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진 '의대 6년제 학제 개편' 구체적인 교육과정 설계부터

의대협회 정책포럼, 학교 특성 맞춤 교육, 의사과학자 양성 위한 학석박사 연계 프로그램 필요성 강조

(왼쪽부터) 교육부 서유정 사무관, 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 한국의학교육학회 황지영 정보이사, 혁신인재육성지원센터 이동현 정책연구분과장, 의대협회 최석진 교육이사,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허정식 인증기준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과대학 6년제 학제 개편이 한 발 더 가까워진 가운데, 의과대학들이 각자 특색을 가진 구체적인 교육과정 설계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함께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MD-PhD 등 유연한 통합 연계 과정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 같은 주장은 16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열린 2023년 제2차 의대협회 정책포럼에서 나왔다.

이날 행사는 '의과대학 통합 6년 학제 개편: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주제발표가 진행됐으며, 이후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학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댔다.

성공적인 학제 개편위한 교수와 학회 역할 다시 고민해야 

현재 의과대학은 의학과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6년제 학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의대 교육은 2+4년제로 예과와 본과로 나눠 교육이 진행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예과를 의미 없이 허비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며, 폭넓은 인재 양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의학교육의 단절을 해소하고 연속성을 위해 6년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생들이 사고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변화하는 사회에 맞는 융통성과 반응성을 갖춘 교육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설명이다.

이날 한국의학교육학회 황지영 정보이사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입학하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이 학생들이 의학 교육과정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성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나선형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기초의학, 임상의학, 인문학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소양을 기르고, 전문직업성, 직업 정체성 사회적 책무성을 6년에 걸쳐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황 정보이사는 이를 위해 협회와 학회, 병원이 협력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혁신인재육성지원센터 이동현 과장은 과거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제도가 폐지됨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 MD-PhD를 어떤 방식으로 육성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 과장은 "학사-석사-박사 과정에 대한 제도를 유연해지면 단축된 통합 연계 과정이 개발될 수 있다. 그래야 실질적인 의사과학자들이 진로를 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대협회 최석진 교육이사는 학제 개편 시 졸업 후 교육과정 연계도 필요하다며 "우리 학교 특성을 반영한, 학교 특성을 띠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사회적 책무성을 반영하는 교육을 설계해야 한다. 또 가능하면 강의실 밖에서 일어나는 정규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생 개인 맞춤 학습이 가능한 형태의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강의실 강의는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형태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으로 바뀌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6년제 개편, 현실적인 어려움은...인증부터 교육방식, 평가까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허정식 원장은 6년제 학제 개편 시 다양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하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에 6년제 개편 시 인증평가 어려워 주저하지 말고 의평원 역시 유연한 인증 기준을 고민해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허 원장은  "6년제로 개편된다고 해서 모든 교육과정이 바뀌는 건 아니다. 단 보다 진전된 모습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나선형으로 교육한다고 하는 곳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 수준보다 나아진 모습을 요구하게 되면 교수진이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학제 개편이 이뤄질 경우 학교 교육 시스템뿐 아니라 교수의 교육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며, 교수 교육 정도에 따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료원 내 병원은 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교수들이 교육하지 않고 진료를 많이 보기를 원하기 떄문이다. 반면 학교는 지원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제가 6년제로 개편될 경우 교수 역시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의과대학 교수 중 교육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평가 항목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의과대학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교수 평가에 1년에 18시간 이상 강의하는 교수가 30% 이상 돼야 한다는 규정 등을 마련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政 "학제 개편 적극 지원" 6년제 필요성 공감…의사과학자 양성 언급

정부 측은 통합 6년제 필요성에 공감하며, 의사과학자 양성에도 힘 써달라고 당부했다. 또 KAMC 등과 학제 개편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박성하 대학운영지원과장을 대신해 참석한 서유정 사무관은 "교육부는 대학이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규체혁신위원회를 지난해 9월 출범하고 대학 평가나 설립 운영 규정 관련에 관심을 가지고 개정 등을 추진해 왔다"며 "지난 6월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안에 시행령 25조, 관련한 학제 개편에 대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사무관은 "이번 개정은 학과 간, 전공 간 대학 안팎의 장벽을 허물고 학생과 산업체 의견을 적극 수용해 창의적이고 유연한 교육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현장의 의견을 개정에 많이 참고했다. 의과대학 수업 현황 개편 제도도 마찬가지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서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계가)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앞으로 대학별로도 우리나라에 필요한 좋은 의사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고민을 부탁드린다. 또 현재 임상 의사에 너무 치중 학생들의 진로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양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오늘 발제한 내용에서 가장 핵심 키워드는 유연성과 연속성, 사회적 책무성인 것 같다. 교육이라는 것은 유연성과 연속성을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학제 개편은 상당히 늦었지만 잘 됐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사회적 책무성의 중요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송 과장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 중 하나가 지역과 필수의료분야의 인재 양성이다. 현재 지역과 필수의료는 위기에 있고, 붕괴에 직면했다. 이를 살리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의사 수 확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부담 해소나 적정 보상, 근로 여건 개선 등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제안된 것처럼 학제 개편에 있어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을 어떻게 설계해야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이번 개편 역시 100년이 걸렸듯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며 6년제를 준비해야할 것 같다"며 "복지부와 교육부는 KAMC와 함께 협업하며 제대로된 모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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