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술실 CCTV 설치법 반대... 의료인 방어진료 및 환자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대리수술 문제 수술실 출입자 명부·수술실 입구 CCTV 설치 등으로 근절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2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세계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한 나라가 전무하다고 밝히면서 수술실 CCTV가 의료인의 방어 진료를 유도하고 환자의 민감한 신체 정보가 유출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소수의 의료사고 증거 수집만을 목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는 법은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협은 대리수술 근절을 위해 수술실 출입자 명부 작성, 수술실 입구 CCTV 설치, 대리수술 내·외부고발 등의 방법을 통해 불법 의료행위를 우선 근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반대하는 근거로는 진료위축·방어수술 조장, 환자의 이익 침해, 의사와 환자 간 신뢰관계 구축 저해, 수술실 종사자의 개인정보 공개 등 기본권 침해, 영상정보처리기기에 의해 수집된 정보의 유출 가능성 상존, 의료기관의 엄중한 보안 의무 등이 제시됐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는 수술 과정 중에서 적절한 조치라 할 지라도 조금이라도 오해를 일으킬 만한 요소가 있을 시 해당 행위를 기피하게 됨으로써 진료 행위가 위축되고, 집중도 역시 떨어질 수 있다"면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할 수술이 방어적,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인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면서 "수술실에서 생명이 경각에 달린 위중한 수술이나 고난이도 수술, 고위험군 환자 대상 수술 시 최선의 수술을 저해할 것이다. 이로 인한 환자의 피해도 클 것이다"고 말했다.

의협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적절한 적응증,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설명과 동의가 필요한 수술은 의사와 환자 및 보호자 사이의 신뢰가 근간이다"며 "정상적인 치료에 대해서도 환자의 불만족 시 빈번한 의료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오히려 의료분쟁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또 개정안은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청이 있거나 동의가 있을 경우만을 촬영 개시 조건으로 명시할 뿐, 수술실 종사자의 자기결정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하며 "의사 및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갖는 노동자로서의 권리 등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헀다.

의협은 "환자의 민감한 신체 정보가 빈번히 촬영되는 만큼, 해당 영상의 목적 외의 이용 또는 외부 유출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환자 본인의 사회적 명성이나 사생활 등 심각한 침해가 우려된다"면서 "특히 여성 환자에 대한 외과 수술 등을 담은 영상이 유출될 경우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고 밝혔다.

의협은 "IT 보안팀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금융기관, 심지어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차 정보 유출이 빈번한 상황에서 일선 의료기관의 경우, 해킹에 대한 보안을 완벽하게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수술실 CCTV 기록물은 '매우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콘텐츠'로 고도의 정보 보안과 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술실 CCTV 설치 입법에 앞서, 의협은 수술실의 특성과 본질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상적인 수술 환경 조성을 위한 의사 윤리교육 강화, 자율징계권 부여, 면허관리제도 개선 등 국가적인 제도 보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한 선결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논하는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가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정성호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19명의 공동주최로 열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의 '수술실 환자 권리보호 방안 CCTV 설치 의무화' 주제 발표와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의 '수술실 CCTV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 발표가 진행된다.

패널토론에는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아 류영철 경기도 보건복지국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대표,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서영현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부대표, 박홍준 서울특별시 의사회장,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장성환 변호사가 참여해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둘러싼 의제들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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