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코로나19 위험성 17% 더 높아…“접종 우선순위 조정 필요”

코로나19로 건강 악화 장애인 14.7%, 비장애인보다 5%↑, 심리적 압박감도 높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예방접종에 있어 탈시설 장애인들의 접종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장애인의 코로나19 유병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책으로 인해 발달 장애인의 폐쇄 경험이 삶의 굉장히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발표된 정부의 3분기 백신 예방접종 계획에도 장애인에 대한 우선 접종 내용은 제외된 상태다.
 
비장애인 비해 코로나19 관련 불리한 임상 결과 위험 17.3% 높아
 
장애인의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가 특히 장애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을 갖고 있거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8월 최재우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전체 12만9000명 중 장애인 7261명을 포함시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의 코로나19 검사 양성 위험이 2.2%p 더 높았다.
 
또한 장애가 없는 이들에 비해 장애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주요 불리한 임상 결과의 위험이 17.3% 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재활원이 지난 6월 발표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당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건강문제가 발생하거나 악화된 비율은 장애인(14.7%)이 비장애인(9.9%)보다 높았으나, 이에 대한 진료를 받은 비율은 장애인(36.8%)이 비장애인(52.5%)보다 낮았다.
 
장애인에게 발생 및 악화된 질환의 종류는 근골격계 질환(36.6%), 정신 질환(27.3%), 당뇨병(10.1%) 순이었다.
 
또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매우 많이 걱정’한다는 비율(41.6%, 19.1%)이 2.2배 많았고 수면시간이 ‘많이 감소’했다는 비율(5.0%, 1.0%)은 5배나 많았다. 외로움(16.7%, 5.9%), 불안(27.2%, 13.9%), 우울감(13.1%, 6.6%)을 ‘매우 많이 느낌’이라 답한 비율도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각각 1.9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장애인이 ‘사이토카인 폭풍’ 면역 반응 높아…전반적 건강 문제 악화

해외 사례도 비슷하다. 미국과 영국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자폐증과 학습 장애가 있는 이들의 코로나19 유병률과 사망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특히 브라질 세아라(Ceará)의과대학 리마 교수의 자폐증을 갖고 있는 장애인은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바이러스 면역 반응이 증가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더 치명적이다.
 
자폐증을 갖고 있는 장애인은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바이러스 면역 반응이 증가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더 치명적이다. 사진=Could autism spectrum disorders be a risk factor for COVID-19.

그렇다면 실제로 장애인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부산대 조향숙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울산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팬데믹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전반적인 건강 문제 악화가 발견됐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발달장애인들은 변화된 생활을 하면서 신체적으로 당뇨, 고혈압, 뇌전증, 허리통증, 면역력 저하, 비만과 같은 문제가 심각해졌다. 또한 행동적 문제는 도전적 행동에 해당하는 자해행동, 상동행동 등이 증가했으며, 수면패턴의 문제, 퇴행 등으로 조사됐다.
 
심리적으론 강박증, 불안, 집착, 무기력, 우울, 스트레스, 사회복지기관이나 친구 등의 사회적 단절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로나19 시기에 병원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병원 이용과 관련해 ‘감염위험에 대한 걱정’이 67.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마스크 착용의 어려움으로 병원 이용 제한(18.6%)’, ‘코로나19로 인해 이용이 제한됨(7.8%), ‘병원에 가줄 사람이 없어 혼자 가야 됨(3.4%)’의 순서로 불편함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분기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계획을 보면 장애인거주시설과 주간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우선 접종대상에 포함된 반면, 대부분의 중증 재가 장애인은 백신 우선 접종에서 제외된 상태다. 최근 발표된 3분기 우선접종 인원에도 이들 장애인에 대한 내용은 제외됐다.
 
3분기 우선접종 계획서도 장애인 제외…우선순위 선정 개선돼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장애인 우선접종을 전면적으로 시행해자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월부터 줄곧 백신 우선접종 순위에 장애인을 포함시키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3분기 우선접종 인원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제외됐다. 장애인은 감염병 취약계층으로 우선접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는 시설 이용 장애인에 한해 우선접종이 이뤄지고 있는데 효율적인 대상 선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여당 내에서도 점차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지난 6월 직접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발달장애인 백신 우선 접종 요청서'를 전달했다. 지금까지의 백신 접종이 고위험군인 고령자 층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향후 계획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성명서를 내고 "감염 취약시설로 분류된 복지시설 뿐 아니라 탈시설 장애인 등까지 우선접종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장애계 전체를 포괄하는 접종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인하대 윤원호 교수는 지난 27일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장애인, 특히 자폐 장애인들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 친화적인 여타 선진국들의 백신 계획과 달리 장애인 백신 접종을 주저하고 있다"며 "생활수준에 따른 장애인 차별은 차별적이며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인 국제법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장애인들이 의료취약계층이고 심리적으로도 코로나19로 인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이들의 빠른 일상 복귀를 돕고 가족들의 스트레스와 심리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이들의 예방 접종 우선순위를 높이고 자각격리 등 전염병 정책에서 장애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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