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 더 늘릴 계획"

[기획②]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전망

[기획]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를 주제로 바이오 업계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맞춤형 의료를 위한 유전체 분석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기업,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투자기업(VC), 정부 출연기관, ICT 융합의료에 활발한 연구중심병원 등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1편)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협업' - 신테카바이오 경영총괄대표 김태순 사장
(2편) 바이오 투자 더 늘릴 계획 -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상무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지난해 벤처캐피탈의 바이오·의료(이하 바이오) 부문 신규투자 비중이 전체 업종의 21.8%(4,686억 원)에 달할 정도로 지난 3년간 바이오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왔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1분기 신규 투자금액(491억 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830억 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인데다, 업종별 비중에서도 지난 해 22.7% 대비 12.4%로 떨어져 바이오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4월 들어서는 신규 투자금액(전년 동기 대비 73% 수준)과 업종별 비중(14.5%) 모두 전월 대비 향상돼 다시 회복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 부문에 대한 투자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VC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대표적 바이오 부문 심사역인 황만순 상무를 만났다.
 
 
바이오는 여전히 매력 있는 산업
 
사진: 한국투자파트너스 바이오부문 투자 전문심사역 황만순 상무 ©메디게이트뉴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다 2001년 투자 업계에 입문한 황만순 상무는 2009년 한국투자파트너스로 옮겼는데 그가 투자한 후 상장한 회사가 열 개도 넘는다고 한다.
 
최근의 바이오 투자 감소 우려에 대해 황만순 상무는 "창업투자(VC)는 코스닥 상장과 연동되는 부분이 있는데 작년 주식시장이 워낙 좋지 않았던 탓에 1분기는 영향을 안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기적인 영향일 뿐 바이오 산업이 ICT융합(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것이란 전망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독점적이고 지속적인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가 산업의 매력을 이끄는 핵심인데 의료(바이오) 분야는 의약품의 경우 이삼십 년간 독점권을 가질 수 있는데다 전체 경제 사이클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분야라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현재 전체 투자금액의 25% 정도를 바이오 부문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를 점차 3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주목할 만한 VC 업계의 바이오 투자 트렌드로는 "진짜 전문가들이 투자 심사역으로 진출하고 있다"면서 "실제 연구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인력들이 업계에 진출하면서 '매출이 없으면 투자 받을 수 없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때가 왔다"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 전문 심사역이 80여명 정도에 달할 정도로 투자인력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전문 투자인력들을 활용한 바이오 투자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 분야는 제품 개발 기간이 다른 산업에 비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완성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특허를 기반으로 기술력과 팀웍을 평가해 투자하는 것으로, 점차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회사들이 투자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황 상무는 "우리나라 VC 시장이 해외에 비해 절대적인 투자 볼륨은 작지만 그 여력이 늘어나고 있다"며, 코스닥 상장에 필요한 공모금액 수준인 200억을 4군데에서 투자 받은 에이비엘바이오와 단독으로 100억을 투자 받은 한독 칼로스메디칼, 90억을 투자 받은SK 메디칼 등을 들었다.
 
 
시간·분야별 투자에 이어 지역별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까지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 투자를 넘어 해외 기업에까지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치료용 의료기기, 합성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분야별로, 그리고 장기 혹은 단기로 기간에 따른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데 이제는 지역별로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겠다는 입장이다.
 
황만순 상무는 "국내외 투자를 병행하면서 국내 투자 기업과 해외 투자 기업의 협력을 연계해 줄 수 있고 인력을 소개하는 경우도 생겨나면서 중재자로서의 역할과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국내의 경우는 초기에서부터 후기까지 단계에 상관없이 투자하고 있지만, 해외는 지리적인 여건 상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후기 기업에 투자를 하는 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해외 투자 사례로 2차례에 걸쳐 3500억 원을 투자받은 오리스 서지컬(Auris surgical)에 50억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수술로봇의 대명사로 알려진 '다빈치'를 만든 인튜이티브서지컬을 창업해 상장한 프레드몰 박사(Dr. Fredmall)가 설립한 회사다. 그는 "초미세수술 로봇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한국 병원과 협력해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투자 시장, 볼륨은 적지만 매력 있어
 
