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254개의 보건소가 있다.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건소는 병의원 행정처분권을 거머쥔 껄끄러운 존재다.
또 일부 의사들은 보건소가 환자를 뺏어가는 달갑지 않은 존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보건소 담장 밖에서 바라보는 그쪽 풍경과 실제 그들의 세계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10년 이상 보건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 의사들이 처한 현실과 생각을 소개한다.
[2편] 일반진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의사들이 보건소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 치는 이유 중 하나는 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않고 민간의료기관과 진료경쟁을 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벤츠 타고 가는 환자도 있더라'는 말은 보건소에 대한 의사들의 증오를 상징하는 표현.
사실일까?
의사보건소장인 A씨는 "예방접종을 받으려고 오는 분들 중에 간혹 외제차를 몰고 오는 분이 있지만 그걸 너무 확대해 의사들이 오해하는 것 같다"면서 "지금도 굳이 보건소 진료를 받겠다는 진성 환자들이 있긴 하지만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보건소가 민간의료기관과 환자 경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에는 내과환자만 하루 수백명씩 진료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70여명에 불과하고, 그것도 65세 이상 노인이 대부분"이라면서 "하루 평균 1천명 이상 방문하지만 대부분 건강강좌나 금연클리닉 등 다른 목적으로 오는 분들"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보건소는 절대 민간의료기관과 경쟁관계에 있지 않고, 환자군도 다르다"면서 "일반 환자는 가급적 민간 의료기관으로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 보건소장 B씨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B씨는 "동네 병의원이 진료를 더 잘하는데 보건소가 환자를 많이 볼 이유가 없다"면서 "보건소는 결핵환자나 감염병 관리에 충실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의사 보건소장을 역임한 바 있는 K씨는 "사실 보건소는 감염병 관리 하나만 제대로 해도 엄청나게 잘 하는 건데 선출직 자치단체장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자꾸 표를 만들기 위해 걷기대회 같은 소모성 행사에 수천만원씩 쏟아붓고, 일반 진료를 늘리라고 압박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의사 보건소장들은 일반진료를 줄이는 대신 자치단체장에게 표가 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제안하려고 하지만 행정직이나 보건직 소장들은 아무래도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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