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환자 90%가 직접 방문인데 환자 흐름 조절없이 인프라만 늘린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토론회, "의료취약지역 의료공급 불균형 문제 해결하고 진료권 재설정해야"

의료정책연구소는 25일 오후 3시 '지속 가능한 효율적 의료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줌 실시간 화상회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현 시스템을 바꿔야 할까.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25일 오후 3시 이 같은 문제에 대답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효율적 의료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내 의료접근성에 대한 문제와 응급환자 이송체계 문제가 특히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의료공급 효율화를 위해 진료권의 재검토와 응급의료기관 환자 흐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생활권 고려 못한 전통 진료권 그대로…의료공급 비효율 극심
 
우선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의료접근성 문제와 관련해 변화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역의료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시대가 바뀌면서 의료이용행태와 이동가능거리, 병의원 선호 등이 변했지만 이와 별개로 공중보건의사 제도 등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현실과 정책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취지다. 이로 인해 의료취약 지역 내 의료공급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김형갑 정책자문위원은 "KTX 등 교통의 발달은 의료기관 이용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저하는 지역적 독점성 완화와 전국적 의료서비스 시장 통합의 경향으로 나타났다"며 "현재의 진료권 설정, 의료이용 분석, 공급책 형성은 교통분석, 광역의료이용 추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화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는 단순 대증처방과 경미한 만성질환 진료 기능밖에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 자문위원은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10km 내 병의원 숫자는 상당하다"며 "의료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예전 행정구역 상 무의촌 해소를 목적으로 보건기관을 설치한 이후 큰 변화없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한국의 단일보험자제도 내에서는 진료권 제한이 실현화되기 힘들다"며 "건강보험방식(NHI)에선 조세투입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별 수가 차등제의 도입은 의료형평성에 기여할지라도 보험금으로 달성하기엔 부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의료정책연구소 김계현 연구위원도 "현재 정부의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보면 지역 의료격차를 완화하겠다고 하면서 전국을 70개 중진료권으로 나눴는데 이는 타당치 않다"며 "앞으로 인구는 자연 감소하고 인구의 92%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행정구역별로 진료권을 나누다보니 각 지역별 생활권도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아주의대 허윤정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도 진료권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 교수는 "보건소 등 전통적인 공공의료 인프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며 "전통적 진료권 문제를 지금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의대 허윤정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사진=줌 실시간 화상회의

종별 응급의료기관 환자 흐름 조절 없이 인프라 늘리는 것 능사 아니야
 
이날 토론회는 지속가능한 의료전달체계를 만들기 위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문제도 이슈였다.
 
전문가들은 전국 162개 응급의료센터 이용자의 87.7%가 직접 내원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허 교수는 "90% 가까운 응급 환자가 자기 발로 응급실을 찾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형병원 쏠림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라며 "갖고 있는 기존 인프라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고 현재와 같이 보상(수가)을 유지하고 인프라만 계속 늘리는 방식으론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의대 김수진 응급의학과 교수도 종별 응급의료기관의 적정 흐름을 조절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의료공급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중증도에 맞게 적정한 응급의료기관으로 환자가 배정될 수 있도록 하는 유도책이 필요하다"며 "한 환자가 최초 입원한 병원에서 상태에 맞게 전원하거나 퇴원할 수 있도록 적절한 출구전략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162개 응급의료센터 이용자의 87.7%가 직접 내원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사진=연세원주의대 이강현 응급의학교실 교수 발표자료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제도적 개선도 요구됐다.
 
연세대 원주의대 이강현 응급의학교실 교수는 "닥터헬기 접근성 강화를 위해 헬기 수를 확대하고 출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인계점 확대, 소방과의 공조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윤정 교수는 "현재 닥터헬기 모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헬기 수만 늘린다고 효율이 늘어날 것 같진 않다"며 "현재 헬기 인계점이 너무 부족하고 소방과의 공조가 되지 않아 야간운영도 어려운 상황이다. 닥터헬기 제도 확대를 위해 제도적 검토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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