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12] 보건복지부 문상준 사무관

"작은 걸 만들다 보면 큰 변화가 올 수도"

사진: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문상준 사무관(©메디게이트뉴스)

2003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공보의 3년, 서울대병원 인턴을 거쳐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한 의사. 이번에 만난 딴짓하는 의사는 보건복지부 문상준 사무관이다. 

현재 의료자원정책과에서 근무중인 문상준 사무관은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연구원으로 잠시 근무하다 2012년 4월 보건복지부 사무관으로 임용돼 정신건강정책과에서 자살예방 관련 업무를 처음으로 맡았다.
 
그는 의사라는 전문성을 발휘해 한국 상황에 부합하는 자살 보도 권고기준 2.0을 마련, 언론이 자살보도를 할 때 신중을 기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지난 해 약 1883건의 자살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상당수 언론사가 제목에서 '자살'이란 단어를 가급적 자제하고 'OOO, 숨진 채 발견' 등으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게이트뉴스

학생시절부터 정책에 관심있어 예방의학 전공
 
학생 때부터 정책에 관심이 많아 정부 부처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전공도 예방의학을 선택했다.
 
우리나라 보험제도의 특수성과 더불어 저소득층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또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4학년 때 독일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를 돌이켜 보면 독일에서는 외국인도 의료보험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것을 우리나라에도 도입하고 싶었다.
 
예방의학과는 사실 환자를 보는 과가 아니어서 병원 밖에서 일하는 게 특이한 건 아니다. 본인처럼 정부부처에서 일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예방의학 관련 분야를 연구하기도 하고, 질병관리본부나 심평원 등의 정부기관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복지부 보건파트에서 근무하면서 의사 장점은 업무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는 것이다. 레지던트 관련 업무를 하면서 임상적인 기본 교육·용어 등도 익숙해 내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의료단체 입장에서도 보다 편하게 접근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반면, 어려운 분야도 있는데 법이나 예산, 행정적인 부분이다. 
 
사진: 보건복지부 청사 내부 벽화(©메디게이트뉴스)

의료자원정책과의 업무
 
2016년 2월, 의료자원정책과 발령을 받았다. 의료자원이라고 하면 의료인력, 의료장비, 병상, 신의료기술 등을 포괄한다. 나를 포함해 2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의사는 나밖에 없다. 
 
이곳은 의료인과 의료기사의 면허관리, 의료인 처분과 관련한 업무도 다루지만 나는 정제혁 사무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전공의특별법 하위법령 등 수련업무를 맡고 있다. 
 
전공의특별법이 지난해 말 시행에 들어갔다.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한 규정이 올해 말 시행되면, 전공의 수련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 동안은 전공의들이 인력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일을 담당하는 게 많았으나, 이제 양질의 전문의를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춰 이들이 전문의를 취득한 후 전문가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전공의특별법의 목적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이미 수련시간 제한규정이 있다. 이는 전공의 처우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병원의 인력구조가 과거에는 한시 인력인 전공의 중심으로 돌아갔지만 앞으로는 정규직 전문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를 조금 빨리 앞당기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전공의 모집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일부과가 미달이긴 하지만 현재 모집인원이 우리나라의 적정 전문의 숫자를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정원으로만 볼 게 아니라 향후 질병 패턴, 인구구조 등을 살펴보고, 이를 반영해 향후 수요에 맞게 전공의 정원 모집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입원전담전문의(Hospitalist) 제도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입원전담전문의는 20명 정도 된다. 아직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주로 주간에 근무하고, 야간 근무자는 휴식시간을 좀 더 길게 주는 편이다.
 
인원이 늘어나면 근무체계에도 변화를 고려할 예정인데, 자기 시간을 확실히 보장한다는 점에서 이를 선호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 제도는 의사를 추가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문제와 직결된다. 시범사업 평가 결과가 나오면 공식 수가로 전환해 병원의 비용 보전을 검토할 생각이다.
 
중증도가 있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데 환자 안전 강화와 병원의 효율성 측면, 그리고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제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서 일하는 의사의 심정
 
의협과 직접 상의해 업무를 진행하는 일이  많은데, 같은 의사라는 점에서 이야기가 쉽게 되기도 하지만, 입장 차이가 있다보니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의료계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간혹 정부가 하는 일이어서 반대할 때에는 안타깝기도 하다. 
 
이는 상호신뢰의 문제인데, 법에 대한 이해가 보완되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의견이 서로 다를 수는 있지만 일정 부분에서는 함께 협의·조정해 나가는 부분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경제적인 욕심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아쉬움이나 스트레스는 덜하다. 오히려 그보다는 정책을 입안하는 입장이다 보니,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혹시라도 국민들에게 나쁘게 작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우리가 제도와 정책에 기울이는 노력이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이것이 쌓여 국민 복지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좋은 인력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
 
사진: 보건복지부 청사 내부 전시작품(©메디게이트뉴스)

의대생 후배들에게
 
의사가 환자를 보는 건 당연하지만, 한 명의 의사를 길러내는데 많은 시간과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환자 진료에만 국한하지 않고 보다 넓게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다른 분야와의 교류, 상호작용, 사회 전반적 분위기를 알아야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다. 굳이 다른 분야로 진출하지 않더라도 의대생이나 인턴, 혹은 레지던트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공무원 분야는 한 사람이 나서서 직접적으로 바꾸기란 어렵다. 하지만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 가다 보면 이들이 모여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 많은 의사들이 참여한다면, 의료 환경에 대한 지식을 활용해 현실 적용이 가능한 발전적인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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