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교수 "가정혈압 측정·관리 중요…이뇨제 포함 3제복합제 '안전' 기반으로 처방해야"

"정확한 혈압 기반의 처방 이뤄지려면 '7·2·2' 최우선, 적어도 10번 이상 측정 권고...의사도 환자 상태 맞춤형 처방 필요"

사진 =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약 1207만명, 국내 성인 인구 28%가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고혈압 환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치료율도 나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혈압이 목표치 이내로 강하·유지되는 조절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2제 이상의 항고혈압제 병용처방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대한고혈압학회가 발간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1에 따르면, 2제 이상 병용처방은 59.4%로 단일 약제 처방 보다 높게 나타났고 이중 2제 병용은 43.4%, 3제 이상은 16.0%로 분포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는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고혈압 진료 현황과 변화하는 가이드라인(지침) 등을 소개하면서, 환자별 맞춤 처방·병용요법 후 모니터링·사후관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삶의 질 높이고 의료비 절감…초고령 사회 목표혈압은 '130/80mmHg 미만'

오는 11월 열리는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인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학회는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해당 수치는 심혈관질환 병력자와 고위험군에 제한적으로 적용한다. 합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 환자는 기존의 140/90mmHg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유럽 고혈압 지침을 준용해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을 진단에 추가하고 치료 중 백의비조절고혈압과 가면비조절고혈압 등도 정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번 지침은 고혈압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에서 '올바른 혈압 측정'을 기본으로 하고, 진료실 밖 혈압인 가정혈압과 활동혈압 등의 측정을 강조했다.

고혈압학회 총무이사를 역임 중인 이해영 교수는 "미국, 유럽 등에서 130/80mmHg 미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국내 역시 그 트렌드로 가고 있다. 국내 의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가량이 기준 변화에 동의한다고 했다"면서 "다만 해당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고혈압 유병률이 40%에 이르는 만큼 전제 조건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문제를 고려해 부분적으로 130/80mmHg 미만 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국내 수명이 60~70대였을 때는 66세의 136/79mmHg인 환자에게 혈압약을 추가하기는 어렵다. 반면 80~90대로 수명이 늘어난 현 시점에서 해당 수치를 조절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혈압으로 인한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합병증 발병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환자 삶의 질과 의료비, 건강보험 재정 등을 고려해 혈압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미다. 

고령화로 증가하는 고혈압 환자 수·낮아진 조절률, 개선하려면? 

그래프 = 위부터 고혈압 유병자 중 성별·연령별 조절률, 고혈압 약제 처방 변화(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팩트시트2021 일부 발췌)

문제는 당뇨병, 고지혈증 보다 약제로 관리가 잘 되는 질환임에도 고혈압 조절률이 44%에 그친다는 점이다. 임상현장에서 조절률 개선을 위해 ARB(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CCB(칼슘길항제) 등 2제 이상의 복합제 사용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고혈압학회 조사에 따르면 단독과 병용을 포함해 항고혈압제 처방률은 ARB가 72.5%로 가장 많았고, CCB 60.9%, 이뇨제(Diuretic·DU) 24.7%, 베타차단제(BB) 15.7%,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1.8% 순이었다. 

이 교수는 "최근 2제, 3제 복합 처방이 증가하고 있고,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국내 제약사들도 복합 개량신약을 내놓고 있다. 환자의 고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고 해서 강한 처방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데, 의료진들이 처방을 내릴 때 가장 우선에 둬야 할 점은 '효과' 보다는 '안전'"이라고 말했다.

고혈압은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며, 환자 대다수가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최근 ARB+CCB 병용요법으로도 조절이 안 되는 비율이 25% 정도로 알려져 있고 국내 진료현장은 매우 바쁘다 보니 높은 효과를 보기 위해 이뇨제를 첨가하는 경향이 증가했는데, 사실상 이뇨제 첨가까지 필요한 환자는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정도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민 전체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즉 100%의 국민을 모두 챙기는 의료제도다 보니 접근성이 높아져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다수 병의원에서 고혈압환자를 볼 때 3분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바쁜 진료현장에서 혈압을 측정하다보면 실제보다 다소 높게 측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하게 측정된 진료실혈압에 기준을 맞추면 일부 환자는 자신의 상태보다 약을 다소 세게 처방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의료진들이 2제에서 이뇨제를 첨가하는 3제로 처방을 바꿀 때 1:1:1의 비율보다는 '양념을 치듯' 이뇨제를 부분적으로 첨가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사는 자판기가 아니다"  환자 개별적 상태 고려한 맞춤 처방 필요 

