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건강보험 종합계획안·간호사 단독법·의료일원화 반드시 막아야

통합의 정치·큰 정치로 의료계 하나로 모으고 중소 병의원 제대로 평가받게 만들길

[의협에 바란다 기고] 이용민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40대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집행부가 4월 27~28일 임기 중 첫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있다. 의협은 정부로부터 진찰료 30% 인상 등을 거부당하며 정부와의 전면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제2기 의쟁투를 조직해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의협, 그리고 의협회장이 정부와의 관계, 그리고 투쟁 국면에서도 의료계가 원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얻어내려면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각 직역의 의료계 인사, 전직 의협 임원 등으로부터 의협이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글 싣는 순서, 마감순) 
1. 의쟁투, 선도적 입장 정리와 로드맵 발표로 회원 단합부터 이용진 미래한국의사회 사무총장
2최대집 회장, '문재인 케어 저지' 회원과의 약속 지켜라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 
3. 일차의료 의사는 아사 직전,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최우선으로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4. 의협 회장 선출제도 개편 논의할 때 송우철 전 의협 총무이사 
5.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반복된 의료계 역사 기동훈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6. 급변하는 의료정책, 회원들에게 진실한 회무를 권윤정·나인수·강봉수 대한평의사회 대표 
7.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이용민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대한의사협회 새 집행부가 들어선지 만 1년이 됐다. 관점에 따라 ‘벌써', '아직' 하는 수식어가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의협 집행부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을 줄로 믿으나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이는 각자의 위치에 따라 또 의협 회무에 대한 중요도와 우선순위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온다고 본다. 

경험상 의협 회무는 꼭 해야 하는 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 하면 안 되는 일 등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하면 안 되는 일(허용하면 안 되는 일)'이다.

문재인 케어보다 더한 포퓰리즘, 건강보험 종합계획안 꼭 막아야 

‘문재인 케어 저지’를 주 공약으로 내세운 현 집행부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공약을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공약을 '꼭 해야하는  일'로 생각하는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로 치부하는지는 회원들이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는데, 달리 말하면 꼭 지켜야 하고 막아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보건복지부가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의결하려는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안)’ 이다. 문재인 케어의 연속선상에서 향후 약 5년동안 건강보험재정 41조여원을 투입해 포퓰리즘적 의료정책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종합계획안을 접한 가입자나 공급자 모두 재정 확충안과 재정 절감안 등에 불만을 말했다.

이는 문재인 케어를 확장한 포퓰리즘적 정책이며 현 정권을 거쳐 다음 정권까지 이어지는 영세의료기관 말살 정책이다. 이번 종합계획안이 복지부의 뜻대로 확정되면 일부 대형병원은 더욱 비대해지고 검증되지 않은 한방 만성질환 관리 등 유사의료에 재정을 퍼붓는 꼴이 된다. 정작 필요한 저수가 개선과 일차필수의료 확립은 아예 물 건너 가게 된다.

실제로 종합계획안을 보면 정부의 건보재정 지원 강화법안 마련 등 실질적인 건보재정 확충 방안이나 대형병원의 환자독식과 공룡화를 막는 의료전달체계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 등은 빠졌다. 그리고 만성질환관리에 특화된 일차의료 강화, 사무장병원 단속 등 립서비스 위주이면서도 실제로는 영세 병의원에 대한 건보 지출 통제 강화에 역점을 뒀다.

특히 향후 5년간 수가인상률을 평균 2%대로 묶어두고 유형별 심사 등을 통한 삭감을 강화하며 비급여 통제, 신포괄수가제, 심사체계 개편, 의료기관 모니터링 강화 등을 망라한 '선제적 대응 중심의 재정관리'를 하겠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게 한다.

간호사 단독법과 한방 의료일원화 저지로 면허 침탈 막아야 

건강보험 종합계획 외에 의협이 꼭 막아내야 할 것이 또 있다.  '간호사 단독법'으로 대표되는 의사 직무 침탈행위에 대처하는 일이다. 이는 꼭 막아야 하지만 잘해야 본전이라 자칫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의협 집행부는 정치적 세를 앞세운 일부 직역의 의료영역 확장 시도를 반드시 봉쇄해야 한다.

수시로 의사의 진료영역을 넘보는 한방과 각종 유사의료 집단 등의 업무영역 확대시도가 치열한 만큼 간호사 단독법을 방심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온다. 과거에도 한방에 대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진입 허용과 한방물리치료 건강보험 및 자보 허용 등으로 인한 의료시장 교란이 있었다. 최근에도 물리치료사 단독법, 한방 추나요법 건강보험 허용 등 현안이 산재해 있다. 급기야 요양병원 한의사 전문의 가산제까지 도입하려 한다하니 점입가경이다.

한방은 자신들의 학문적 한계를 절감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죽고살기로 판을 키우려 한다. 의협이 여기에 말려들어 섣부른 의료일원화 논의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과거 의협 집행부 중에서도 무언가 업적을 남겨보고자 의·한방 의료일원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고사 직전 한방의 숨통만 터주는 꼴이 됐다. 한방은 주술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 의·한방 의료일원화 논의는 백해무익하며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문재인 케어와 그 업그레이드판인 건강보험 종합계획안 저지, 그리고 간호사 단독법 제정 등을 꼭 해야 할 일로 생각하는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속빈 공약으로 남겨둘지는 오롯이 의협 집행부의 선택이다.  하지만 '속빈 공약'이라는 비판과는 별개로 꼭 막아내야 할 일,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집행부가 경험이 부족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선출직 부회장에 대한 회무 배제, 투쟁기구 구성에서 특정회원 배제 등 간간이 들려오는 의협 내 불협화음은 회원들을 맥 빠지게 하고 냉소주의에 흐르게 한다. 의협이라면 분열의 정치, 작은 정치를 지양하고 통합의 정치, 큰 정치로 의료계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또한 최소한 대한민국에서 중소 병·의원은 법적이나 제도적으로 중소기업의 위상을 갖고 존중 받도록 해야 한다. 대형마트의 위세로 영세 상인들의  골목상권이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듯, 동네의원들이 의료의 최일선에서 가성비 최고의 의료를 펼치고 있음을 널리 알리고 존재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 이것은 의협이 꼭 해야 할 일이다.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일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꼭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의협 집행부가 되어주길 바란다. 한순간의 방심은 엄중한 결과를 몰고 올 수 있다.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의협의 분발을 당부한다. 의협 임원들이 하나둘씩 막중한 책임감에 잠 못 이루고 이들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내놓은 뜻이 확고하다면, 회원들은 집행부와 함께 가는 고난의 길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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