사진: 한국투자파트너스 바이오부문 투자 전문심사역 황만순 상무 ©메디게이트뉴스
 
황만순 상무는 "투자환경이 전문화돼 VC당 투자금액과 더불어 총투자액이 늘고 있고, 세계적 수준의 기업도 많아지고 있어 주가가 오르면 투자하는 사람도 늘어 결국 해당 분야도 동반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초기 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많고 벤처캐피탈(VC)에서 인정해주는 투자가치도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코스닥에 있어서도 거래량이 많아 유동성이 높고 유지비용이 나스닥(NASDAQ)에 비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기업 혹은 주식시장에 투자하다 보면 이러한 높은 유동성과 투자가치평가로 오히려 한국 시장에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이 꽤 있을 정도"라며 "1천~2천억 원대 밸류라면 한국 시장이 훨씬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어 "나스닥은 투자가가 차지하는 볼륨이 70%로,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고 소개하며, "최소한의 지분만 갖게 되더라도 기업을 키우고 싶다면 나스닥으로, 오랫동안 자신의 기업으로 운영하고 싶다면 국내에서 투자 받을 것"을 권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시장 진출해야
 
황만순 상무는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정보가 아니다. 1년 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면 죽는다. 1년이 아니면 3년 뒤면 누구나 다 아는 기술이 된다"며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더불어 "자신이 가진 기술에만 집착하지 말고 제 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CEO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할 것"을 제안했다.
 
황 상무는 바이오 기업을 투자할 때 팀워크를 중요하게 본다고 밝혔다. 그 팀에 속한 인력이 수년 간 잘 협력해 이끌어나가야 할 뿐 아니라 팀워크가 잘 맞는 사람이 VC나 해외 연구기관과도 협력을 잘하기 때문이다.
 
 
국내 규제로 한국 AI 기업 투자 주저
 
'타이밍'은 투자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황만순 상무가 이 타이밍 때문에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주저된다는 언급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만큼 정리가 잘 되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유한 경우는 드물다"며 "이를 선제적으로 활용한다면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고, 다른 나라에 선례가 없거나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규제에 막혀 국내에서는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그는 "누구도 먼저 하려 하지 않고 기다리기 보다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헤쳐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어디까지 풀까에 대해 고민해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황 상무는 한국 바이오 업계에 대해서 "기획하거나 조직하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기술적으로 실행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빠르고 국외 연구진과 경쟁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가지고 어떻게 사업화 혹은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는 물리적인 시간이 지나면 관련 역량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투자하는 바이오 기업은?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 투자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카카오 초기 투자에 참여한 투자사다. YG 엔터테인먼트와 '미샤'로 잘 알려진 에이블씨앤씨에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서니베일과 중국 북경, 상해, 청도(준비 중)에 투자 법인을 두고 있으며, 50명의 심사역 중 10여명이 바이오 분야에 몸 담고 있다.
 
바이오 투자부문은 2009년 황만순 상무 입사 후 추가적으로 심사역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진출해 현재는 약대, 수의대, 다국적 제약사, 변리사, 컨설턴트, 중의학 박사 등의 배경을 가진 심사역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황만순 상무는 한국투자파트너스에 대해 "펀드 결성 시 GP(위탁 운용사) 포션이 두 자리 수 이상으로 글로벌 하게 따져도 가장 높은 편일 정도로 직접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누적평균 220억)"고 말하며 "회사의 원칙은 '우리가 잘 투자해서 우리 돈을 많이 받자'이다"라고 소개했다.
 
황 상무 역시 ICT 융합의료의 화두인 빅데이터, AI, 로봇, 3D 프린터 등을 유망한 투자 분야로 봤는데 "기존에 해결하지 못하던 부분을 해결해주면서 이 분야가 시장에서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가 소개한 이 분야 투자 기업으로는, 의료용 3D 프린팅 회사 '티앤알바이오팹'과 재활로봇 개발을 전세계에서 2번째로 성공한 '피앤에스 미케닉스', 뇌졸중 환자를 앰뷸런스로 이송 중에 이동형 CT로 촬영해 영상을 AI로 분석해 응급실 도착 후 바로 처치할 수 있도록 돕는 '케이드 시스템(Caide System)',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할 정도의 항체약물접합(ADC)기술을 가진 '레고캠 바이오' 등이 있다.
 
그는 "3D 프린팅은 3M(metal, material, medical)이라고 표현하는 말이 있는데 이 중 의료(medical)를 가까운 시대에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로 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로 세컨드 게놈이라고도 불림)을 유망한 분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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