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티의 미국의사일기] “그레이 아나토미”? 여기서도 일년차는 일년차

#1화. 전공의는 전공의일 뿐이야



#1화. 전공의는 전공의일 뿐이야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마치고 미국 의사시험을 거쳐 작년 7월, 미국에서 내과 1년차를 시작했다. 

의대생 때 즐겨 보던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와 같은 미국 드라마처럼 멋진 교수님과 선배들 사이에서 근무복을 펄럭이며 뛰어다니는 상상도 잠시. 한편으로는 미국 남부 텍사스주의 병원에서 일하게 된 만큼 인종차별, 총기 사고, 마약 등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향했다.

새 시스템, 언어, 사람들에 적응한다고 매일 퇴근해서 주룩주룩 울던 늦여름, 늦게 찾아온 외로움과 함께했던 가을을 지나 이제 6개월차, 인턴  중반에 돌아본 미국 전공의의 현실은 막상 별다를 게 없었다. 
 
미국에서는 1년차를 인턴(intern)이라고 부르지만, 특정 과에 소속되지 않고 한 달마다 과를 바꾸어 가며 일하는 우리나라의 인턴 제도와는 달리 레지던트 1년차를 일컫는 단어다. 조금 더 많은 지도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역할이 확장되고 더 많은 책임이 주어지는 2년차부터는 상급자(upper level) 또는 시니어 레지던트(senior resident)라고 부른다.

매일 새벽에 출근해서 환자를 보고 기록을 쓰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뚫고 환자들과 동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일상. 영어로 발표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매일 심호흡하고 임하던 아침 회진도 마음이 조금씩 편해져 가고, 동기들 중 마음을 터놓고 퇴근 후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친한 친구들도 생기고, 쉬는 날에 만날 사람들과 들를 곳들,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한식 레퍼토리가 늘어나면서 이곳에서의 생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결국 여기나 거기나 전공의는 전공의,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귀를 울린다. 한국과 많이 다르면서도 많이 비슷한, 미국에서의 내과 전공의 생활에 대해 이제부터 그려 보고자 한다.

※메디게이트뉴스에 격월로 게재될 예정인 황지민 미국 의사 겸 작가의 연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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