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단휴진 7년만에 무죄…원래 죄가 없었는데 무죄 판결에 좋아해야 하나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76화. 원격의료 반대 집단휴진 2심서도 무죄 

지난 2014년 당시 정부는 원격의료와 의료 민영화를 추진했다. 의료계는 이에 반발해 2014년 3월 10일, 하루 집단 휴진을 시행했다. 

검찰은 집단 휴진을 기획한 혐의로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전 상근부회장과 노환규 전 회장을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하고 벌금 2000만원과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2021년 10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항소심 재판부는 2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내세운 혐의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의협이 의사들에게 집단 휴진을 강요했고, 이 휴진으로 인해 의사들 간의 공정한 경쟁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이 가정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사실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의사들의 휴진 참여가 강제로 이뤄질 만큼 행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의사들에게 의협이 가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휴진으로 인해 의료 공급에 차질이 일어나 경쟁 의원이 의료비를 올리는 등의 문제가 생겼어야 한다.

하지만 의협은 의사 회원에게 강제성을 가할 만한 수단이 없다. 의사들은 의협의 의견과 권유에 자발적으로 행동할 뿐이다. 의협과 의사들 간의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고, 의협의 행동 제안에 회원 참여율이 낮은 경우도 흔하다.

2014년 당시 전국 20%의 의원이 집단 휴진에 돌입했던 건 그만큼 정부의 당시 정책이 엉터리였기 때문에 최소한의 행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을 뿐이다. 그리고 의료비는 국가가 통제하기 때문에 변동의 가능성이 없다. 결국 재판부도 이 사실을 모두 인정해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 재판 시작부터 이를 검찰이 모를 리 없었고 '억지 기소'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부에 반기를 드는 단체에 송사를 걸고 그들을 괴롭혀 재갈을 물리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지난해 공공의대와 의대 증원부터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의료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렇게라도 무죄를 받고 의료계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을 인정받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소 착잡함과 씁쓸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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