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면학회장 "수면질환의 진단과 치료, 관리의 보편적 접근성이 보장되는 사회 꿈꾼다"

[인터뷰] 대한수면연구학회 찾은 라파엘레 페리 회장 "양압기 등 접근성 확대 어려움...디지털 기기는 임상 근거 창출 관건"

세계수면학회 라파엘레 페리(Raffaele Ferri)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정은별 인턴기자 원광의대 본3] 하지불안증후군과 렘수면행동장애 생체신호분석의 대가에 이르기까지, 라파엘레 페리(Raffaele Ferri) 세계수면학회 회장이 수면 연구의 대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자신이 2012년에 출간한 논문 "The time structure of leg movement activity during sleep: The theory behind the practice" 서두에 인용한 문구로 이에 대한 답변을 갈음했다.

질병의 병태생리와 기전의 과학적 원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이뤄져야 임상에서 환자의 의학적 상태를 정밀하게 해석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의학 연구에 매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 학술대회 기조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라파엘레 페리(Raffaele Ferri) 세계수면학회 회장은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도 지난 몇년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이탈리아 역시 한국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페리 회장은 "연구에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게 되면 개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게 되고, 심신의 부담이 가중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확실한 경제적 보상이 보장되는 나라에 가서 의학 연구를 많이 하고, 자국으로 잘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수면의학, RBD 치료법…암과 수면의 상관관계 연구 등 활발

페리 회장은 수면 의학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들 중 대표적으로 렘수면행동장애(RBD; Rapid Eye Movement(REM) sleep Behavior Disorder)을 꼽았다.

특히 렘수면무긴장소실(RSWA; REM Sleep Without Atonia)의 경우 근육의 움직임이 저하되는 일반적인 렘수면과는 달리, 근육이 마비되지 않아 부정적 내용의 꿈을 공격적인 행동으로 옮기게 되어 주변 사람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어 위험해 적절한 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페리 회장은 "RBD는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의 전구기때 나타날 수 있다. 퇴행성 신경질환에 선행해 RBD가 나타나면 조기에 퇴행성 신경질환을 진단하고 질병의 경과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멜라토닌 등의 약을 사용한다고 해도, 진행이 안 되는 방향으로 완전히 바꾸는 것은 어렵고 악화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신경보호약물들이 상용화된 가운데, 비약물적인 접근법들 중 지중해식 식단이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나 권고된다. 다만 식품의 경우 질병의 경과를 바꿨다고 확실하게 증명하기에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까다로운 수많은 교란 변수들이 존재하며, 10년 이상의 장기 추적 연구에 필요한 자본 및 시간을 투자하는 데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여러 유전자가 연구 대상이 돼 원인 또한 단일하지 않다. 이 때문에 후성유전의 영향을 받는 단백질체학(proteomics), 당쇄체학(glycomics), 전사체학(transcriptomics)의 측면에서 하지불안증후군(RLS; Restless Leg Syndrome) 표현형의 양상을 연구하는 것이 필연적으로 복잡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과 수면의 상관관계 또한 RBD와 더불어 수면 의학에서 주목받는 연구 주제들 중 하나이다.

그는 "암과 수면은 상호작용을 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암이 수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수면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항암제를 특정 시간대에 투여할 경우 치료 효용성이 개선되기도 하는 등 시간 요법(chronotherapy)가 항암에 있어서 강조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왼쪽부터 정기영 수면연구학회장, 라파엘레 페리 세계수면학회장, 이우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수면질환 치료 보편적 접근성 보장 위해 노력…디지털 헬스케어 효과, 더 지켜봐야

지난 10월 세계수면학회 회장에 취임한 그는 수면질환의 진단과 치료, 지속적인 관리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었다.

페리 회장은 "세계수면아카데미, 국제수면연구훈련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면의학 지식의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수면의 날을 통해 적절한 수면 시간과 환경의 조성 등 올바른 수면위생 습관을 널리 알리는 등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수면질환의 원인을 명료화하는데에 사용되는 수원다원검사(PSG; polysomnography),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사용되는 양압기의 경우 접근성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비용 문제로 인해 개발도상국에서 사용이 어려운 것은 물론, 흔히 선진국으로 여겨지는 국가에서도 보편적 접근이 잘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수면의학에서의 디지털 치료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한 가정에서의 자가진단에 대해서는 단시간의 연구 개발 기간동안 문제점들이 많이 개선되고 질이 좋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페리 회장은 다만 "이는 의학 전문가의 엄밀한 관리, 감독 하에서 정확한 과학적 해석과 진단 기준에 기반한 임상적 진단의 중요성이 전제돼야 한다.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수면의 질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서파수면의 양 등의 임상 지표들이 발전 중인 기술의 도움을 받아 수집되고, 진단과 치료법이 제안될 경우 세밀한 검증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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