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사건, 의료정책과 제도의 문제인데 의사에게 비난의 화살 겨냥할 뿐

[칼럼] 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소속 병원의 뇌혈관 외과 교수 두 분 중 한 분은 해외 출장으로 다른 분은 지방 출장으로 개두술 대신 뇌혈관내시술로 지혈을 시도했으나 결국 개두술을 위해 서울대병원에서 클리핑 수술을 받게 한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다.

그러나 클리핑도 출혈 후나 출혈 중 수술 과정은 매우 힘들고 위험한 수술인 것도 사실이다. 이미 출혈로 혈종이 들어찬 상태에서 다른 혈관의 손상을 주지 않고 뇌동맥류의 목을 클립으로 조여 막는 수술인데 출혈하고 있는 뇌동맥류로 접근하는 것 자체도 힘들고, 뇌동맥류의 생김새나 파열된 형태가 클리핑 기구의 적용이나 수술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뇌동맥류는 출혈로 인한 극심한 두통이 시작될 때까지 진단이 힘들고 사망률이 50%에 달하고 15%의 환자는 병원 도착 전 사망한다. 살아남은 경우도 60%에서 후유장애를 만들어 내는 위협적인 질환이다. 그러나 용케도 출혈 전 발견된 뇌동맥류의 수술 성공률은 높은 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혈 후 곧바른 응급처치와 적절한 처치로 파열된 뇌동맥류의 지혈과 출혈 재발을 막기 위한 처치로 혈관내 작업인 코일링이나 두개골을 열어 클리핑을 해야 하는 개두술이 필요하다.

이미 출혈로 인한 뇌혈종 형성과 주변 조직에 대한 압박으로 여러 가지 부차적인 신체적 증상도 만들어 내기에 적절한 응급조치 그리고 진단과 치료로 이어지는 과정이 잘 훈련된 고도의 기술과 여러 임상과의 협력에 의한 팀접근 방식이 절대적이다. 

필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성형외과 전공의교육 중 저년차 외과공통교육의 한 과목으로 신경외과전공의 생활을 Toronto General Hospital(TGH)에서 3개월 했다. TGH는 토론토 시내 10개가 넘는 토론토 대학수련병원 중 신경외과중환자실을 보유한 신경외과가 특화된 병원이었다. 물론 토론토 시내에서 뇌동맥류 수술을 할 정도의 다른 교육 병원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TGH는 토론토시와 북온타리오의 광대한 지역에서 오는 신경외과 응급 환자도 책임지역이었다. 신경외과 교수는 5-6명 정도가 근무했고 이를 보좌하는 전임의도 몇 명 있었다. 전공의는 신경외과 전공의 2년 차 한 사람과 외과공통교육을 위해 성형외과와 타 외과에서 순환근무로 파견된 저년차 전공의 2명이 전부였다.

적은 전공의에도 불구하고 신경외과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제로 토론토시 전부와 온타리오주 전체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신경외과 중심기구로 뇌혈관질환, 뇌출혈, 뇌손상, 뇌종양 등 6개 병상의 신경외과 중환자실은 항상 바쁜 일상을 보내야 했다.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의 중간단계인 병실인 Progress Unit도 존재해 항상 중환자실 병상 순환이 잘되도록 조정하는 것도 전공의의 중요한 임무였다.  

TGH 신경외과가 중심이 돼 신경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다른 병원과 공조로 응급 당직병원 개념이 존재해 동맥류파열 등 신경외과 긴급환자가 발생하면 상호 협력이 가능한 체제를 갖췄다. 캐나다도 의사가 풍부한 나라도 아니다. 전문의를 필요 이상 생산하는 나라는 더욱 아니다. 신경외과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보건의료제도에서 필요한 만큼만 소수의 전문의를 양성하고 있다. 전공의교육은 공공의 몫이다.

캐나다는 신경외과로 양성된 전문의는 신경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 단위 고용이 통상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 처럼 단독개원으로 일반의가 하는 일부터 신경외과 관련 비수술적인 업무를 하는 것이 신경외과 전문의가 하는 직무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은 여러가지 이유로 의사가 훈련받은 전문지식과 술기도 펼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토론토와 같이 대도시에 한 개의 의과대학이 존재하는 경우 이러한 특정 고부담 질환에 대한 당직 병원제도의 체제구축은 여러 의과대학이 존재하는 대도시보다 훨씬 용이하다.

아산병원의 사례를 보아도 병원 규모가 아무리 커도 이런 특수질환에 대한 대비는 광역적이고 여러 병원간 협치와 공조 체제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부는 응급센터 지정과 같이 공공의 지원을 바탕으로 특수질환에 대한 대비를 위해 공조 체계를 지원할 의무가 있고 이런 것이 진정 의료의 공공성 강화로 보인다.    

신경외과중환자실을 별도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신경외과 세부전문의 이외에 환자 1인당 하루 3교대가 필요한 전문간호인력, 인공호흡기 관리를 위한 인공호흡기관리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인력이 투입된다. 그리고 신경외과 수술 중 혈압과 뇌압의 조절과 유지 등 신경외과수술에 정통한 마취인력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응급수술을 위한 예비수술실의 확보도 필요하다. 아마도 6병상의 신경외과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비용이 우리나라의 웬만한 준종합병원 운영예산과 맞먹을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런 고급 중환자실의 운영자금은 공공의 책임이다. 

신경외과 교수진의 당직제도도 잘 정착돼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매우 바쁘게 움직이는 주임교수, 과장급 전문의가 신경외과의 중심이나 은퇴 연령이 다된 원로급이나 전문의가 된 지 얼마 안 되는 전임의 모두가 당직근무를 나누고 있기에 가능하다. 당직을 분담하기에 야간 진료가 가능하고 고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수술의 수가도 야간 할증으로 적정보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신경외과 수술이 가능한 제2, 제3의 병원도 순환 당직병원의 역할을 나누고 있다.

뇌동맥류파열과 같은 고부담 고난이도의 적절한 처치는 신경외과, 순환기내과, 마취과, 전문간호인력, 중환자실 등 집중 치료를 위한 진료진과 관련 시설이 잘 구비돼야 한다. 특정 분야에 대한 당직 제도가 광역단위에서 구축되지 않으면 적절한 치료로 이어지기는 매우 힘든 것이다. 

최근 스페인 카탈류냐 바르셀로나의 신경외과에서 나온 뇌동맥류 치료에 관한 논문에서 수술 성과가 양호하게 나온 이유로 바르셀로나 5개 병원이 참가하는 신경외과 당직병원제도를 언급하고 있다. 잘 구축된 신경외과 응급체계로 초기의 적절한 치료적 개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은 최고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의료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회적 제도는 아직도 발전 중이다. 정부는 의료 공공성 강화를 외치고 있으나 의료 관련 각종 구체적 제도와 체제(system)구축에서 의료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개선의 여지가 도저히 보이지 않는 심각한 의료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에 대한 만성적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이런 의료환경의 압박은 필수 의료와 외과계 기피라는 의료인력 양성의 난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불합리성의 와중에 우리 사회는 의료에 대한 부정적인 사태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정책과 제도의 문제가 아닌 의사에게 겨냥하고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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