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물가상승률보다 턱없이 낮은 수가인상률
얼마 전 강남 대치동에 사는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집 앞에 소아청소년과를 갔는데 오전 일찍 갔는데도 대기가 70명이더라. 이렇게 잘 되는데 왜 여기 더 개원을 하지 않을까?"
그의 의문에 이렇게 답을 했다.
"대기가 50명이건 500명이건 상관이 없어. 원장이 아무리 몸을 갈아 넣어도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는 한계가 있어. 그런데 수가는 정해져 있으니 수입은 뻔하고 강남의 임대료와 지출은 감당하기 힘들지. 의사 입장에서는 고생만 하고 남는 건 적으니 개원을 할 이유가 부족하지."
강남 대치동은 유명 학군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산다. 대치동의 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무려 40명이 넘는다. 대치동은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다 비싸다. 하지만, 의료비만은 예외다. 의료비는 정부가 지정한 만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소아가 가장 많은 곳에, 소아과가 가장 적고, 엄마들이 아이의 진료를 위해 대기표를 받으려 길게 늘어지는 줄을 서야 하는 웃픈 상황이 생긴다. 이 모든 것이 수입-비용의 간극에서 생기는 한국의 상황이다.
그런데 올해 물가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무분별한 양적확대,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원유, 곡물값 폭등이 겹치며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휩싸였다. 미국의 올해 상반기 물가는 8.5% 상승률을 기록하며 40년만의 기록을 세웠고, 한국 또한 5%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의원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이런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다. 개원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인건비, 임대료, 각종 비용 등 물가 상승에 취약한 것이 자영업자들이다. 지난 몇 년간 최저시급이 급격하게 상승했을 때 식당의 식사비용이 얼마나 올랐는지 체감하지 않았나.
식당의 밥값은 식당 사장이 정하지만, 의원의 진료비는 정부가 결정한다. 그리고 올해 정부는 의원급 수가 인상률을 지난해(3.0%)보다 낮은 것을 넘어 역대 최저치인 2.1%로 정했다. 그러므로 치솟는 물가와 맞물려 위에서 말한 웃픈 상황은 더욱 더 널리 펼쳐질 예정이다. 역시 신기하고 재미있는 K-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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