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살린다더니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 일본 1/10수준, 대만 1/5 수준 불과

지난해 법 개정으로 국가 100% 부담하지만 금액·대상 모두 한정적…일본은 최대 2억 7500만원 보상, 대만은 소아까지 대상 확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사의 과실이 없음에도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환자의 피해를 국가가 전액 보상해주는 제도가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일본, 대만 등 이웃 국가와 비교할 때 그 보상 수준과 범위가 모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를 약속하며 의료개혁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 전공의 기피를 막을 수 있는 의료사고 국가책임제와 관련한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료법학회가 발간한 '의료법학' 제25권 제2호에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사업의 범위 확대에 관한 고찰'(제1저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에서 우리나라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분만사고에 한해 3000만원 보상금 국가 책임

우리나라에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가 도입된 것은 2011년 4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등에 관합 법률'이 제정되면서 부터다.

당시에는 저출산과 함께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산부인과 기피현상의 대응으로 산과 중 일정 범위의 사고에 한해 불가항력 의료사고 시 국가 주도 하에 조성된 기금으로 국가가 환자 보상의 70%를 부담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전환되며 의료계로부터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정부의 보상금액이 최대 3000만원으로 실제 민사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나오는 손해배상금 약 1억원 대에 비해 너무 낮아 실효성이 떨어져 일각에서는 산과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일본은 최대 2억 7500만원, 대만은 최대 1억 7000만원 보상…대만은 소아까지 확대

가까운 나라 일본 역시 산부인과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유사한 내용의 산과 무과실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산과 무과실 보상제도는 대상과 범위가 제정 이후 개정되면서 그 범위를 확장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분만사고로 인해 사상을 입은 아동에 대해서는 간호․ 개호를 실시하기 위한 기반 마련 자금에 해당하는 준비 일시금으로 600만 엔, 간호·개호 비용으로 매년 정기적 지급인 보상 분할금 총 2400만 엔(연간 120만 엔 × 20회)의 합인 3000만엔을 상한으로 하며, 이는 아동의 생존 혹은 사망을 묻지 않고 제반 사정을 참작해 보상금을 책정하게 된다

대만도 저출산 현상에 따흔 우려로 출산 장려와 함께 분만사고로 인한 위험의 국가 부담을 위해 2011년 분만사고에 관한 분쟁 처리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실시했다.

대만은 2014년 해당 시범사업 내용을 구제조례로 제정했고, 2018년 산모의 사망과 신생아 및 산모의 장애에 대하여 보상의 상한선을 두 배로 상향 조정함으로써 보상금액을 증액했다.

이에 태아 또는 신생아 사망 시에는 최고 30만 대만달러(약 1200만원)를 산모의 자궁적출술로 인한 생식기능 상실 시에는 최고 80만 대만달러(3300만원)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사고 유형에 대한 보상금의 상한액을 최대 두 배에 이르기까지 증액했다.

저자는 우리나라 제도가 일본, 대만과 비교할 때 보상금액이나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최대 3000만원이지만, 일본은 최고 3000만엔(한화 약 2억 7500만원), 대만은 최고 30만~400만 대만달러(한화 약 1200만원~1억7000만원)로 두 나라와 비교해 터무니 없는 수준이다.

보상의 대상 역시 우리나라는 산모, 신생아, 태아의 사망, 신생아의 뇌성마비로 제한돼 있는데, 일본은 뇌성마비 신생아로서 출생체중을 삭제하고 재태주수를 줄임으로써 보상 대상 기준을 확대했고, 대만 역시 산모와 신생아의 사망 또는 장애, 태아의 사망, 산모의 자궁적출술로 인한 생식기능 상실로 우리나라에 비해 그 대상 범위가 넓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나라는 향후 분만사고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보상 대상 기준과 금액을 의학계의 의견과 물가상승율을 반영하여 시의적절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중 중대한 의료사고로 대상 확대…소청과 존립 위해 필요

또 최근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를 '분만'에만 한정하지 않고 소아청소년과 진료 중 발생한 중대한 의료사고로 그 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는 데 대해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함께 소아청소년과의 기피 현상이 극심한 점을 근거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진료대상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시술이나 수술행위가 거의 없으면서 진료대상 당 소요되는 시간이 높아 진료 수익이 낮아 전공의들이 기피가 심각하다. 

전국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모집에서 지원자 수를 살펴보면 2019년에는 정원의 99.0%로 높게 나타났으나 2020년 75.2%, 2021년 35.8%로 급감했고, 그 현상은 더욱 심화돼 2022년 26.6%, 2023년 16.3%, 2024년 25.5%로 집계됐다.

저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경우 해당 진료과목에 대한 양질의 의료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소아청소년과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받게 되는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 완화를 위해 소아 진료에 관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관한 국가의 보상정책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대해 "산과를 기피하는 경향을 개선해 산과 의료인력에 관한 의료제공체제를 확보하고, 분만사고로 인해 발생하게 될 환자 측의 경제적 부담을 보상을 통해 완화하고 안전한 분만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현행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사업은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 중 일정한 조건을 충족했을 때 3000만원의 한도 내에서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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