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코로나19 백신 늑장 확보했는데 공급까지 차질…올해 11월 전국민 집단 면역 가능할까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46화. 전 세계 백신 자국 우선 확보 전쟁

오기로 했던 코로나19 백신이 오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백신 수급이 늦어 조급한 대한민국은 이 늑장 배송에 직격탄을 맞았다. 4월부터 일반인 백신 접종을 시작해야 하는데, 늑장 배송으로 인해 계획이 밀릴 상황에 처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전파가 가라앉지 않고 다시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자, 전 세계가 백신 확보 전쟁에 나서며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 백신의 60% 가량을 생산하는 인도가 ‘국내 수요 우선’ 원칙으로 자국에서 생산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AZ백신)의 수출을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그러자 3차 유행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유럽도 EU 회원국 배송을 우선하고, 해외 수출에는 까다로운 승인 조건을 걸기로 했다. 아예 미국은 전 세계 백신의 30% 가까운 양을 생산하지만 단 한 개의 백신도 수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지만, 민족주의를 앞세운 자국 우선 원칙에 대한 여론이 압도적으로 지지받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이것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 2009년 신종플루 당시에도 강대국들의 백신 사재기로 인해 개발도상국들이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겼었고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부터 백신 확보에 대해 국내 여러 의료 전문가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를 예견했다. 바가지를 써서라도 백신 선구매에 달려드는 이스라엘, 싱가포르를 보면서 같이 뛰어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여유를 부렸고, 결국 가뜩이나 밀린 배송 순서에 늑장 배송까지 겹치며 수급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결국 2분기 수입 예정이었던 70만개의 백신은 기약이 없게 됐다. 백신 수급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간격을 8주에서 10주, 12주로 늘리기로 결정했고, 2차 접종 분량을 당겨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강조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부가 백신 수급에 늦게라도 사활을 걸겠다고 공언한 만큼, 탁월한 외교 전략을 발휘해 계획대로 접종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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