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대학병원들의 끝없는 수도권 분원 경쟁
대학병원들의 분원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분원 설립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의료계 내부에서의 경쟁력 때문이다. 분원이 많아지면 총 병상수가 늘고, 소속 교원의 숫자도 늘어나 의료계 내부에서의 힘이 커진다. 하지만 한 가지 고려할 것이 있는데, 분원 설립과 유지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대형병원들도 수익을 맞추기 힘든 곳에는 섣불리 분원을 만들기 힘들다.
그래서 최근에 추진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대학병원 분원들이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생긴 이유는 간단하게 두 가지 이유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 수도권의 많은 인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환자들도 수도권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100% 나쁘게만은 보기 힘들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 신도시에 분원들이 생김으로 인해 그 지역 시민들에게는 좋은 혜택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최소한 그 수도권 도시들의 환자들이 서울로 몰려가는 것을 억제하는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우려점도 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지역 1,2차 의료기관과의 경쟁이다. 의료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의 의료전달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적절히 작동해야 규모와 수준에 맞는 의료 자원을 환자들에게 적절히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의료전달체계가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무너져 있다. 왜냐하면 3차 의료기관도 1차 진료를 보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너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1, 2차 병원들은 줄줄이 폐업을 하지만, 3차 대학병원들은 몰려드는 환자에 1분 진료조차 지키기가 힘들다. 이런 역효과에 정부는 3차 의료기관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등의 여러 가지 페널티를 주지만, 환자들의 건강관리에 대한 염려를 다스리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수도권이 아닌 지방 의료기관들의 빨대 효과로 인한 줄폐업도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4시간이면 주파가 가능한 나라이고, 의료기관의 진료 거부는 의료법 위반이 되는 나라다. 그래서 응급실로 일단 밀고 들어가면 얼마를 기다리던 진료를 볼 수 있다는걸 환자들이 더 잘 안다. 그래서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365일 밤낮으로 텅 빈 지방 병원의 응급실에서 출발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수액을 맞아야 하는 서울의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는 구급차들이 달린다. 이런 지방병원의 빨대 효과가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들의 줄 이은 설립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몇 가지 개선책이 필요하다. 유명 의료기관의 분원을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도시로 갈 수 있게끔 유인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고, 그 지역 안에서 3차 의료기관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끔 지역 1,2차 의료기관들과의 연계, 협력을 강화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대형병원들의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 대형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오는 것이 그 기관의 사람들에게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이런 대형병원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나머지 지역 의료기관들이 고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계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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