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구속에 영향 미친 의료감정 "학계 의견 아닌 교수 개인 의견, 판사가 불리한 의료감정 채택 가능"

의료감정 제도 개선 필요성 제기...고의 의료행위 아닌 선의 의료행위라면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 강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대장암 환자에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장 정결제를 투여한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시켰다. 이 과정에서 의학계의 의료감정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자 의료감정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고의가 아닌 선의의 진료에서는 형사처벌을 면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 사건의 감정은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으로 의뢰를 받았고 다시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소화기학회로 거쳐 감정 의뢰를 받았다. 이에 따라 모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최종적으로 감정을 맡아 작성했다. 

감정서에서는 대장암으로 장폐색이 있는 환자에게는 장정결제 투여를 금기하거나, 투여를 하더라도 신중하게 관찰하면서 투여해야 한다라며 사실상 주치의의 잘못을 인정했다. 

실제 환자에게 투여된 2리터 용량의 장정결제 쿨프렙의 사용설명서를 보면 1리터를 복용한 다음 일정 시간 검사시간 간격을 두도록 돼있다. 오전 검사에서는 저녁 10시까지 1차 복용을 한 다음 오전 5시 또는 오전 7시에 2차를 하고, 오후 검사에서는 오전 7시까지 1차 복용을 한 다음 오전 10시에 2차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주치의는 간호사 지시를 통해 2~3시간동안에 걸쳐 L-튜브로 장정결제 전체를 투여했다. 세심하게 환자 상태를 살피며 주입했다는 주치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횡격막 탈장 오진 사건으로 의사 3인이 구속됐을 당시에도 감정서가 영향을 미친데 이어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생기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다만 소화기학계 교수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소화기학계 한 교수는 “교수 개인이 작성한 감정서가 특정 학회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라며 “표준치료가 보편화돼있지만 세부적인 치료나 투약에 대한 의견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수 역시 “학회마다 다르긴 하지만 학회에 감정 의뢰가 왔더라도 학회 전체 회의를 거친 것이 아니라 교수 개인이 의료감정을 하게 된다"라며 "감정은 보통 학계 의견을 중립적으로 듣기 위해 복수로 진행하는데, 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불리한 감정만 채택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감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별도의 의료감정 교육과정을 거친 의사만 의료감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감정을 검증하는 기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학회마다 별도의 의료감정 자문위원회를 두고 의료감정 의뢰를 받으면 학회의 공식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엇보다 의료계는 고의의 의료행위로 인해 행해진 과실이 아닌 만큼 별도의 형사처벌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치의가 실책이 있더라도 어디까지나 형사가 아니라 민사에서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라남도의사회 이필수 회장은 “선의의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분쟁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사고특례법'을 즉시 제정할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이 회장은 "의료분쟁에 대한 법적 형사처벌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처벌이 예상되는 환자에 대한 진료거부권이 보장돼야 한다“라며 ”무분별한 처벌 위주의 판결을 지양하고 합리적 판단을 통해 면허제도의 안정성을 제고하여 또 다른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 의료계가 꾸준히 주장해온 바대로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규 신설이 시급하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지난해 대한내과의사회지에 '의사 입장에서 본 의료분쟁'을 통해 “대부분의 소송은 고난이도의 수술이나 중증 응급환자의 치료 중에 발생한다. 따라서 중증 환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이 다시 소송에 휘말리면 유예된 형이 집행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또 소송이 걸려서 ‘초범이 아니므로’ 정상 참작도 되지 않고 실형을 받게 될 가능성으로 진료에서 크게 위축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공립병원이나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등은 모두 집행유예가 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자동적으로 해임 또는 파면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라며 "그러나 평생을 교수로서 의대 학생을 교육하고 전공의를 수련시키던 의대 교수는 대부분 소명 의식을 가지고 택한 직업이며, 특히 중증 환자 진료 분야를 선택한 의사들의 소명 의식과 책임감은 더욱 그렇다"고 했다. 

한 교수는 “의료분쟁은 이런 의사들의 경력을 단절시키고 중증 환자 진료를 기피하게 한다. 기피할 의사조차도 없도록 지원할 후학도 없애버리는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라며 "이를 막기 위해 자동차보험과 사고에서 적용되는 형사 특례 제도를 의료 분쟁에도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국민과 의료계가 모두 신뢰할 감정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업 # 의사 파업 # 전국의사 총파업 # 젊은의사 단체행동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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