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체 항암신약 연달아 미국 진출 고배…美FDA, 임상설계·제조상 문제 지적

美FDA, 이노벤트 신틸리맙 이어 허치메드 수루파티닙·준시바이오 토리팔리맙도 승인 거절

사진: FDA Flickr.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의 신틸리맙(sintilimab)이 올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거절받은 이후 중국 자체 개발 항암 신약이 계속해서 미국의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홍콩에 기반을 둔 나스닥 상장사 허치메드(HUTCHMED)와 중국에 본사를 둔 상하이 준시 바이오사이언스(Shanghai Junshi Biosciences)는 미국 FDA로부터 각각 수루파티닙(surufatinib)과 토리팔리맙(toripalimab)의 허가신청서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omplete response letter, CRL)을 받았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전자는 임상시험 설계를 문제로, 후자는 제조상의 문제를 이유로 승인이 거부됐다.

허치메드, 中임상과 美가교연구 데이터 제출…FDA "승인 뒷받침하기에 불충분"
 
경구용 혈관신생 및 면역조절 억제제인 수루파티닙은 중국에서 진행성 췌장(pNETs) 및 췌장외(epNETs) 신경내분비종양(NETs) 환자를 대상으로 한 2건의 무작위 이중맹검 3상 임상시험 SANET-p와 SANET-ep를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 이어 미국에서 수행된 가교 연구(bridging study)를 통해 미국인에서도 중국의 SANET 연구 인구집단과 유사한 안전성과 효능을 가짐을 시사했다. 수루파티닙은 중국에서 각각 2021년 6월과 2020년 12월 pNET 및 epNET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허치메드는 중국 3상과 미국 가교 연구를 기반으로 2021년 6월 30일 FDA에 pNET 및 epNET 치료제로 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그러나 FDA는 미국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다지역 임상시험(multi-regional clinical trial, MRCT)이 필요하다고 서한에서 밝혔다.
 
앞서 이노벤트도 중국에서 진행된 3상 임상시험인 ORIENT-11을 근거로 FDA에 비편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신틸리맙(중국 판매명 Tyvyt)과 페메트렉시드, 백금화학요법 병용요법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거절당했다. 전체 생존 평가변수가 있는 비열등성 설계로 현재 표준 치료와 비교하는 다지역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관련기사=美FDA가 중국 데이터만으로 릴리 PD-1 항체를 승인하기 어렵다 판단한 이유 6가지]
 
허치메드 측은 중국 임상 결과는 긍정적이었고, 미국에서의 가교 임상을 통해 이 약이 미국 환자에게도 유사하게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DA는 여전히 이 데이터 패키지가 미국에서의 승인을 뒷받침하기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특정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항암제를 평가하는 다지역 임상시험이 필요하고, 중국에서만 수행된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한 의약품은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한 것이다.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대조군이 미국에서의 표준 치료와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FDA는 허치메드에 보낸 서한에서 추가 임상시험에는 신경내분비 종양이 있는 미국인을 더 대표하는 환자를 포함하는 것과 동시에 수루파티닙을 미국의 표준 치료와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임상시험에서는 호르몬요법 또는 화학요법을 포함한 2차 치료 이후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일부 환자는 화학요법 후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와 여보이(Yervoy, 성분명 이필리무맙)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받을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즉 미국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했다면 허치메드의 임상 결과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검사 일정 및 접근'에 대한 문제도 FDA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 허치메드는 이러한 조치는 수루파티닙의 안전성 문제와 관련 없다고 밝혔다.
 
