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파국으로 치닫는 의대 정원 증원 논란…우리나라의 미래는?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하지 않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지 약 8개월이 흘렀다. 정부 정책에 반대해 미래를 내던지고 사직 및 휴학한 전공의, 의대생들의 복귀는 여전히 묘연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논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내년도 의사 배출은 물론 의대 교육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보수 논객인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도 현 윤석열 정부에 경고장을 날렸다. "윤석열 정부의 최고 위험은 의대 증원 문제라고 꼽으며, 이대로 가면 3년을 못 간다"는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던 이 교수에게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들어본다.
①향후 10년 전문의 배출 중단될 수도…"더 큰 혼란 막을 차선책은 2025학년도 입시 포기 뿐"
②'퍼펙트 스톰'을 향해 나아가는 정부…"내년도 신입생 뽑으면 3~4월 정권 위기 맞닥뜨릴 것"
중앙대 법대 이상돈 명예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법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30여 년동안 중앙대 교수로 재직했다. 월간조선, 조선일보에 정치 칼럼을 기고하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정치쇄신 특별위원을 지냈고,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에 입성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는 의대를 6년제에서 5년제로 줄이는 수를 써서라도 의대 정원 증원은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현 정권이 내년 3~4월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중앙대 법과대학 이상돈 명예교수는 필수의료 의사 부족 해결을 위해 의사를 늘린다는 정책이 아닌 필수의료를 푸대접하는 우리 사회를 비판하며 의대 정원 증원이 아닌 저수가와 의료사고 부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메디게이트뉴스 본사에서 진행된 이상돈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진짜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책은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건강보험이 가장 문제다. 건강보험을 설계한 사람들도 그 당시 평균 의료 원가의 반 정도로 수가를 책정했다고 한다. 대신 그 적자를 다른 것으로 메우라고 했다. 비급여로 적자를 메우는 방식이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비급여도 물론 국민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인데, 본연의 의료가 위험할 정도로 비급여 진료에 편중되는 사태는 문제라고 본다.
원점에서 말하자면 생명을 구하는 의사들을 대우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본다. 사회적으로 대우하고, 경제적으로 대우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고난도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surgeon)들이 굉장히 좋은 대접을 받는다. 외과의사가 탄생한 배경은 남북 전쟁을 계기로 보는데, 그때 마취가 생겼다. 당시 전쟁에서 팔다리를 다치면 무조건 죽었지만, 외과 의사가 생기면서 팔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됐다.
미국은 그 이후에도 1, 2차 세계대전도 있었고 베트남 전쟁도 있었다. 총기 사고도 많이 나다 보니 외과 의사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그래서 미군 육해공군에는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이라는 지위가 있다. 장성급 의사다.
미국은 외과의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식이 잘못돼 있다. 변호사들은 외과의사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다.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라면 의사를 상대로 형사처벌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생명을 구하는 필수의료는 그 자체가 고위험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의사가 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사에 대한 사회적 존중도 없고, 사회적 인식이 잘못된 점이 많다.
Q. 의료계는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송에 대한 부담으로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법학 전문가로서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사고를 일으키는 사람의 도덕적인 책임, 윤리적인 책임까지 묻는다는 판결이 추세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추세로 바뀌었다.
미국에서도 1970년대 들어서 의사들이 드는 책임보험의 한도액이 5배로 뛰었다. 미국에서도 1960년대에서 1970년대, 1980년대를 넘어가면서 의료사고 책임보험료를 개인이 감당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우리나라도 의료계가 책임보험을 자체적으로 조장하는 구도를 만들었어야 했다. 문제는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저수가에서 어떻게 보험료를 내는지 하는데 있다.
우리나라에선 트럭 운전사가 책임보험을 들지 않은 채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필수의료와 같이 생명을 구하는 의료는 위험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최근 15~20년전에 비해 변호사 수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변호사가 의료 소송을 전문으로 한다는 광고도 많이 늘어난 부분도 있다.
Q. 전공의 사직으로 군의관 수도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사직이 군의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 지 궁금하다.
군대에 있는 병사들은 자신이 부상 당해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군인들에게 그런 희망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대 정원 증원을 계기로 전문의들의 대가 끊기면서 군의관 숫자도 줄어들면 문제가 커진다.
우리나라는 특히 징병제이기 때문에 잘 키워낸 전문의를 대위, 소령으로 임관해 3년간 복무하게 한다. 이런 제도 자체는 너무 좋지만 정부 스스로가 이 제도를 깨버렸다.
현재 지방에서 고난도 고위험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가 얼마나 있는 지도 의문이다. 이전에 속초에서 병사 하나가 민간 병원에 가서 사망한 사건도 있지 않나.
군 병원이 더 잘해서 민간에서 위급한 환자는 가까운 군 병원에서 살릴 정도가 돼야 하는데 문제가 많다.
전공의도 배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슨 군의관이 나오겠나. 이제 사직 전공의들은 사병으로 군대에 가야하는데, 의사를 사병으로 군대 보내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이게 얼마나 인적 낭비인가.
일각에서는 의무사관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뭘 모르는 소리다. 미국은 징병제를 폐지했기 때문에 군이 유지되기 위해 국가가 의대에 가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서 의무 복무를 시킨다. 이렇게 배출된 의사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이 중요한데, 미국은 군대 자체에 훌륭한 병원이 많아서 미군에서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무사관학교를 만들면 우수한 학생은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배출된 학생들을 훈련시킬 병원이 없어서 불가능하다.
군대는 언제나 사고가 날 수 있는 확률이 많은 곳인데 군의관이 없으면 대처를 할 수 없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앞으로 군대에서 사고도 안 나게 훈련도 안하고 작전도 안할 것인가?
Q. 2025학년도에 발생할 일들을 예측해 본다면?
이대로라면 희망적인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악은 지금 휴학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내년에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대들이 2025학년도 신입생만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교수들도 모두 그만둬야 하고, 교육병원도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정부가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2025학년도 신입생을 뽑는 방법으로는 수습이 안 된다. 큰 위험보다 작은 위험을 택하는 것이다. 의대 입학 시험을 포기하는 것이고, 더 큰 위험은 무리하게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뽑아 난장판이 되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현 대학병원들이 언제까지 이 진료를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말이 되면 성적표가 나와서 회계 보고도 하는데, 그때가 되면 병원들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현 정권이 이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는 넘어기더라도 내년 3~4월에는 아마 정권에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료와 대학의 위기와 더불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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