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에 함부로 '입당'하지 마세요"

[국회의원 사용법 칼럼] ①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당에 함부로 입당하지 마세요. 입당하려면 '수혜를 받을 정치인'에게 최대한 생색을 내면서 현명하게 하세요"

지난 십 여년 간 의사집단을 보면서 답답한 일들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안타까웠던 일은 국가의 주요 선거 때마다 의협이 '총선기획단, 대선기획단'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만들고 여러 실효성도 없는 주장을 회원들에게 펼쳤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 한가지만 든다면 '1인 1정당 가입하기'였다.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주장으로 앞으로는 이런 무의미한 주장을 더 이상 펼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어느 정당의 시당, 도당, 중앙당에서 그냥 입당하면 안 된다.'

누구나 어느 정치인을 지지하는 그 징표로 특정 정당에 입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냥 어느 특정 정치인을 통하지 않고 시당, 도당, 중앙당에 제 발로 들어가서 입당하는 것은 아무런 득이 없을 뿐 아니라 매달 최소 당비 1000~2000원을 정당에 기부하는 수 만명 당원 중 1/n에 불과할 뿐이다. 

다시 말하자면 특정 정치인에게 '생색을 내면서' 입당하라는 말이다.

그러면 누가, 어떤 정치인이, 왜 나에게 입당을 권유하는가?

우선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시에는 당의 후보 공천에서 당원 여론조사가 매우 중요하다. 지방선거에서 구의원, 시의원, 도의원, 구청장, 시장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은 여론조사 경선에서 뿐 아니라 본선에서 자기를 지지해 줄 당원들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입당하면서 특정한 후보에게 '눈도장을 찍어둬야' 당선 후에 민원을 넣기 편하다. 따라서 후보자도 모르게 조용히 (지역 당협이 아니라 시당, 도당, 또는 중앙당을 통해서) 입당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둘째, 선거가 끝 난 후에도 입당은 필요하다. 

어떤 특정 법안이 통과되도록, 또는 통과를 막으려면 국회의원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평소에 국회의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당근'이 필요한데, 법정 기부금(세금공제 받는), 당원가입, 그리고 당 행사 시 당원 동원에 협조해 주는 것이다. 마지막 항목은 항상 시간에 쫓기는 의사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무시해도 된다. 단, 단체의 '쪼개기 후원'은 불법이다.

셋째, 당원투표로 뽑는 당 대표 선거에서도 '자기 사람들'이 많이 입당을 해주는 것이 그 지역 국회의원, 또는 그 지역 (원외)당협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즉, 당원으로써의 모든 행위가 입당을 권유한 특정정치인의 업적으로 돌아가게되는 것이다.
 
넷째, 자기에게 우호적인 당원이 많아야 당무감사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당무감사는 그 지역의 당협위원장 직을 유지하고 선거 전 당내경선에서 대단히 중요한 평가 지표이므로 당연히 본인이 입당시킨 당원이 많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이런 배경도 모른 채 '1인 1정당에 가입'하라는 말만 듣고 무작정 시당이나 중앙당에 가서 입당하면 아무런 소득도 없는 부질없는 수고이자 돈 낭비일 뿐이다.

이제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당분간 정당에 입당하라는 압박은 사라질 것이나 2년 후 지방선거, 그리고 3년 후 대선이 가까워지면 또 다시 입당 권유가 나올 것이다.

결론은 입당을 한다면 개인이건 단체이건 특정 정치인에게 최대한 '생색을 내면서' 지혜롭게 해야 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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