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M&A 연간 175건·10조5000억원 규모 "기업 미래 위한 핵심전략"

중소 규모 위주의 국내 M&A 계약…최근 디지털치료제·원격진료·우주산업 등 신사업 위한 발판으로 활용

자료 = 2018~2022년간 국내 헬스케어 산업 M&A 거래건수 및 금액(삼일PwC 재가공).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혁신 신기술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너지 창출, R&D 파이프라인 강화, 사업 확대 등을 이유로 인수합병(M&A, Mergers and Acquisition)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해 국내에서도 거래량이 큰 폭으로 성장해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글로벌 빅파마와 국내 기업의 M&A 동향'을 주제로 한 글로벌이슈 파노라마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M&A 현황, 추진 이유, 제도 개선 방향성 등을 밝혔다.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M&A는 지난 2022년 175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거래금액은 약 10조5000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거래건수가 25% 감소한 반면, 거래금액은 4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제약협회 연구팀은 "거래금액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지만 한국 M&A 시장은 글로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중소형 규모가 지배적인 상황"이라며 "대부분 M&A가 국내 기업 간 거래(Domestic M&A)며, M&A 방식도 지분인수(주식양수·양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규모 확대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목적으로, 2020년 이후 거래액이 2000억원 이상인 대규모 M&A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 기업이 미국, 유럽 등 해외에 투자 또는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 M&A 건수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표 = 2020~2023년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주요 M&A 사례(기업공시 및 전자공시시스템 재가공).

또한 연구팀은 "제약사의 기존 전문의약품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위한 IT 융복합, 우주 관련 사업, 식품기업의 레드바이오 사업 확장 등 이종산업 간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보령(구 보령제약)은 지난해 12월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 선도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5000만 달러(약 642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지난달말에는 조인트 벤처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제약기업은 빅파마가 바이오텍 인수하는 '볼트온'이 대세

한편 글로벌 제약바이오 M&A는 지난해 73건, 920억 달러(118조원)로, 전년대비 거래건수와 투자규모 모두 19%, 12% 감소한 수치다.

제약협회 연구팀은 "대규모 거래 대신, 대기업이 전략적으로 위험성이 낮고 적은 비용으로 동종업계의 소규모 바이오텍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과 기업가치를 확대하는 '볼트온(Bolt-on)'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화이자가 미국 씨젠(Seagen)을 430억 달러(56조원)에 인수를 발표했고, 4월에는 머크가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인 미국 프로메테우스 바이오 사이언스를 108억 달러(14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지난 3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Silicon Valley Bank)의 파산으로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기회가 고갈됨에 따라 중소형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 제약사의 M&A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경제 우위와 시장 점유율 등을 지속하면서 기술 혁신을 통한 신사업 진출, 공급망 안정성 등을 강화하는 목적이라고 분석됐다.

연구팀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대한 특허 만료로 향후 특허절벽(Patent Cliff)이 발생하면서 매출 감소와 타 기업 간 성장격차가 축소될 전망"이라며 "재정적 유연성과 M&A를 통해 희귀질환·암 등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 직면한 타격 해소를 추구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신사업에 진출하고자 ▲세포·유전자치료제(CGT), mRNA 플랫폼 기술 등 첨단 바이오 기업, ▲디지털치료제(디지털치료기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기술 개척 기업, ▲원격의료, 맞춤형 치료 등 혁신 기업 등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이외에도 원재료부터 판매·유통 등 밸류체인 전과정에 대한 전략적인 M&A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기업들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영향과 유동성 증가로 인한 자산 형성, 기업 밸류에이션 조정과 특수목적 인수회사(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활용 등 새로운 기회 역시 빅파마들의 M&A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사들 보다 전략적인 M&A 접근 필요 "미래 기업가치 향상 위해 우위에 둬야"

연구팀은 국내 기업들도 M&A를 경영전략적 관점에서 보다 우위에 두고 적극적인 계약 체결에 나설 것을 제언했다.

연구팀은 "합작투자, 기업 규모의 확대, 타사 보유의 핵심기술 이전·활용, 신사업 확보 등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를 기업 성장전략의 우선순위에 두는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면서 "바이오시밀러, 제네릭 외에 신약개발, R&D 기술 확보, 인력 활용, 지역·국가별 유통망 확대 등을 위해 전략적으로 M&A 선택지를 넓히고 글로벌 아웃바운드 M&A 추진도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공익목적에서도 M&A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한 국내기업이 해외기업에 인수(Inbound M&A)되거나 국내 개발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이전을 한 후 높은 비용으로 의약품을 역수입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가의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궁극적인 국민복지 영향과 윤리적 정당성, 혁신기술의 안정적인 성장 등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M&A 관련 법·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M&A 지원 펀드 육성, 대기업 주도 벤처캐피털(VC, Venture Capital) 추진 허용 등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주주총회, 채권자 보호절차, 주식매수청구권, 소규모합병·간이합병 요건 등 조직 재편형 M&A에 대한 상법상 절차적 엄격성도 완화해야 한다"면서 "M&A 활성화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기업활력법도 상시법으로 변경하고, 적용대상 확대와 인센티브 도입 등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M&A가 혁신기술 확보와 파이프라인을 확대, 가치 증대를 위한 핵심 전략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경영방식 변화와 아웃바운드 M&A, 정부와의 소통과 법 활용 등으로 글로벌 진출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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