허치메드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웨이구오 수(Weiguo Su) 박사는 "FDA의 결정이 실망스럽긴 하지만 우리는 NET 환자에 대한 수루파티닙의 임상적 가치에 확신을 갖고 있으며, 수루파티닙을 전세계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피드백을 평가하는데 FDA와 협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검토 프로세스 기간 동안 우리는 FDA에 투명하고 협력적이었다. 이러한 희귀질환에 승인돼 사용되는 치료법은 거의 없으며 환자와 의사는 더 많은 옵션을 통해 미충족 의학적 수요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 환자들에게 수루파티닙을 제공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FDA와 지속해서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허치메드 인터내셔널(HUTCHMED International) 수석 부사장 겸 최고의료책임자(CMO)인 마렉 카니아(Marek Kania) 박사는 "우리의 글로벌 개발 전략에는 변함 없다. 미국과 중국 이외 지역으로 유럽에서는 수루파티닙의 승인신청서 제출이 검토 중이며, 일본에서 가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나아가 우리의 기본 접근방식은 올해 하반기 판독이 예상되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위한 프루퀸티닙(fruquintinib) 14개국 691명 환자 대상 3상 임상시험인 FRESCO-2 등 다지역 등록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준시 바이오사이언스 "FDA의 품질 공정 변경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 조치"
 
준시는 파트너사인 코헤러스 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와 함께 진행성 재발성 또는 전이성 비인두암(NPC)의 1차 치료로 젬시타빈 및 시스플라틴과 토리팔리맙(중국 판매명 Tuoyi) 병용요법, 그리고 백금 함유 화학요법 후 재발성 또는 전이성 비인두암 1차 치료로 토리팔리맙 단독요법에 대한 허가신청서(BLA)를 제출했으나 거절당했다.
 
토리팔리맙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허가받은 자체 개발 항PD-1 단클론항체로 중국에서 흑색종과 비인두암, 요로상피암 치료제 등으로 승인받았다. 계약에 따라 코헤러스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상업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준시와 코헤러스는 표준 화학요법에 불응성인 재발성 또는 전이성 비인두암에서 토리팔리맙 단독요법 2상 임상인 Polaris-02와 비인두암 1차 치료에 대한 토리팔리맙 병용요법 3상 임상인 JUPITER-02 데이터를 바탕으로 BLA를 제출했다.
 
앞서 신틸리맙 승인신청에 대한 브리핑 문서에서 FDA는 "간세포암종이나 비인두암종과 같이 미국보다 아시아에서 더 흔하고 지역에 따라 환자 수가 적어 다지역임상시험에 등록하기 어려울 수 있는 질병은 규제 유연성이 필요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미국에서 현재 비인두암에 사용하도록 승인된 PD-1 억제제가 없다는 점에서 토리팔리맙의 승인이 유리해보였다. [관련기사=신틸리맙 美FDA 자문위 승인 반대 사례가 후발 중국 면역항암제에 미칠 영향은]
 
그러나 발목을 잡은 것은 제조상의 문제로, CRL에서는 품질 프로세스 변경을 요청했다. 코헤러스와 준시 측은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FDA와 직접 만나 올해 여름 중반까지 승인신청서를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FDA는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중국의 여행 제한으로 실사가 지연됨에 따라 BLA 재제출을 위한 검토 일정을 6개월로 연장할 예정이다.
 
코헤러스 데니 란피어(Denny Lanfear) CEO는 "파트너인 준시 바이오사이언스와 계속 긴밀하게 협력해 토리팔리맙 BLA에 대해 FDA의 검토를 완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면서 "4월 말 FDA의 품질 공정 변경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먼저 FDA와 만나고 그 후에 다시 BLA를 제출할 계획이다. FDA는 기존의 토리팔리맙 임상 데이터가 BLA 제출을 뒷받침한다고 밝혔으며, 우리는 현재 코로나19 관련 여행 제한으로 지연된 중국에서 필요한 조사 일성 수립과 완료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토리팔리맙이 현재 미국에서 승인된 면역요법이 없는 비인두암 환자들의 중요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한다고 믿고 있으며, FDA는 이 적응증이 단일 국가 임상 데이터의 충분성 관련 규제 유연성을 보장한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준시 바이오사이언스 닝 리(Ning Li) CEO는 "준시 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규모의 혁신적인 신약 발굴과 개발, 상업화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자사의 PD-1 억제제인 토리팔리맙은 여러 종양 유형에 걸친 연구에서 설득력있는 임상 프로파일을 보여줬고, 현재 중국에서 4가지 적응증에 승인됐다. 파트너인 코헤러스가 미국에서 진행성 비인두암에 대해 승인받기 위해 하는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각 팀은 파트너로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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