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교수의 호소 “전공의들 몹쓸 사람 만든 정부…한국 의료 명맥 끊길 위기”

서울아산병원 최세훈 교수 “피해는 환자·교수·전공의 모두가 보게 돼…정부는 사과하고 정책 원점 재검토해야”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들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뛰어다니며 일하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잘못한 게 없다. 잘못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데 나라에서 전공의를 천하의 몹쓸 사람들로 만들었다. 그 피해는 환자, 교수, 전공의 모두가 보게 된다.”
 
지난 3월 25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최세훈 교수(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는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하고 사직 전공의들을 악마화한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데드라인인 4월 말이 임박해 오면서 더 이상 두고볼 수만은 없어 인터뷰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정부가 여전히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4월 25일이면 의대 교수들의 사직 효력이 발생하고, 5월이 되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대거 유급도 불가피하다. 대한민국 의료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급속한 붕괴의 초입에 서있는 셈이다.
 
2003년 전공의 생활을 시작한 후 최 교수는 20년 넘게 흉부외과 의사로 살아왔다. 힘들기로 악명 높은 흉부외과지만 최 교수는 지난 20여 년 동안 “행복했다”고 했다.
 
흉부외과 전공의는 전국적으로도 귀한 존재다. 당초 올해 흉부외과 전공의 1년차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이들까지 합해도 전공의 수는 전국에서 107명에 불과하다.
 
그 와중에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는 전국에서 흉부외과 의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었다. 실제 이번 사태 전까지만 해도 전공의 16명, 전임의 15명가량이 교수들과 손발을 맞춰왔다. 죽을 고비에 있던 사람들이 그들의 손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30여 명 중 4명가량만 병원에 남아있다. 정부의 의대증원 2000명 강행의 여파로 국민들의 생명을 살려온 흉부외과 의사들을 대거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최 교수는 육체적인 피로보다도 정신적인 타격이 더 크다고 했다.
 
그는 “몸이 힘든 건 견딜 수 있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다. 전공의들이 있었다면 수술해서 완치시켰을 환자들을 지금은 다른 방법들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건데 (지금은) 못 하는구나’라는 걸 느낄 때마다 초라해진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100%로 일할 때에 비해 수술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특히 어려운 수술들은 계속 미루고 있다”며 현장의 어려운 실정을 전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여전히 정책을 밀어붙이고 전공의들을 매도하는 것과 관련, 의료계에선 정부를 향한 분노와 체념의 정서가 팽배해 있다며 사과와 정책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자부심을 갖고 버텨오던 필수과 교수들부터 먼저 사직하게 될 거다. 정부가 사과하고 정책을 원점 재검토해서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의료가 무너진다”며 “일방적으로 (전공의들을) 두드리더니 1000명으로 줄여줄 테니 돌아오라는 건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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