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지원자 0명 병원 11개 달해

[2024년 전공의 모집 결과] 한때는 100%도 넘었지만 전년 85%에서 81%로 소폭 하락…'사명감' 지키고 싶은 젊은의사들 '기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올해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자 수가 85%에서 81%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련의 응급실 뺑뺑이 사건, 응급의학과 의사의 형사 처벌 사건 등 악재에 비하면 감소세가 심각하진 않다는 반응이지만 2021년도까지만 해도 매년 지원율이 100%를 웃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응급의학과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선호도가 감소한 것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모집정원의 50%도 채우지 못한 병원은 물론 지원자가 아예 없는 병원이 증가하면서 당장 어떻게 응급실을 운영해야 할지 걱정하는 병원들이 늘어났고, 이러한 업무 부담이 향후 소신에 따라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려던 젊은 의사들의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전국 55개 주요 수련병원의 2024년도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모집 현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응급의학과 모집 정원 168명 중 지원자는 136명으로 충원율이 81%를 기록했다. 

지난해 2023년도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모집 때 메디게이트뉴스가 수집한 전국 55개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충원율이 85%였던 것과 비교하면 4%p 감소한 것이다.[관련 기사:응급의학과도 전공의 미달 속출...센터만 늘고 정작 응급의학과는 역할 축소]

2022년까지 지원율 100% 웃돌던 응급의학과…80%대로 추락, 지원자 0명 병원도 11곳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일찌감치 현장에서 예견된 사실이다.

올 3월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책임을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 묻고, 응급실에 찾아온 대동맥박리 환자를 빠르게 진단하지 못해 혼수상태에 빠지게 했다는 이유로 당시 응급의학과 1년차 전공의였던 의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 속에 정부는 중증 응급환자의 응급실 수용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정책을 준비하면서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자괴감은 커져갔다.

실제로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1월 24일 성명서를 내고 "법적 소송의 불안감이 응급의료 현장에서 의료진들을 몰아내고 있다"며 "시급한 응급의료 문제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자고 의과대학 정원확대를 주장하는 현재의 상황에 심한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고 정부 정책에 비판을 제기했다.

나아가 "현장의 응급의료진들을 남아있게 할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할 수없이 응급실에 종사하는 낙수인력을 늘리겠다는 것은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 망언이다. 우리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이날까지 버텨왔다"며 "더 이상 의료진을 겁박하고 쥐어짜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진심으로 국민들과 의료계의 발전을 함께 할 동반자적 입장으로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한다"고 촉구했다.

현직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불안감은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에게도 퍼졌고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급감할 것이라는 흉흉한 이야기마저 돌았다.

역대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을 살펴보면, 2017년 103.7%, 2018년 97.6%, 2019년 98.8%, 2020년 102.4%, 2021년 101.8%, 2022년 98.8%로 줄곳 지원자가 모집 정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2023년에는 지원율이 85%로 떨어졌고, 2024년에는 81%까지 감소했다.

물론 예상했던 만큼 큰 폭으로 지원율이 감소하진 않았지만, 응급의학고 전공의 모집은 2년 연속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3년 전공의 모집은 정원이 미달인 곳이 55개 수련병원 중 15개였고 지원자가 아예 0명인 곳은 3곳에 불과했는데, 2024년은 정원이 미달인 곳이 55개 수련병원 중 23곳으로 늘었고, 지원자가 아예 0명인 곳은 강북삼성병원, 광명성애병원, 동국대일산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인제대일산백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등 7곳에 달했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중 2024년도 전공의 지원자가 0명인 수련병원은 무려 11곳에 이른다.

사명감 따라 응급의학과 선택하는 젊은 의사들 외부 환경에 '흔들'…전공의 미달 악순환 '우려'

젊은의사협의체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일산동국대병원 응급의학과 이경민 임상조교수는 "필수의료가 아무리 기피 대상이라고 할지라도 의사들 중에는 외부 환경이나 분위기와 상관없이 필수의료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항상 일정 정도 있었다. 실제로 젊은의사포럼에서 실시한 실문조사에서도 필수과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의사들이 이기적이고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해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명감으로 의사를 하는 이들이 분명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주변 환경들이 점점 더 이러한 신념있는 의사들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임상조교수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필수의료를 지원한다고 하면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을 한다. 이렇게 힘들고, 상대적으로 보상도 적은데 왜 바보처럼 필수의료를 지원하려 하냐는 우려섞인 시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명감으로 필수의료를 선택하려던 젊은 의사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으로 지원자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종식됐음에도 지원율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다. 올해 젊은 의사들은 자신의 신념을 우선하기 전에 열악한 응급의학과 근무환경과 분쟁 위험성 등 주변 환경 변화가 향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전공의 전체 지원율이 소폭 감소한 문제보다 일부 수련병원이 전공의 정원의 50%도 채우지 못하고, 일부는 아예 지원자가 0명인 곳도 나왔다는 것이 큰 우려라는 지적이다.

이 임상조교수는 "응급실은 아무리 인력이 부족해도 결코 문을 닫을 수 없다. 부족한 인력을 쥐어 짜서라도 어떻게든 돌아가는 곳이 응급실이다. 타과는 외래나 수술을 줄이는 등 업무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응급실은 밀어 닥치는 환자들을 거부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부족한 인력으로 어떻게든 운영돼야 한다"며 "당장 인력이 부족한 곳에서 고생할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미달이 된 병원들은 내년에도 전공의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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