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 "필수의료·지역격차는 수가 조정 등 맞춤형 핀셋 지원부터"

절충파는 10% 단계적으로 늘리면서 모니터링 통해 5~10년 주기 조정론 제기...김윤 교수 등은 찬성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2020년 전국의사총파업을 야기시켰던 공공의대와 의대정원 확대 관련 협의가 물꼬를 트면서 향후 구체적인 논의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26일 의료현안협의체라는 이름으로 의대정원 협의를 시작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과대학 내에서도 공공의대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절대 해당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파가 있는가 하면, 공공의대는 반대하지만 의대정원 확대는 찬성하는 입장, 일부 절충을 하더라도 공공의대가 필요하다는 찬성파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다.
 
국내 의과대학 교수들 중에서도 공공의대와 의대정원 확대 문제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 

강경 반대파, 의사 수 늘린다고 문제 해결 안돼…맞춤형 핀셋지원 강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의료계 전반적으론 공공의대나 의대정원 정책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반대파가 다수다.
 
의료계 내 의료전달체계 왜곡이나 저수가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필수의료나 지역의료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장한 회장은 "의사 수가 부족하면 의과대학을 늘리면 되지 왜 굳이 공공이라는 말을 붙여서 이상한 제도를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기존 소아과나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에서도 전문의가 많아도 취업이 안 되는 일이 많은데 굳이 더 의사를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집 인원이 부족한 과나 인기과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즉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몇가지 지표만 가지고 의사 수를 늘리고 공공의대를 만들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경 반대파는 필수의료나 지역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수가 조정이나 특정과 집중 지원 등 맞춤형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희철 이사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의사가 적다고 해서 단순히 수를 늘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매우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대학병원은 환자가 몰려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반면 개원가는 죽어가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선행과제"라고 설명했다.
 
한 이사장은 "강제로 기피 지역에 복무시키는 지역의사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의학교육에서 의사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조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하고 전공의 수련비용을 전적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한편, 장기적인 보건의료 정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계획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장한 회장은 "공공의대가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수가를 재조정하는 것이 해법이다. 많이 보는 과에서 벌어서 적게 보는 과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수가 조정을 하고 힘든 과에 대한 맞춤형 핀셋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의사인력 모니터링 수반돼야…5~10년 주기 조정론 부상
 
공공의대는 반대하지만 의대정원 확대는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 추가적인 공공의대 설립의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지만 향후 필수의료 강화 혹은 고령화에 따른 전체 의료수요 증가에 따라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견해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는 "지역 필수의료 강화 등을 위해 의사 증원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공공의대 설립은 아니다. 공공의대가 곧 부실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의사 수의 10% 정도를 기존 의과대학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 교수는 "줄어들었던 의대 정원 350명을 환원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5년 주기로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은철 교수의 말대로 의대정원 확대 문제와 별개로 대다수 전문가들이 주기적인 적정 의사인력 모니터링엔 찬성했다.
 
한희철 이사장도 "의사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꼭 수반돼야 한다. 의사 한 명을 배출하는 것은 10년 넘는 시간이 필요한 대장정"이라며 "무작정 어떤 명분을 이유로 확대나 감축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전담 위원회나 부서를 통해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10년에 한 번씩 정원을 조정하는 방향도 괜찮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찬성파, 공공의대보다 지역의사제부터…지역의대 활용 등 절충안 협상도 가능
 
공공의대를 찬성하는 의견도 일부 존재한다. 

공공의대가 부족한 기피과나 도서지역 의료 개선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게 찬성 측 입장이다. 다만 이들은 의료계 다수 입장이 공공의대를 반대한다면 우선 기존 의대를 활용해 지역의사제부터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다고 봤다.
 
서울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임상교수제 등을 우선 도입할 수 있다. 지역의사제는 기존에 존재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나 지역인재전형 등을 참고할 수 있다"며 "해당 전형으로 입학한 의대생에겐 교육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지역에서 10년간 복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찬성파들은 의정협의 과정에서 일부 절충안이 도출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의협을 비롯한 전반적인 의료계 분위기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선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원이 40명 이하인 미니의대부터 정원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공공의대 신설 대신 지방의대를 활용해 공공의사특별전형으로 지역의사를 양성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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