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탈리스트, 정체성이 관건"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 "응급의학과처럼"


 
"호스피탈리스트제도(입원전담전문의)가 정착된다면 전공의특별법, 환자안전법, 의료사고·분쟁 조정법 등 맞물려 있는 여러 의료제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호스피탈리스트제도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서울대암병원 종양내과센터 허대석 교수(사진)가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현재 맞물린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의료현장의 여러 난제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으로, 병원이 안정적으로 시행한다면 의료의 질을 상당 수준 높일 수 있다는 게 허대석 교수의 설명이다. 
 
우선 허대석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전공의특별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정착되면, 그동안 전공의가 입원환자를 전담해왔던 관습을 개선, 전공의는 정해진 업무 시간에 교육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면서 "전공의는 무조건 진료공백을 메우는 사람이 아닌 피교육자로서 지금보다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그동안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입원환자를 돌보고, 당직을 수행하고, 수련교육을 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허 교수는 "물론 이런 과정에서 전공의들이 배우는 게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호스피탈리스트가 배치되면 전공의는 근무시간을 맞추고 교육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허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환자안전법, 의료사고·분쟁조정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스피탈리스트가 병원에 상주하면 의료 사각지대였던 측면을 커버해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의료사고와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응급의학과처럼 생각해야"
 
허대석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제도를 제대로 정책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응급의학과처럼'을 꼽았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환자가 응급실을 벗어하면 자신들의 역할을 다했다고 여기는데, 이처럼 내 환자가 없다고 생각해야 호스피탈리스트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의사들은 '내 환자'라는 개념이 강해 한번 봤던 환자를 끝까지 보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허 교수는 "끝까지 환자를 책임진다는 것은 좋은 뜻이지만 이렇게 해서는 호스피탈리스트제도를 정착시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허대석 교수는 "이렇게 해야 의사들도 '무한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의사들은 스스로를 '유한책임'으로 여겨야 한다"면서 "의사들이 환자를 '나의 환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늘 마음에 두고 신경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자기 책임의 한계를 그어야만 자유로운 시간도 생기기 마련"이라고 주문했다.


 

"호스피탈리스트 교육권 인정해야 한다"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시켜줘야 한다는 것이 허대석 교수의 입장이다.
 
단순히 호스피탈리스트를 전공의들과 같은 대우를 하거나 분과전문의 뒷바라지 한다는 느낌을 들게 해서는 절대 제도가 정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허대석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있어서 정체성 확립이 매우 중요한데, 이들에게 전공의 등의 교육을 맡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대학병원의 큰 보람 중 하나는 교육"이라고 환기시켰다. 

 
내과 전공의 3년 단축, 호스피탈리스트 정착에 기여할까?
 
2017년부터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고,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시범사업에 들어가면서 향후 내과 전공의들을 호스피탈리스트로 얼마나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에 대해 허대석 교수는 "결국 호스피탈리스트가 얼마나 정착되고, 제 기능을 하는지가 내과 전공의들이 향후 호스피탈리스트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허 교수는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이 3년으로 단축된 것과 관련, "내부에서 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수련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흔히 말하는 레지던트 3년과 전임의 2년인 '3+2'가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허대석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의료계 스스로가 먼저 끊임없이 노력해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면서 "시범사범을 통해 국가로부터 보조금만 받고 끝낼 게 아니라 하나의 틀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의료계가 무엇을 만들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래야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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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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