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확대, 실패 불가피...공장에 원자재 많이 넣는다고 좋은 제품 나오나?"

의대생·전공의부터 개원의, 의대교육평가자까지 '부실 의대교육-의료 질 저하' 한목소리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생중계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정부가 의사 수를 확대하면 지방에 부족한 인력이 충원돼 의료 질과 접근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과 달리, 현장에 있는 전문의는 물론 의대생, 전공의들까지 의료 질 저하와 의료비 상승, 국민건강 위협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그간 정부에서 의사면허관리 조차 제대로 해오지 않았으며 청와대가 근거로 내세운 통계마저 상당한 오류를 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14일 대규모 파업에 앞서 '의대 증원 무엇을 위해?'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정부가 수렴하지 않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날 토론회는 개원의, 의대수련평가 담당자는 물론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여해 당정청이 강행하는 '의대정원 증원'의 문제점을 다양한 시각에서 제시했다.

우선 개원가는 풀뿌리의료를 살려 지역공공의료 활성화로 가기는 커녕, 그 반대로 지방 일차의료를 모두 붕괴시켜 의료공공성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기획부회장은 "현재 지방에서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못한다. 환자들이 조금만 중한 병에 걸리면 모두 서울, 수도권으로 가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수도권 환자쏠림 현상이 극심하며, 동네의원은 하루 4곳씩 폐업하는 양극화 상황"이라고 말했다.

좌 부회장은 "의사 수가 부족하다면 개원의들이 왜 폐업하겠느냐"면서 "정부가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다소 못미친다는 통계만 내놓고 있는데, OECD국가 중 의료 방문 횟수와 의료접근성, 병상수, 재원일수 모두 1~2위로 평균의 2~3배에 달한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통계만 발췌·왜곡해 의사 수가 부족해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좌 부회장은 "의사 수 증원 정책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이 포함돼 있는데, 10년간은 지방에 근무하더라도 결국 이들마저 의무복무 후 수도권으로 올라올 것"이라며 "사실상 의사 수 확대는 실패가 예견되는 정책인 동시에 그나마도 부족한 공공의료와 풀뿌리의료(일차의료)의 근간을 더욱 흔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공의료 확산을 목적으로 제시하는 의사 수 증대 정책은 오히려 공공의료 최전선을 맡는 지방 개원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수도권 쏠림과 의료 과잉경쟁 등만 심화될 것으로 봤다. 즉 의사 수 확충이 아닌, 지역의 개원의사들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의료공공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경민 수련이사도 공공의료 확충과 접근성 확대라는 방향성은 인정했으나, 의사 수를 늘리고 의무복무를 추진하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반감을 내비쳤다.

이 수련이사는 "현재 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충 등의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보건의료를 생각하는 법인지,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전문가단체 중에서도 유일하게 대한병원협회만 의사 수 확대를 찬성하고 정부는 병협 이야기만 듣는데, 병협이 찬성하는 이유는 공공의료 강화가 아니라 병원경영과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공공의료기관 의무복무와 의사 수 확대 등으로 지방에 의사가 많아지고 병원이 많아져도, 결국 환자들은 서울과 수도권 의료기관을 찾을 것"이라며 "지방 환자에게 지역 의료기관 이용을 강제화하지 않는다면 결국 의사 수만 증가한 채 현재 문제점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대정원 증원은 쏠림 확대와 지방 의료 붕괴 뿐 아니라 의대 교육 질 저하로 이어져, 의료 질 저하 국민건강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윤태영 부원장은 "통계에 의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 실상 파악조차 못해 2000년 보건의료기본법에 의거한 5년단위의 보건의료종합계획조차 수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부원장은 "또한 청와대 사회수석이 1년간 조사한 결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으나, 이 역시 매우 편협한 일부 자료에 불과에 불과했다"면서 "제대로 보건의료 현장을 보면 우리나라 의사 수, 진료량, 건강수준 등은 낮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부원장은 "오히려 의대정원이 증가하면 의사 수는 증가해도 의대 교육 질이 낮아져 의료 질은 더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이미 90년대 의대가 8개에서 36개로 늘어날 당시 교수 부족으로 강의를 못하고 실습병원이 부족한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2004년 의학교육평가원이 설립돼 의대신임제도를 논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서남의대가 제대로된 교육환경을 준수하지 않아 폐교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정이 의료현안 해결책을 의사 수 증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을 멈추고, 실패 가능성을 성찰,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보건의료인력 양성과 관련된 정책은 전문가가 참여해 우리나라 국민 건강 향상을 목표로 논의하고, 종합적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김재의 부회장도 부실한 의대교육과 수련환경으로 의료 질 저하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이번 정부 정책은 서남의대 폐교를 잊은 듯한 정책이다. 공장에서 원자재만 쏟아 넣는다고 양질의 제품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의대입학 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양질을 의사가 쏟아져 나올 수 없다"면서 "현재 의대들도 대부분 교원 임용을 다 못 채워 교수진도 부족하고 수백명이 한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상황이다. 의대 교육 질을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 정원만 무분별하게 확대하면 결국 의사 수준도 낮아져 국민건강 위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립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따른 의대생들의 박탈감도 전달했다. 

김 부회장은 "이미 의대협 조사 결과 2만 의대생 중 공공의료분야에 종사하고 싶다고 응답한 학생이 23%에 이른다"며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들의 꿈을 적극 지원해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방안을 찾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공의대와 특혜제공이라는 정책을 들고 나와 이들의 꿈을 짓밟고 있다. 최근 김성주 국회의원 발의안을 보면 공공의대에 각종 특혜 제공이 담겨 있는데, 이는 자발적으로 공공의료에 참여하려고 한 의대생들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코로나사태에서도 기재부가 단 한 푼도 공공의료에 투자하지 않는 상황이다. 공공의료 확충은 공공의대와 의무복무라는 잘못된 정책이 아니라, 공공의료분야 종사자 처우 개선과 근무여건 개선 등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정부의 정책 추진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공공의대법안과 의무복무 내용 등에 위헌 요소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미 이 같은 이유로 20대 국회때 관련 법안들이 모두 폐기됐고, 공공의사제도는 사회주의에서나 다능한 법안으로 평등원칙 등 기본권에 위배돼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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