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 25% 돌파했지만 해외 의존도는 '여전'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생산실적 기록…생산액 대비 수출·수입액은 감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원료의약품 생산실적은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수입에 의존하는 비중은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의약품 시장규모는 31조4513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이는 1998년 이후 역대 최고치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중 원료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생산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원료의약품 생산실적은 3조7682억원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2022년 3조3792억원 대비 11.5% 상승했으며, 2019년 2조4706억원 대비 52.5% 증가했다. 전체 의약품 생산실적에서 원료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1.1%, 2022년 11.7%에서 2023년 12.3%로 증가했다.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 현황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도 역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평균 원 달러 환율 1308.41원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지난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5.4%를 기록했다.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2019년 16.2%, 2020년 36.5%까지 증가한 이후 2021년 24.4%, 2022년 11.9%로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25.4%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의 급등은 생산실적은 증가하고 수출·수입액은 감소함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지난해 원료의약품 수출액은 21억3065만달러로 전년 22억8572만달러 대비 6.78% 줄었다. 같은 기간 원료의약품 수입액은 24억3364만달러에서 21억9904만달러로 9.6% 감소했다.

지난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크게 증가했지만, 수출 원료의약품을 제외한 실제 국내에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중 수입 제품의 비중은 74.4%로 여전히 높다. 이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안명수 필수의약품지원본부장은 최근 '국가필수의약품 현황 및 공급망 안정 방안'을 통해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할수록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으로 인한 의약품 수급불안정은 반복된다"며 약가 인상, 행·재정적 지원 등 생산 장려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산과 인도산 등 원료에 비해 국산 원료의약품의 낮은 가격 경쟁력을 지적하며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완제의약품의 약가우대, 국가필수의약품 개발‧제조 기술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지정으로 세액공제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최근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에 '혁신형 신약·개량신약의 원료 개발 및 제조기술' 추가를 결정하고 관련 시행령을 개정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시행령 개정에 대해 "원료의약품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에서 이번 세제 혜택은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을 활성화하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제적 공급망의 변화에 대비하고 해외 원료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한 것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 의존도는 낮추고 국내 자급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벨기에 정부는 유럽의 반도체법과 핵심원자재법과 같이 원료의약품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의약품법(Critical Medicines Act)' 제정 추진을 제안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전세계적으로 원료의약품의 4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의약품 생산공장도 소수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인도가 타이레놀 성분 등의 의약품 수출을 금지했을 때 유럽은 의약품 공급망의 취약성을 경험했으며, 유럽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으로 EU국가들이 의약품 생산 관리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고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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