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건보재정...사무장병원 등 10년간 3조4863억원 빼갔다

권칠승 의원 "환수결정 금액 3조4863억원 중 1817억원만 징수...명의 대여 의료인 처벌 강화 추진"

권칠승 의원.
경찰출신 대부업자 A씨는 한의사 B씨를 고용해 한의원을 개설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친인척과 지인 등을 외래환자로 허위 접수하고 실제로 진료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뒤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들도 입원시킨 후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발급해줘 환자들이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타기 쉽게 해주기도 했다.

A씨와 같이 의료법이나 약사법상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이나 약사 등을 고용해 의료인(약사)이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불법개설·운영하는 기관을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등이라 말한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이 과잉진료, 진료비 허위 부당 청구 등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빼내 간 금액이 최근 10년간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실제로 징수한 금액은 5.2%인 1817억원에 불과했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사무장병원 적발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적발된 불법개설기관만 1615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환수결정된 요양급여비용은 총 3조4863억원이었다.

특히 2019년 한 해 동안에 적발되어 환수결정된 금액만 9475억원에 달했다. 81억원이었던 2010년과 비교했을 때 117배나 늘어난 수치다.

불법개설기관의 환수결정금액은 ▲2010년 81억원 ▲2011년 584억원 ▲2012년 675억원 ▲2013년 1351억원 ▲2014년 2307억원 ▲2015년 3331억원 ▲2016년 4181억원 ▲2017년 4914억원 ▲2018년 3672억원 ▲2019년 9475억원 ▲2020년 6월 4291억원이었다.

불법이 적발돼 환수결정된 금액이 대체로 매년 크게 늘어난 반면 징수율은 크게 낮아졌다. 2010년 17.3%였던 징수율은 지난해 2.5%까지 떨어졌다.

최근 10년간 평균 징수율은 5.21%로, 환수결정 금액 3조4863억원 중 1817억원만 징수됐다.

징수율은 ▲2010년 17.3% ▲2011년 12.3% ▲2012년 11.6% ▲2013년 8.1% ▲2014년 8.4% ▲2015년 5.8% ▲2016년 6.8% ▲2017년 5.0% ▲2018년 7.7% ▲2019년 2.5% ▲2020년 6월 2.6%로 대체로 하락했다.

권 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의료기관 설립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무장병원 등 불법개설기관에 의한 건보 재정 누수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명의를 대여한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 강화는 물론 형사처벌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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