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동물실험 중단 대비해 프로젝트 본격화…우리나라도 긴장감 느껴야"

[바이오 CEO 인터뷰] 멥스젠 김용태 대표 "생체조직칩 데이터 허가제출 사용할 수 있도록 곧 검증 돌입"

사진: 멥스젠 김용태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지난해 말 미국 정부가 동물실험 자료가 없어도 의약품 허가신청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데 이어 최근 유럽연합(EU)도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입법 로드맵을 곧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전 반드시 동물실험을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2035년 이후 동물실험 금지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면서 어떤 평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지 검증하고 논의해야 하는 시기도 앞당겨졌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생체조직칩(인간 장기 모사칩) 기술을 가지고 있는 멥스젠 김용태 대표를 만나 동물대체시험을 둘러싼 현황과 이에 따른 앞으로의 계획과 전략을 들어봤다.

동물모델은 오랫동안 사용돼온 만큼 모델 특성에 대해 잘 알려져 있고, 논문으로도 검증돼 있다. 그러나 생리학적 차이로 인체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고 신약 개발의 고도화로 인간 조직 기반 약물 실험의 중요성, 맞춤 정밀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데다 동물 보호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대두되며 이를 대체할 기술 도입이 중요해졌다.

김 대표는 "미국이 2035년 이후 금지라는 목표를 얼마나 타이트하게 지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로드맵을 짜고 예산을 배정하며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현실적으로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고 대동물 실험부터 대체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생체조직칩 검증 전담 센터 선정하고 보조금 지원…센터별 매년 1개씩 검증 계획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에는 오가노이드, 생체조직칩, 3D프린팅,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등 여러가지가 제시된다. 그 중 생체조직칩은 인간 장기 조직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고 전임상 단계의 종간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으며, 맞춤 치료제를 위한 환자 조직 기반 모델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미세생리시스템(MPS) 월드 서밋에서 생체조직칩 관련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생체조직칩 실험 결과를 실제 규제 의사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생체조직칩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임상시험과 사람의 생체조직칩 실험 결과를 비교하기에는 4~5년 이상이 걸린다"면서 "반면 FDA는 축적된 동물실험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FDA는 약물의 독성 및 효능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와 동물 생체조직칩 실험 결과를 비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동물실험과 동물 생체조직칩 실험 결과값이 유의하다면 인체 유래 세포 활용 생체조직칩 실험 결과도 유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로직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생체 조직칩의 활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 소속 국립중개과학발전센터(NCATS)는 생체조직칩 검증 전담 센터를 선정하고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신약 개발 연구자들은 센터를 통해 검증된 생체조직칩을 약물 임상시험에 사용할 수 있으며, 해당 임상시험 결과는 FDA 의약품 허가 시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자료로 인정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NCATS는 2024년 1월까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5년간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각 센터가 1년에 1개 생체조직칩에 대한 검증결과를 FDA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다. 8~10개 기관에서 1개 칩을 검증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미국 회사 기술에 대한 검증부터 시작한다고 했으나, 궁극적으로는 꼭 미국 회사의 것이 아니라도 경쟁력 있는 칩들을 사용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동물실험 중단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생체칩은 떨어져 있는 각 조직에 대한 것이라 통합된 생명체에 대한 실험을 진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동물실험은 끝까지 남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정말 할 필요가 없는 동물실험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급격하게 모든 동물실험 중단이 아니라, 이러한 불필요한 실험부터 사라지면 서서히 액션이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시 긴장감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포배양자동화 기기로 동물대체시험 시장 표준화 기여 기대

현재 멥스젠은 생체조직칩 개발 사업과 지질나노입자(Lipid Nano Particle, LNP) 개발 사업, 나노의약품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올해 11월 세계 최초로 생체조직칩을 이용한 세포 배양 자동화 기기(MEPS-AMS)를 출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리터를 다루는 민감한 작업을 사람이 했을 때 정밀하게 하더라도 연구원마다 정확도가 달라 데이터가 비슷하게 나오지만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동화 장비를 통해 이를 극복할 예정이다.

자동화장비는 파이팻팅(pipetting)을 비롯한 생체조직칩 전 생산과정을 로봇이 진행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장비 외부의 컨트롤 패널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모델로 커스터마이징도 할 수 있다. 멥스젠은 자사의 칩과 장비를 각각 다른 곳에서 실험했을 때 얼마나 재현성이 나오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RRT(비교실험)를 진행할 계획이다. 각각의 장소에서 장비를 사용했을 때와 사람이 직접 손으로 했을 때를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한다.

멥스젠은 이러한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모델의 높은 생산성과 재현성을 확보함으로써 효율적인 대규모 약물 실험을 할 수 있고, 나아가 동물대체시험 시장 표준화에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김 대표가 조지아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했던 연구를 바탕으로 보유하고 있는 LNP 대량 생산 기술을 통해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MST-APS)도 내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나노의약품 분야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 MG-PE3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장비 판매를 기반으로 생체칩의 국내외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나노입자 제조 역시 장치 판매 이후 기술 이전과 특허 실시권으로 매출을 확대시키고자 한다"면서 "나노의약품은 원숭이 간 독성 테스트 이후 상장 전 기술이전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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