타국에서 사는 어려움은 각자 평생 안고갈 숙제

이 전문의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단점으로 언어 장벽, 문화 차이, 면허 취득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미국에서 의사로 일한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전문의는 "영어는 평생 숙제다. 30년간 미국에서 의사로 생활하는 감염내과 선생님도 영어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며 "모국어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평생 스트레스를 받는다. 미국에서 의사로 살려면 그래도 영어는 기본으로 되어야 한다. 1년간 미국 의사를 준비한다면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하려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발음은 영어권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아니면 한계가 있다. 악센트(accent)와 인토네이션(intonation)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의는 "문화 차이도 알아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침묵은 금이다'라거나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사고방식이 있다. 미국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을 때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바보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교수가 이렇게 하자 이야기 할 때 수련받는 레지던트가 자기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 고려할 점은 미국에서 의사 생활하면 '떼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돈을 많이 벌지는 않는다. 진료과마다 다르고 그냥 먹고 사는 정도다"고 밝혔다.

이 전문의는 "미국의사고시를 보려면 미국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독립적인 의사 면허(medical license)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주에서 자격을 관리한다. 텍사스에서 자격을 취득하고 다른 주에서 진료를 할 수 없다. 해당 주에 다시 면허를 신청하고 허락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미국에서 의대 나오면 1~3년 정도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면 미국 내에서 최소 2~3년간 수련을 받아야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처음에 수련 받는 동안에는 제한이 있는 면허(limited license)를 받고 수련을 받은 다음에 일정 자격을 통과하면 제한이 없는 면허(full license)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미국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기 위해서는 USMLE 시험(미국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한 후 ECFMG certificate(미국대학졸업자격인증)를 취득해야 한다"며 "미국에 왜 가야하는지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 준비하다가 흐지부지 된다. 9월에 지원하려면 7월 전까지는 시험을 다 치러야 필요한 자격 증서(certification)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이 궁금해 한 미국 의사로서 생활은

세미나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 이 전문의는 시간 제약으로 현장에서 질문을 받고 답을 하지 못했지만 세미나 때 개설된 오픈채팅방을 통해 일일이 세미나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남겼다. 다음은 미국 의사 생활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문과 이 전문의의 답변이다.
Q. 시민권자가 아니면 교육 등에서 누릴 수 있는 게 많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A.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대학 입학시 정부 학자금 보조나 대출을 받을수 있고 살고있는 주의 대학에 가면 학자금리를 크게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

Q. 인턴이나 레지던트할 때도 가족의 생활이 가능한가요?
A. 4인 가족의 생활은 솔직히 빠듯합니다. 한국에서 돈을 좀 가지고 가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Q. 미국에서 트레이닝한 경험이 없어도 좋은 스텝 성적을 가졌으면 매칭(matching)이 가능할까요?
A. 네. 매칭은 트레이닝을 받고자 지원하는것이기 때문에 트레이닝 경험이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obserership이나 externship 같은 US clinical experience를 말하는 것이라면 좋은 성적이 있으면 매칭 가능합니다.

Q. 미국에서 의사 일하시는 분들은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이 마음에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가요.
A. 저도 부모님이 한국에 계셔서 그 부분이 마음에 걸립니다. 부모님은 한국에 생활기반이 있으셔서 미국에 오기를 꺼려하시구요. 누나에게 의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답이 없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미국은 졸업한 지 8년이 지나면 매칭이 잘 안 된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한국에서 30대 중후반만 되어도 들어가기 어렵지 않나요? 거기다가 최근에는 외국인 매칭이 잘 안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A. 네, 사실입니다. 졸업한지 5년이 지나면 많은 프로그램들이 아예 서류부터 거릅니다. 외국인 매칭이 어렵다는 얘기는 제가 매칭할때도 들었는데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얘기는 맞는 말인듯 합니다. 경쟁력 있는 외국 의사들이 많아서 매년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것 같습니다.

Q. 미국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분들의 사례를 알고 싶습니다. 돌아간 이유와 현재 무엇을 하는지 등도 궁금합니다.
A. 그리 많지는 않은데 돌아오셔서 미국 트레이닝 기간을 인정받고 한국에서 펠로우로 들어가신 분도 있고 예전에 들어오신분 중엔 모 대학병원의 국제진료센터에서 일하시는 분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간 이유는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Q. 미국 의사에게 추천서를 받는 방법으로는 어떤 경로가 있나요?
A. 보통 학생 때 clerkship이나 externship 아니면 observership 등을 해서 추천서를 받습니다.

Q. IMG로서 인기 과 수련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게 참 어려울 것 같은데 레지던트 선발시 받는 상대적인 불이익이 있는지, 실력(USMLE 점수 등)만 있으면 IMG라도 충분히 경쟁을 뚫을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A. 소위 말하는 인기 과는 보통 USMLE 성적이 아주 좋아도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힘듭니다. 논문을 많이 썼다든지, research 경력이 많다든지, 저명한 분의 강력한 추천이 있다든지 등 다른 것들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Q. USCE가 필수는 아니지만 알아보면 매우 유리하다고 하는데 졸업후에는 미국의과 대학의 Teaching hospital에서는 받아주지 않는데, LOR를 위해서라도 미국 알선 업체를 통해서라도 observership을 다녀오는 편이 좋은지 궁금합니다.
A.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그런 방식으로라도 USCE를 만들면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됩니다.

Q. 전문의를 마친 이후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externship이나 observership 등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 전문의 따고 난 사람은 어떻게 LOR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요?
A. 한국에서 전문의를 마쳤어도 observership이나 externship이 가능합니다. 특히 아는 사람이 있거나 의국/교수님을 통해서나 연을 이용해 알아보는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 매칭 후 수련시 가족들과 함께 갈 수 있는지, 수련 후 정착시 영주권 문제는 대부분 잘 해결 되는지 궁금합니다.
A. 네. 비자를 받으면 가족들은 동반자 비자를 받아 미국에 와서 살면 되고요. 의사들의 경우에, 영주권은 웬만하면 시간이 지나면 문제 없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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