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을 위해 정부가 규제 완화를 넘어 수가 책정 등을 통한 시장 조성과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과학기술법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눔코리아 김영인 대표는 “여전히 정부나 언론에서는 산업 성장을 위해 어떤 규제가 완화돼야 하느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이 같이 말했다.
미래 유망산업으로 주목받던 디지털 헬스케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대표적으로 원격의료, 홈트레이닝은 감염 위험으로 비대면이 뉴노멀이 되면서 그야말로 상전벽해에 가까운 변화가 있었다.
미국은 팬데믹 선포 직후 원격진료가 전체 진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13%에서 13%로 100배가 늘었으며, 홈트레이닝 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펠로톤’ 대대적인 락 다운의 반사 이익을 얻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소비자 시장에서 활동하던 웰니스 기업들이 최근 헬스케어 규제 영역으로 들어오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실제 오마다(Omada)와 눔은 기존 사업 분야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업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국내 규제 이미 합리적 수준..."시장 조성 통한 산업 육성 나서야"
이 같은 역동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초기 단계인 산업의 특성상 여전히 관련 규제가 미비하거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규제는 충분히 완화된 상태인 만큼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내의 경우, 식약처가 디지털 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등 규제 측면에선 비교적 발 빠른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김 대표는 “5년 전에 비해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규제는 이미 합리적 수준으로 완화됐다”며 “이젠 정부가 시장 조성 통한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에 추진되던 정책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시켜 장기적인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현재 진행중인 만성질환관리제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연결할 수도 있고, 최근 주목받는 ESG 경영처럼 임직원 건강관리가 우수한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정책이 추진된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과 맞물려 갈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허가가 나더라도 결국 수가를 받는 예가 나와야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다”며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수가 책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사용자 유지율 확보' 핵심...산업 측면선 '데이터' 차별성 부여 고민 필요
김 대표는 정부의 역할과 별개로 기업의 관점에선 사용자 유지율 확보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험해보기 전에는 가치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경우, “구독 경제를 활용한 비즈니스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 유명 사이클링 강사들의 팬덤이 형성돼 있는 펠로톤과 명상을 사용자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잡도록 한 마보는 사용자들을 서비스에 붙잡아 놓은 성공적인 예시다.
끝으로 김 대표는 산업 차원에서는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에 차별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자체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령 어려운 과정을 거쳐 수가를 받게 되더라도 책정되는 금액은 높지 않을 것이고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며 “대신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향후 쌓이게 될 의료 데이터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모으기 보다는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최근 금융 데이터와 헬스케어 데이터의 융합이 타진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덧붙였다.
보건산업진흥원 "미국 MCIT 예의 주시...장기적으론 산업 특성 고려한 수가 시스템 정립"
박대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혁신기획팀장은 “디지털헬스케어의 수가 문제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대두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미국의 MCIT 제도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MCIT 제도는 혁신적 의료기기로 지정된 의료기기에 4년간 전국 보험급여를 제공하고 그 기간 동안 증거 사례를 수집해 최종 수가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보험급여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제품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급여 전에는 그러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환자들은 혁신적 치료법의 혜택을 적시에 누릴 수 있고 기업은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각광받았지만 안전성∙비용 효율성 등의 우려가 제기되며 당초 예정일보다 시행이 지속적으로 늦춰지고 있는 상태다.
박 팀장은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수가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며 “비용효과성이 중요한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기 전에 프랑스처럼 별도 기금을 마련하거나 싱가포르처럼 규제샌드박스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수가 법제 구축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제 실험을 진행중인 해외 동향을 지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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