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대신 ‘조용한 사직’…의대증원 막을 ‘묘수’ 될까

개별 사직 막을 근거 없는 정부 "최대한 설득"…현실화 시 ‘파업’과 마찬가지 업무공백 파급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들이 단체행동 대신 2월 현 시점부터 3월 사이 개별 사직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의대증원 정국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개별 사직에 대해선 정부의 강경 대응을 피할 수 있는 ‘묘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바로 사직을 하기 힘든 전공의라면 시간이 남은 데다 전공의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 대한 일부 우려도 나온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12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증원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 전공의 대표들을 중심으로 파업, 집단사직 등 단체행동을 주장하는 대의원들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파업 등 단체행동은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대전협은 의대정원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전면 백지화할 것을 정부에 분명히 요구한 상태다. 

정부 강경 기조에 단체행동 대신 개별 사직 

이번 임시대의원총회의 결정은 지난 5일 대전협이 공개한 140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체행동 참여 설문조사 결과와는 상반된다. 설문에서는 전공의 88.2%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고, 빅5 병원의 단체행동 참여 응답도 86.5%를 기록했다.
 
이에 설문 발표 직후만 해도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의대증원 규모 발표 이후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전공의들이 예상과 다른 결론을 내린 데는 정부의 강경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및 불응 시 고발 조치 등 엄포를 놓는 상황에서 파업 돌입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개별 사직, 계약 연장 거부 등 정부의 처벌 가능성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대안이 있다는 것도 굳이 파업을 택하지 않은 이유로 보인다. 특히 1년 단위 계약이 대다수인 전공의들은 2월 말까지 근무하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거나 사직서를 내는 형식으로 자연스레 사직이 가능하다. 근로계약상 2월 말 사직서를 내고 3월 말에 현장을 빠져나오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전공의들의 대거 사직이 이어질 경우 사실상 파업과 같은 효과가 발생해 일선 의료현장에서 의료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업' 대비 복지부, 대응책 마땅 찮아…'묘수' 평가 속 일각선 우려도
 
법에 따른 엄정 대응을 강조하며 파업 대비에 자신감을 내비쳐 왔던 복지부도 전공의들의 사직, 계약 연장 거부에 대해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앞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가능성이 대두되자 수련병원 대상 ‘집단사직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전공의 개인들의 자발적인 사직까지 막기는 힘들단 사실을 인정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13일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사직, 계약 거부 가능성에 대해 “현장에서 이행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법으로 해결할 수 없어 최대한 설득하고 대화하겠다”며 그간의 엄정 대응 기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오킴스 조진석 변호사는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일단 복지부가 집단사직에 대해선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라며 “하지만 전공의들의 개인 사유에 의한 사직은 수리가 가능하고, 사직하더라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전공의들 내부 의견은 분분하다. 전공의들의 개별 사직, 계약 연장 거부가 실제 현장에서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다른 한편으론 일각에선 구심점이 부재한 상황에서 자칫 대오를 흐트러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공의는 "계약갱신 거부나 사직서 제출에 대한 부담이 없이 3월 초부터 아예 계약을 포기하고 근무를 하지 않으면 되는 현재 인턴, 또는 의대 졸업생이 먼저 나설 수 있다"라며 "각각 레지던트와 인턴 시작에 앞서 가장 업무 부담이 큰 전공의들부터 빠져나가는 형태라면 나머지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이 상당해 개별적으로 줄사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전공의는 “단체행동이 아닌 전공의 개인의 자율에 맡겼다가 결국은 흐지부지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법적 책임을 우려해 개별적으로 움직이게 할 게 아니라,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도록 강력한 리더십과 전공의들의 단체행동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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