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 의료에서 예방정책으로

"공보의 폐지, 지역사회 전문인력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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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단체협의회가 '사후약방문'식 의료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예방·보건 중심 정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으로 의료는 진단과 치료 중심이 아닌 예방과 보건, 건강증진 방식의 체계로 변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고 건강한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7개 단체가 연대해 조직한 공중보건단체협의회(대한예방의학회, 보건행정학회, 지역보건연구회, 건강정책학회, 보건간호사회, 지역보건의료발전을위한모임, 농촌의학지역보건학회)는 19일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대선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다.
 
한림대 김동현 교수(예방의학전문의, 사진)는 "그동안 정부는 의료를 보험수가 정책에 맞춰 수가를 얼마나 더 주는지를 놓고 의료공급자를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드는 정책을 구사했다"면서 "이제는 수가를 가지고 조절하는 정책이 아닌 전체적인 의료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동현 교수는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공중보건 인프라가 미비해 방역망이 뚫린 것"이라면서 "이제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질병 예방과 공중보건 인프라 구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GDP의 18%를 보건의료비에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GDP의 7.1%만을 쓰고있다"면서 "4대강에는 40조를 들이면서도 보건의료에 대한 중요도는 낮게 평가해 메르스나 가습기 살균제 등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고 건강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역사회 기반 공중보건 인프라 및 체계 강화를 위한 4대 개혁과제와 9대 세부개혁 정책과제를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선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다. 
 
김동현 교수는 "4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양질의 공중보건 인력을 확충하고 이를 관리하는 운영체계에 대한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선진국과 같이 공중보건 인력의 역량 및 전문성에 대한 개념 정립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보건소 등 보건기관에 종사하는 공중보건인력은 2015년 기준 인구 1천 명 당 0.39명에 불과해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다.
 
김동현 교수는 "공중보건의제도를 폐지하고 지역에 헌신하고 공중보건 사업역량을 갖출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면서 "의대의 경우 예방의학 전문의 세부전공 과정 개설 혹은 별도의 공중보건전문의 과정을 신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사법연수원처럼 '공중보건연수원 제도'를 만들어 기존의 의사가 2년 정도 공중보건 교육을 받으면 공무원인 공중보건전문가 신분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협의회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 독립해 보건 정책 기능을 이관하고 인력을 충원해 중앙공중보건체계를 갖춰야 하며, 질병관리본부를 공중보건청으로 승격해 공중보건 최상위 전문조직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현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의료민영화, 영리화 등 산업 중심의 보건복지정책을 펼쳐왔다면 이제는 지역 간 건강 격차 해소, 주민의 건강관리, 학교 보건 관리 등 공중보건을 전문적으로 챙길 수 있도록 보건부를 독립하고, 공중보건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건부 독립은 새정부가 건강과 생명에 가치를 두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 실제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보건부 독립을 대선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또한 협의회는 중앙과 지방의 공중보건체계 이원화로 공중보건 행정의 일관성이 부족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중보건청, 지방보건청, 보건소로 이어지는 공중보건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건강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공중보건단체협의회가 주장한 이러한 정책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먼저 협의회가 주장하는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 등의 공중보건 실현을 위해서는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보건소 또한 이러한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상태이며, 오히려 현재 보건소가 1차 의료기관인 의원과 진료 부분에서 경쟁하는 등 보건소 본연의 역할마저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의회가 주장하는 공중보건 성격을 보건소에서 얼마나,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게다가 지역 간 건강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의료 취약지에 공중보건 인력을 양성해 배치하는 작업 등이 필요하지만 과연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예방과 보건 중심 정책에 따라 만약 환자가 대폭 감소할 경우 저수가로 인한 민간 의료기관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등 부가적인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김동현 교수는 "최소한 도시지역 보건소는 진료 기능을 포기해야 하며, 공중보건 정책으로 절약되는 의료비는 수가 정상화에 투입하는 등의 정책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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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email protected])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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