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호 작가 "만화는 인기를 끌어도 의료제도는 아쉬워...올바른 건보재정 배분으로 필수의료 살리길"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100화 조회수 78만, 좋아요 6만...한방 추나·2인실 급여화 문제 등 표현

배재호 작가의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가 5월 15일 100회를 맞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메디게이트뉴스에 매주 금요일 오후마다 연재되는 배재호 작가의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만보의)’가 오늘자로 100화를 맞았다. 2018년 6월 22일 1화부터 2020년 5월 15일 오후 1시 100화 게재에 이르기까지 만보의의 누적 조회건수는 78만989건, 페이스북 좋아요는 6만2101건을 기록했다. 그만큼 만보의는 의료계를 넘어 의료제도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모든 작품들이 골고루 사랑을 받았지만,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은 15화 “어제 동의하신 수술실 CCTV입니다, 중요 부위가 모두 촬영됩니다”였다. 의사들은 물론 일반인을 상대로 의사들이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작품은 79화 "의사가 처음부터 응급현장에 뛰어들지 않았으면 몰라도...환자 못살리면 9억 소송"이었다.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고 쇼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가정의학과 의사가 응급처치를 했지만, 환자가 사망하자 9억대 소송을 당한 억울함이 의사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이 밖에 의사 폭행과 의사 소송, 문재인 케어의 부작용, 무너지는 필수의료, 근거없는 한방 치료에 현혹되는 국민들 등 매주 의료제도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를 만화를 통해 이슈화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일깨우기도 했다. 

만보의 100화 특집을 맞아 배재호 작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동시에 2년에 걸쳐 독자들에게 작품을 선사하는 작가의 소감을 들어봤다.   

다양한 뉴스를 접하고 소재 발굴, 일반인 그리고 의사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메디게이트뉴스는 배재호 작가에게 100회 특집을 맞아 감사인사로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동안 고생하셨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배재호 작가의 일주일을 보면 보통 화요일이나 수요일부터 펜을 잡고 목요일 저녁까지 마감을 하면 금요일에 게재된다. 배 작가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진료를 하면서 매주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힘들지 않을까‘였는데, 그는 다행히 ‘즐겁게 임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매주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배 작가는 “기본적으로 뉴스를 많이 보고 주변에서 소재를 추천해주기도 한다”라며 “뉴스에서 의사들, 또는 일반인들에게 와닿는 의미가 다른 의료정책 등의 내용이 많다. 일반인이 해당 내용을 쉽게 파악하고 그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만화로 표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으로 다소 편향적일 수 있지만 의사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내용을 선택하기도 한다. 의사들의 입을 대신해줄 수 있는 매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다 보니 때론 논란이 되기도 하고 때론 욕을 먹는 것도 감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정책과 관련한 소재가 많다 보니 다소 무겁고 복잡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게 관건이다. 누군가에게 비난의 화살이 갈 수 있어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배 작가는 “만화라면 남들이 많이 봐줘야 하는데 그만큼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라며 “아무리 의료 문제라고 해도 약간의 희화화를 통해 유머스러우면서도, 누군가를 너무 비난하지 않을 정도의 수위를 많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억에 남았던 일은 모유명 정치인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려고 작품을 SNS에 공유했다가 정부 지지자들로부터 틀린 자료를 인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배 작가는 “정확한 자료를 위해 노력하지만 일부 부정확한 자료가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되고 이를 인용하기도 한다. 모든 자료를 전문적으로 찾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으로 더 구상해보고 싶은 작품은 그의 전공을 살린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이다. 배 작가는 “의료정책도 그렇고 전부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 사람의 심리과 관련한 작품을 다뤄보고 싶다”라며 “가령 정책입안자들은 환자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만들다 보니, 자신의 신념이나 이득이 발휘될 뿐 현장의 의사들과 전혀 다른 결정이 나오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에 건의가 있다면...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재정의 올바른 배분 

배 작가는 다양한 뉴스를 접하고 표현하면서 소아청소년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가 무너지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의료정책의 해답은 재정 배분의 문제이고, 정부가 거시적인 관점을 갖고 접근해줄 것을 건의했다.

배 작가는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있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다만 그 재정을 아껴쓰면서 제대로 된 곳에 쓰는 것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배 작가는 “대학병원 2·3인실, MRI 급여화로 인해 건보 재정이 많이 소요됐다”라며 “반면 한방 추나와 첩약을 급여화하면서 건보 재정이 낭비됐다. 2017년 정신과의 의료급여 환자 수가가 여러가지 부작용으로 정액제에서 행위별수가로 개편됐는데, 한방 추나와 첩약 예산의 반의 반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은 정말 필요하고 우선순위로 지원이 필요한 곳에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단순히 인기 있고 관심을 끌만한 정책만을 펴서는 안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의대 정원을 무작정 늘린다고 해서 의사들의 필수의료 지원이 늘어날리 없다고 단언했다. 배 작가는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의사수를 늘린다고 해서 그들에게 무조건 내과를 선택하라고 하기 힘들다”라며 “만약 정부가 그렇게 추진한다면 의사들이 직업 선택에 대한 자유 침해로 헌법소원을 내기에 충분하다”라고 우려했다. 

배 작가는 ”필수의료만큼은 국가가 책임지고 필수의료 의사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의사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명감에 약간의 보상조차 빼앗기고 있어서 유능한 의사들이 필수의료에서 멀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배 작가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장점이 많고 정부 정책에 따라 앞으로 더 좋게 만들 수도 있다. 한국 의사들이 외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남고 싶은 정책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라며 "좋은 정책이 나오면 작품을 통해 잘했다는 칭찬도 많이 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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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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