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인정해야 그대로 따라가는 국내 백신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

강윤희 전 식약처 위원 "국내 평가 기준은 전무...4-1‧4-2 검토 기준 모두 인과성 인정돼야"

식품의약품안전처 강윤희 전 임상심사위원(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사진=실시간 온라인 줌 화상회의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의 이상반응 인과관계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상황에 맞는 인과관계 분석이 전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인과성이 인정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주장의 골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강윤희 전 임상심사위원(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은 7일 의료윤리연구회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백신 이상반응 인과관계 평가 문제는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때부터 큰 논란을 빚어왔다. 인과관계 평가 과정에 피해자 가족들이 참여할 수 없을뿐더러, 평가 결과에 대한 상세한 결과조차 알 수 없다 보니 인과성이 인정된 사망 2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불인정되는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국내 인과성 평가기준 전무…해외 분석하기만 기다려
 
비슷한 맥락에서 이날 세미나에서 강 전 심사위원은 국내 인과관계 평가 기준이 근거가 없고 피해보상심의위원회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국내의 인과성 평가는 유럽의약품청(EMA)의 약물안전성관리위원회(PRAC)처럼 총계분석(aggregate analysis) 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준의 인과관계 근거 조차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강 전 심사위원은 "국내 인과성 평가 기준은 근거가 없다. 이는 질병관리청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총계분석을 하지 않음으로 국내의 자립적 인과관계 분석이 전무하고 해외에서 인정했는지 여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사례가 적은 희귀 부작용은 절대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평가 기준에 대한 이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피해보상심의위원회는 회의록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지는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며 "조건부 허가 백신임에도 동의서도 받지 않고 환자를 접종하고 이후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많은 4-1‧4-2 검토 기준, 모두 인과성 인정해야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인과성 검토 기준 4-1(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과 4-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도 제기됐다. 인과성을 인정해 주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인위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강 전 심사위원은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한 4-1과 4-2의 경우를 모두 인과관계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강 전 심사위원은 "4-1은 원래 백신 외 다른 설명 가능한 요인이 없어 원래 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는 2에 해당하지만 국내에선 해외에서 아직 인과관계를 평가하지 않았고 따라서 백신의 ‘허가상 주의사항’에 기재되지 않은 경우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4-2도 원래 해외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해 백신의 허가상 주의사항에 기재돼 있는 경우에 해당하나 국내에선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정도로 평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1의 경우는 개연성이 인정되는 2번사례로, 4-2는 인과성에 가능성이 있는 3번사례로 인과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국내 인과성 검토 기준은 해외에서 인정했느냐가 절대 기준이고 그마저 기저질환이 있으면 절대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백신안전성위원회 평가, 데이터 저평가 등 부실 우려 있어
 
강 전 심사위원은 국내 백신안전성위원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앞서 2021년 11월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인구집단에서의 백신 안전성을 연구하기 위한 의학한림원 내 백신안전성위원회가 발족됐다.
 
이어 위원회는 지난 3월 4일 급성심근염에 대해선 인과성을 인정했지만 급성심낭염은 근거 부족, 급성심근경색은 통계적 유의성은 인정됐으나 인과성이 불인정됐다.
 
강 전 심사위원은 "백신안전성위원회에서 시행하는 연구는 능동적 감시가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가 저평가되는 등 부실 우려가 있다. 해당 데이터가 개별사례 인과관계 평가에 결정적이지 않음에도 지나친 근거적 활용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EMA나 일본 등의 사례에선 보통 백신 부작용을 평가할 때 하위레벨을 쪼개지 않고 병태생리학적 관점에서 공통적인 범주는 묶어서 분석하도록 한다"며 "반면 위원회는 하위범주를 다 쪼개서 평가했다. 이런 추정 발표는 해도 안 되고 인과관계 평가에 있어서 기여할 부분도 적다"고 설명했다.
 
명확한 과학적 인과관계 한계 있어…정책적 결정 필요한 부분
 
한편 명확한 과학적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상반응의 과학적 규명과 피해 보상은 다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이윤성 원장은 "수년에 걸친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 삼성 노동자들과 암과의 인과성 등 과학적 인과관계는 명확히 판단하기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애매한 것이 있다면 여기엔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 4-1과 4-2를 원래 보상하지 않는데 불만이 나오니 떡값 주듯 달래는 것처럼 보여 오히려 궁여지책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도 "과학적 인과성을 바로 정확히 입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의학자들의 인과성 입증과 보상체계는 다른 노선으로 가야한다. 입증과 별개로 보상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인숙 전 국회의원은 "인과관계 입증이라는 여러 전례가 있지만 이번 코로나 상황은 전무후무한 전 인류적 재앙이기 때문에 보상에 있어 정무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기저질환이 없던 분이 갑자기 아프게 된 것은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며 "백신도 충분히 맞고 피해 보상도 충분히 해주는 식으로 가야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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