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관이 전문의 시험 면제 권한 없어…전공의 코로나19 진료 강제 차출은 위헌·위법

[칼럼]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변호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의료인력 지원방안 중 하나로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레지던트 3년차(일부 3년제 전공의)와 4년차 차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의료법 제77조 제1항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련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자격 인정을 받아야 한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8조 제1항은 복지부 장관이 실시하는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전문의 자격을 인정한다는 명확한 요건을 정하고 두고 있다.

이때 복지부 장관이 전문의 자격시험을 면제하고 전문의 자격을 인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구별기준'으로 당해 처분의 근거가 된 규정의 형식이나 체제 또는 문언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4누12302 판결 등 참조). 

의료법 제1조에서는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의 자격 인정은 ①국민 건강권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점, ②'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8조 제1항은 복지부 장관이 실시하는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전문의로 인정한다는 명확한 문언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③의료관계법령의 개정 없이 행정기관이 임의로 법 적용을 자의적으로 한다면 법치국가의 기본이념에 반한다는 점 등을 미뤄 종합하면 복지부 장관은 전문의 시험을 면제해 전공의에게 전문의 자격을 인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가령 복지부 장관이 전문의 시험을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10조에 의거해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을 수련과정 중 이수해야만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공의 중에 코로나19 의료인력 지원으로 인해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전문의 시험 면제와 관련 없이 추가수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는 '전공의는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다른 의료기관 또는 보건 관계기관에 근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전공의가 코로나19 의료지원을 위해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경우 해당 전공의는 겸직금지 의무를 위반한 위법한 행위로 판단돼 징계 등의 불이익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2015년에 제정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의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전공의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을 제1조에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인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임에는 분명하나, 주 80시간의 살인적인 업무강도에서 일하는 전공의를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한 의료단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코로나19 진료에 종사하도록 한다는 것은 전공의의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위법적인 정책으로 즉시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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