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우울증 고위험군 20%→24%…전문가들, 국가 심리 방역 시스템 '강조'

의협, '코로나 우울증'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 개최…취약계층·의료진 코로나 우울 더 취약

대한의사협회는 KMA-TV를 통해 코로나 우울증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KMA TV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코로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감염 재난 상황에서 국민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1인 가구, 정신과적 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이나 최일선의 의료진이 코로나 우울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의학과의 사회적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고 국가적 차원에선 방역과 함께 심리 방역 시스템을 함께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KMA-TV를 통해 코로나 우울증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우선 이날 간담회에선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살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최근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울증 유병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국민들의 우울척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굉장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우울척도가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일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데, 그 비중이 20%가 넘어 올해 3월에는 24%대를 기록했다.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사람도 17%나 되는 등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아주편한병원 정재훈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사회가 급변하고 개인화되면서 스트레스 수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감염 재난이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 정도가 더 높아졌다"며 "감염 재난은 죽음이라는 공포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 특히 생활치료센터에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백종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간 9.11 테러보다도 상대적으로 인명 피해가 적었던 홍콩 사스가 주변 사람과의 단절, 취약한 의료 접근성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지속되면서 자살률이 더 높다"며 "보통 재난 초기에는 함께 이겨내자는 분위기 속에서 재난 상황을 견뎌낼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어 지금부터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재훈 아주편한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문가들은 감염 재난이 개개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시기에 확진 환자들의 스트레스 정도를 1년 후에 조사한 결과, 약 4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될 만큼, 감염 재난은 장시간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훈 원장은 "개인의 성향이나 체력이 모두 다른 만큼, 개인에 따라 우울증의 정도나 기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도와 상관없이 누구라도 언젠가는 한계치에 도달하게 된다. 감염 재난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사회취약계층이 감염 재난에 더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백종우 교수는 "코로나 우울증과 일반 우울증의 진단 차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지만, 현재까지 증상에 있어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관계 감소가 가장 두드러지는 우울증 유발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사회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10대와 20대, 자원이 적은 장애인, 노인과 1인 가구, 비정규직 여성, 양육과 돌봄부담이 큰 여성 등이 코로나 우울증에 가장 취약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원장은 "1인 가구나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특히 감염 재난에 취약한데, 그렇기 때문에 지지체계 확보와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 잘돼야 한다. 또, 조금이라도 정신과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조기 치료적 개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렇다면 코로나 우울증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전환하고 국가 심리 방역 시스템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원장은 "사회적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조금 더 확충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시스템이 마련돼있어 병원을 찾기 전에 간단한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며 "치료비가 부담되는 사람들을 위해 각 지자체마다 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백종우 교수도 "방역 시스템과 함께 심리적 방역 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되는 것이 앞으로 꼭 고려하고 보완돼야 할 사항"이라며 "먼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육을 통해 재난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함께 보살펴야겠다는 마음으로 공동체 회복에 힘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주변 사람들을 발견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의료진을 비롯해 방역과 진료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심리 지원 강화책도 요구됐다.  

얼마 전 보건소의 방역 인력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우울 위험군이 33%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 인력의 피로감이 점점 커지면서 번아웃 증후군에 놓이기 직전인 것이다. 

백 교수는 "의료진들이 무너지면 방역 시스템 또한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지금껏 K-방역을 위해 힘써 온 사람들을 일선 현장과 심리상담소 연계 등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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