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간소화법, 일시적 편익에 그쳐…"장기적으론 보험료 인상으로 가입자 권익 해친다"

민영보험사, 개인진료정보 집적해 보험사 이익 극대화할 것…"기존 핀테크업체로 간소화 가능"

5월 25일  '보험업법 개정안 논란, 청구간소화인가, 의료정보보호 해제인가'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계와 보건의료노조, 환자단체가 한 목소리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실손보험간소화법'을 비판했다.

이름은 실손보험을 간소화할 수 있는 보험 가입자의 편익을 위한 법으로 포장돼 있으나, 실상은 개인 진료기록과 의료정보를 민간의료보험사가 전자형태로 넘겨받아 향후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2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보험업법 개정안 논란, 청구간소화인가, 의료정보보호 해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의원 김성주·강성희,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한국노총,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함께 연 것으로 대한의사협회와 핀테크 업체도 토론자로 참여해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민간보험사 진료정보 집적 통해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의료민영화 사안" 비판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이번 보험엄법 개정안은 '민영보험사의 개인진료정보 강제전송(진료기록 갈취)' 법안"이라고 꼬집집었다. 

정 정책위원장은 실손의료보험의 폐혜와 규제를 논하기 전에 편의성에 대한 관심만 과도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의료기관의 보험회사로의 자료전송의무 부여는 병원-보험연계로 이어지는 미국식 의료민영화 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법이 통과되면 보험회사가 전산시스템을 운영해 개인질병정보를 집적하는 것이 합법화될 것이고, 보험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관인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이 되는 것은 영리적 목적으로의 사용 즉 누출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정상적인 국가의 정책은 OECD 평균수준의 보장율로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국회는 실손보험사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에서 실손의료보험의 문제 개선 입법을 해야 하지만 실손의료보험을 편하게 쓰게 해주기 위한 현재 논의는 이와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는 명백한 의료민영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참여연대 이찬진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는 "실손형의료보험청구 간소화라는 입법취지나 그로 인한 편익을 인정하더라도 관련 주체·영역별 인권 및 보호법익들을 비교형량해 법익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환자들의 보험료청구 간소화 편익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이 국회에게 부여된 임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보험업법 개정으로 "보험가입자들 중 소액진료비의 일시적 편익은 증진될 수 있어도 고액·비급여진료비 부담 환자들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보험 가입자 편익과 권익을 해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중계·전송대행기관과 관련 전용 전산시스템 개발·관리운영, 민간보험사들에게 보험금청구 전산시스템의 구축·운영을 법률에 명문화하여 의무화하고 '전자적 형태'로 전송할 의무를 규정하는 입법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 변호사는 보험 가입자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를 정말 간소화하고 싶다면, 민간보험사들이 보험가입자들에게 실손형보험청구 간소화 관련 포괄적인 건강정보제공동의를 받을 수 없도록 법률상 명시하고,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는 최대한 비디지털화 상태에서 제공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방향을 제시했다. 

환자단체·의료계·핀테크 업체도 '반대'…"기존 핀테크 업체 통한 민간주도 청구간소화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그간 암환자 등 중증환자들에게 마땅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온 보험사들의 횡포를 나몰라라하던 금융당국과 국회가 갑자기 국민의 편익을 위한다면서 일사불란하게 보험사 숙원사업에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실손보험 간소화를 하면 보험사 '지급률'은 오를지 몰라도 고액보험금 몇 건만 거절하면 보험사는 오히려 큰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본인부담상한제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실손보험 지급을 거절한 사례들을 밝히며, 실손보험의 왜곡된 운영을 제대로 손볼 수 있도록 보건당국이 규제해야 하고 나아가 이를 민간에 맡기지 말고 건강보험을 강화시켜 공보험 보장영역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보험업법 개정이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논의 절차를 무시하는 입법이라는 점, 민간 자율적 협력을 통한 청구간소화 서비스 활성화를 묵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송대행기관' 지정은 정보 유출과 집적 우려가 크며 보험사들이 소액 보험금 낙전수입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은 지급 및 갱신거절을 통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민간전자차트와 민간핀테크 업체를 통한 민간주도의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국민과 의료기관의 자율적 전송방법 보장,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동수로 참여하는 공동관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핀테크 업체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 지앤넷 김동헌 대표는 "주요 EMR사들과 연동해 국내 요양기관의 90% 이상의 청구간소화를 지원하거나 지원할 예정"이라며, "다른 민간 핀텍 회사들을 고려 시 국내 거의 모든 요양기관들이 연내 간소화 서비스를 시행해 가입자들의 청구 불편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청구주체는 요양기관이 아니라 환자여야 하고, 접수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며 "민간 핀텍 회사들이 전송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전진한 집행위원은 "'청구간소화'라는 프레임이 애초 보험사들의 의도에 따라 본질을 가리기 위해 붙여진 허상"이라며, "보험사가 환자 정보를 실시간 전자형태로 갖게 되면 소비자 '효용'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고 사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 집행위원은 "이 법안으로 자동전송되는 환자 의료정보 전송범위는 무제한이 될 수 있고, 그 정보를 집적한다는 보험개발원은 '공적' 기관이 아니라 보험사들의 이익단체"라며 "국회논의과정이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성문화된 법안도 없이 의결을 하고 금융위가 사후 법안을 만들고 있는 것은 졸속심사로 절차적 문제도 심각하다"며 "법안심사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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