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의사 국가시험 출제범위에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 등 의료기기 영상 분석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취지의 연구용역이 발표돼 논란이 예상된다. 용역 주체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연구책임자는 동국대분당한방병원 한의사 김은정 교수다.
해당 보고서는 한의사 국가시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연구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한의사의 CT 등 의료기기 촬영과 진단은 불법이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를 살펴보면 한의계는 기존 한의사 국시에 대한 개선 의지가 높았다.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한의사 국시에서 기존 '한의 병증 진단 및 치료' 문항 외에 '의학적 근골격계 질병(KCD)' 문항이 현재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 83.1%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 '진단 및 치료하기' 직무를 '한의 병증 진단 및 치료하기'와 '질병(KCD) 진단 및 치료하기'로 구분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한 연구팀은 근골격계 질환의 출제비율을 늘리고 국가시험 과목으로 포함되지 못했던 한방 재활의학과의 직무상황도 국시에 출제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용역에서 구체적인 출제 문항 예시에선 위법적인 요소도 발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은 뇌 CT 촬영 사진과 심전도 사진을 함께 제시한 뒤 환자에 대한 한의학적 처방을 묻는 예시 문항을 제시했다.
해당 문항은 "80세 남자가 어제부터 구토와 갑작스럽고 극심한 두통으로 내원했다. 뇌 CT 촬영상 아래와 같은 영상을 보였다. 키 175cm, 몸무게 83kg으로 체질량지수는 27kg/m2이며, 심전도에서는 아래와 같이 나타났다. 평소 겁심이 많고 기육이 견실하며 대변은 단단하여 보기 어려워한다"며 처방을 물었다.
그러나 한의사가 CT와 MRI(자기공명영상장치)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진단하는 것은 위법이다.
한의사가 현대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2조와 제27조 두 조항을 참조해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를 벗어난다는 행정해석이 내려져있다. 또한 복지부는 한의사의 CT나 MRI 판독에 대해 일반 의료기관에 의뢰해 진단결과를 통보받고 이를 한방진료에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나 CT나 MRI 영상을 환자에게 요구해 직접 판독하는 것은 업무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즉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영상진단 판독 결과를 의료기관에 요청해 진료에 참조하는 것은 무방하나 영상 진단 자체를 판독하는 것은 금지돼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복지부는 2021년 국정감사에서도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라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앞으로도 사실상 이행이 쉽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시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국시원 연구비로 수행된 것은 맞다"면서도 "연구 자체가 국시원 공식 의견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의료계와 한의계는 각자 다른 입장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CT와 심전도 자료를 이런식으로 마음대로 진단하고 해석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해당 문제의 답변 또한 의학적 이론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구용역 자체가 자신들이 바라는 결과를 결론짓긴 하지만 이런식으로 위법적 내용을 연구 결과로 내놓은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특위에서 대책을 즉각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한한의영상학회 고동균 회장은 "복지부가 금지한 부분은 한의사가 영상자료를 근거로 공식적인 소견을 표명하는 것 뿐"이라며 "한의사가 한방진료에 참고하기 위해 CT와 X-ray를 판독하는 행위는 가능하다. 불법이라는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불법이라고 확정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