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의협회장 집행부, 악법 대비용 투쟁 준비가 빠졌다"

이철호 전 대의원회 의장 "지금은 평화시대 아닌 휴전 상태...투쟁 준비 해둬야 의료계 천대받지 않아"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왼쪽)이 대한의사협회 이철호 전 의장(오른쪽)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이철호 전 대의원회 의장이 현 의협 집행부에 각종 악법에 대비하기 위해 투쟁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전 의장은 23일 대한개원의협의회 제32차 상임이사회에 참석해 “이필수 의협회장이 회원들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다만 겉으로는 화려한데 실제적으로 얻어오는게 별로 없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의장은 “현재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의협이 대한전공의협의회와 함께 투쟁 준비가 안돼있다는 것이다. 약점이 있다 보니 정부에도 그렇고 각종 입법도 끌려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전 의장은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이 11월이면 집단면역에 성공해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하는데 의협도 조직점검을 할 때다. 지금은 평화시대가 아니라 지난해 의료계 파업에 이어 잠시 휴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원들과 소통해서 여차하면 당장 투쟁을 위해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 당장 투쟁에 나서지 않더라도 투쟁 준비를 해둔다면 정부가 의료계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고 이렇게까지 천대받지 않는다”라며 “새로운 집행부가 투쟁 준비에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투쟁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투쟁없이 원하는대로 성과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언제든지 여차하면 투쟁할 준비는 필요하다"라며 "힘이 있어야 협상도 잘되고 무시당하지 않는 법이고, 협상이 안될 때는 최후의 수단으로 투쟁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술실 CCTV 설치법안, 비급여 보고 강제화 법안, 파업금지법안, 대체조제법안 등 다수의 악법을 우려하며 "동시다발적인 포화에서 살아남으려면 미리 단결해서 힘을 키워야 한다. 전쟁을 억제하고 요구를 충족시키는 길은 투쟁력 극대화가 필수적이고, 원치 않더라도 투쟁이 불가피할 때는 제대로, 크게 투쟁해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최대집 회장 집행부 시절 3년간 의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 전 의장은 “아침에 전문지 기사를 모니터링을 해서 주목할 만한 기사 10개를 뽑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단톡방에 보내는 일을 3년간 했다. 3년이 지난 다음에 각종 현안이 나타났을 때 의장들이 대응하는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팍팍한 개원의들의 현실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협과 대개협은 내년 수가협상에서 가까스로 수가인상률 3.0%를 받았다. 그는 “2015년 노환규 전 회장이 탄핵됐을 때 부회장을 맡았다. 수가협상을 다가왔는데 당장 할 사람이 없어서 상임이사들의 요청으로 수가협상에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막상 수가협상에 참여해보니 병원에 가뜩이나 환자가 없는데, 한달간 서울에 오가면서 직원 월급도 못줄 정도로 힘들었다”라며 “방대한 자료를 공부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수가협상은 경험하지 않으면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가협상 과정에서 정부측과 6~7번 만났지만 당시 원활하게 협상이 타결될 수 없었다"라며 "정부는 끝내 수가인상률 2.5%를 제시하면서 목표관리제, 총액계약제를 의협이 시범적으로 수용하면 더 올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4%를 제시해도 목표관리제, 총액계약제를 수용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버텼고 그 해 수가인상률 3.1%로 마감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최대집 전 회장 집행부에선 수가협상을 원활하게 하지 못해 2%대에 머물렀지만 이번에 그래도 수가인상률 3.0%를 받았다. 이번 수가협상은 액수 자체도 가장 많고 성공한 것이 아닌가하고 해석된다”라며  “대개협이 처음으로 수가협상에 참여했는데 앞으로 이런 분위기로 수가협상에 임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원의들의 삶이 녹록치 않다. 혼자서 개원하면 토요일도 쉬지 못하고 삶의 질에 문제가 많다. 하루에 환자 10~20명 봐도 먹고 살 정도여야 하는데 원가 이하의 수가가 문제다"라며 "처방일수에 맞게 처방료가 생긴다면 내과계열을 비롯해 다른 진료과에도 이득이 될 수 있는 만큼 처방료 부활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이어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개원가가 주도하다 보니 접종률이 30%에 이르고 있다. 업무 과부하로 직원들이 그만두기도 하고 매일 환자랑 싸우는 여러가지 일을 다 감수하는데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의 개원가 지원을 촉구했다. 

한편,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이날 이철호 전 의장에게 3년간의 노고를 치하하며 공로패를 수여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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