현재 혈압조절이 잘 안되는 환자에게 HCT, 클로로살리돈, 인다파미드(티아지드계열·Thiazide) 등 다양한 이뇨제를 추가 처방하고 있는데, 이미 2제 복합제로 혈압이 조절되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효과가 센 이뇨제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의사는 자판기가 아니다. 숫자만 보고 처방해서는 안 된다"며 "이뇨제를 추가 처방할 때 환자 나이와 상태, 생활습관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매일 먹어야 할 약제인 동시에 진료실에서 다소 높게 혈압이 측정됐을 가능성(백의고혈압)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로르탈리돈 이뇨제가 결합된 고혈압약은 다소 효능이 높은 만큼 반대 급부로 지나친 혈압강하로 인한 역효과, 즉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높다고 부연했다. 티아지드(Thiazide)계열은 안전성 측면에서 2제 복합제와 동등하다는 점에서 클로르탈리돈 대비 우위에 있어 처방시 환자 개별마다의 여러 사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제약사도 ARB+CCB와 티아지드(Thiazide)계 이뇨제를 첨가한 제품이 출시했으며, 이를 통해 추가적인 혈압감소 효과는 물론 말초혈관 저항성을 줄여 혈관 경직도를 낮추는 부가적인 효과를 꾀했다. 또한 야간혈압 강하 효과로 민감한 고혈압(salt-sensitive hypertension)환자에 더욱 우수한 효과를 제공하고 높은 안전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실제 해당 제품의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ARB+CCB 2제만으로 혈압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에게 ARB+CCB+이뇨제(Thiazide)로 변경 시 2주만에 9.84mmHg의 빠른 혈압감소 효과를 나타냈고 최대 19.05mmHg의 강력한 추가적인 혈압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완기혈압 강하 효과 또한 3제 복합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으며, 안전성은 투여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클로로살리돈과 같은 높은 효능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극히 드물지만,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포타슘이라는 전해질을 확인해야 한다. 보통 고혈압환자는 1개월 단위로 병의원을 방문하는데, 클로로살리돈 이뇨제 부작용은 2주 내외로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약제 처방시 2주 뒤 반드시 환자의 전해질을 확인하기 위한 피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병원은 물론 개원가도 피검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를 간과하게 되면 상당한 위험성이 뒤따른다고 경고했다. 다른 약제를 처방한 환자와 마찬가지로 1달 단위로 모니터링을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환자는 2주 사이에 응급실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혈압 환자 대다수가 65세 이상의 고령층이고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클로르탈리돈과 같이 지나치게 세게 약제를 사용해 포타슘이 대폭 저해되면 기운이 현격히 떨어지고 췌장의 인슐린 생성에 관여해 당뇨병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당뇨병 환자들에게 당화혈색소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가 진료지침으로 자리하면서 3개월에 한 번씩 무조건 실시하는 것처럼 해당 검사는 편의에 따른 선택사항이 아닌, 환자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지침이자 전제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한 "병의원에서 긴장을 하거나 백의효과로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처방 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처방 전 수차례 잰 가정혈압 기록을 기반으로 한 진단과 치료 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앞으로 바뀔 진료지침에 진료실 밖 혈압인 가정혈압과 활동혈압 등의 측정을 명시했듯, 이 교수 역시 "'7:2:2 가정혈압'이 중요하다. 병의원에 방문하기 7일전부터, 하루 아침저녁(2회)으로 2번씩 측정한 28개의 결과 값을 기록해오면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사가 생각할 때는 환자가 잘 측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제안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이 지침을 따른다. 실제 5000명이 참여한 연구에서 개원가 방문 환자 90%가 10번 이상 기록해왔고, 대학병원과 질병청 연구에서도 가정혈압 측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했다"며 "28개의 결과 값은 24시간 활동 혈압과 비슷하기 때문에 2제에서 3제로 처방을 변경하는 등 진료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반드시 측정을 제안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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