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법 오늘 국회 본회의 상정…외과계 의사들이 반대하는 7가지 이유

①의료진 동의 촬영 조건 아닌 강제 ②방어수술과 최소진료 ③의사와 환자간 불신 초래 ④외과계 기피 현상 심화

⑤전신마취 아닌 전체 수술로 확대 ⑥유출까지 의료기관 책임 ⑦설치비용 지원은 강제 아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8월 23일 법안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개정안은 25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30일(오늘)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안규백, 신현영 의원에 의해 발의된 개정안은 거대야당을 통해 사실상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어서 의료계, 특히 외과계의 반발을 낳고 있다. 

외과계 의사들이 수술실 CCTV설치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종합해보면  ①CCTV 촬영 의료진 동의 조건 아닌 강제 ②방어수술과 최소진료 양산 ③의사와 환자간 불신 초래와 사기 저하 ④외과계 기피 현상 심화 ⑤전신마취 수술 아닌 전체 수술로 확대 가능 ⑥CCTV 유출까지 의료기관이 책임 ⑦CCTV 설치비용 지원은 강제 아냐 등이다. 

①CCTV 촬영 의료진 동의 조건 아닌 강제 

개정안에 따르면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대한 촬영을 의무화했다. 의료진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환자가 원할 때 수술실 내 CCTV 설치와 촬영을 강제로 의무화한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당사자인 의료진의 선택권 보장이라고 한다면 '수술 당사자가 촬영에 동의한 경우 촬영해야 한다'라고 법령에 명시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예외로 정한 정당한 사유는 촬영할 수가 없는 최소한의 불가피한 경우에 불과하며 이는 선택권 보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수사, 재판 등 관계기관이 요구할 때 반드시 CCTV 영상을 제출해야 하는 것도 의료진 선택과 관계없이 환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강제로 이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라며 "개정안은 의료진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CCTV 설치와 촬영을 의무화한 법이다”이라고 했다. 

②방어수술과 최소진료 양산 

외과계 5개 학회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가장 심각한 법안의 부작용으로 의료 사고 및 분쟁에 대비해 최소한의 방어적인 수술만을 하게 될 것이며, 이는 환자의 생존율과 회복율을 떨어뜨리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학회들은 “수술 과정을 CCTV 녹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수술하는 의사들은 향후에 이 영상으로 인해 의료 분쟁이 발생을 할 경우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런 생각은 외과계 의사들에게 소극적이고 안전하고, 촬영이 돼도 문제가 없을 만큼만 진행하게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회들은 응급, 고위험 수술, 질식 분만, 비뇨의학과 신장절제술이나 전립선 절제술, 흉부외과 수술 등 수술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수술에 대해서 외과계 의사들이 기피를 하거나 소극적인 수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박진규 회장은 “외과의사 입장에서 CCTV는 본질적으로 수술의 집중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수술실 내 CCTV의 목적이 '의료분쟁과 소송'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으므로 수술은 '분쟁과 소송'이라는 점을 염두하고 진행될 수 밖에 없다"라며 "한발 더 나아가야하는 수술 진행과정을 일정 수준에서 멈추게 하는 것이며, 환자의 장기적 예후보다 지금 당장의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되는 의료행위에 집중하는 소극적인 수술 경향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경우 의료진의 적극적 치료를 위한 사기 저하로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미래를 향한 의료환경의 발전과 직결되는 것으로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며 "우리나라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였던 외과계 기피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켜 외과 의사들의 이탈이 증가하면 대한민국 의료체계는 무너지게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우려했다. 

③의사와 환자간 불신 초래와 사기 저하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신뢰로 성립된 관계지만 수술실 CCTV 설치로 서로간의 불신만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환자는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자신의 신체를 의사에게 맡김으로써 진료의 시작이 이뤄지고, 의사는 그 신뢰의 바탕 위에서 환자를 치유의 과정으로 이끌게 된다. 의사들 또한 이런 신뢰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회장은 "수술실 CCTV가 아닌 의료계 내의 자율 규제 기능을 확립해 일부의 일탈된 의사들을 단호히 배제하고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하며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회복시켜야 한다"라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경우 의료진의 적극적 치료를 위한 사기 저하로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④외과계 기피 현상 심화 

현재도 대부분의 중요한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계 전문과목은 전공의 지원 기피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은 “수술 업무의 과도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저수가로 수술 의사로서 보상은 없는 상태이고 대우 수준은 열악한 경우가 많다"라며 "그나마 환자와 의사관계에서 보람을 느끼고, 수술 자체에 매력을 느껴 고생길을 선택한 의사들이 상당수 있었으나, 전반적인 의료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이 깊어짐에 따라 보람마저 없어진 수술과는 더욱 깊은 3D 늪으로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런 와중에 이제는 CCTV 설치 의무화로 범죄자 취급마저 받는 신세이니 이를 어찌하랴. 보상이 없으면 보람이라도 주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⑤전신마취 수술 아닌 전체 수술로 확대 가능 

개정안에는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이는 전신마취 수술이 아닌 전체 수술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수술실 CCTV가 전신마취 '등'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수술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10분 전후의 수면 유도의 정맥마취를 포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간단한 수술의 경우에도 CCTV를 설치해야 한다면 설치와 운영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의료기관에서 대부분 도난 방지를 위해 CCTV가 설치돼 외부에서 관리하는데, 새롭게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를 한다면 자원 낭비가 될 것"아로 우려했다.

⑥CCTV 유출까지 의료기관이 책임 

CCTV 설치 의무화법이 통과되면 영상 도난이나 유출 책임까지 의료기관에서 떠안아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CCTV를 설치한 의료기관의 장은 제2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내부 관리계획의 수립, 저장장치와 네트워크의 분리, 접속기록 보관 및 관련 시설의 출입자 관리 방안 마련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동석 회장은 "행정인력이 없이 의사와 간호조무사로 운영하는 영세한 의원에서 기술적·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도록 강제화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⑦CCTV 설치비용 지원은 강제 아냐 

CCTV 설치 비용 지원은 강제화하지 않아 사실상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김재연 회장은 "'지원할 수 있다'는 강제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건강보험 국고지원금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해 매년 턱없이 모자란 지원금을 받고 있다"라며 "사실상 독소조항이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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